자랄 대로 자란 식물들이 시간정원을 가렸다. 토란은 어찌나 잎이 넓게도 퍼지든지, 이것저것 가려버리느라 바쁜 토란 잎들이다.
풀 캐는 괭이를 하나 구입했다. 일명 '풀쾡이'라고 이름 붙였다. 풀쾡이는 날카로운 톱니와 날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종이박스와 테이프를 사용하여 날에 끼워주는 싸개를 만들었다. 들고 다니기 안전하고 미관상에도 덜 위험해 보이라고.
풀쾡이 성능은 뛰어나다. 쭈그리고 풀을 뽑다가 이제는 허리 펴고 풀을 제거한다. 시간도 단축되었다. 도구라는 것은 참말로 유용한 것이었다.
풀을 캔 후 말끔해진 텃밭과 텃밭 주변 길을 보고 있으면, 어떤 기억들이 피어나며 환희감을 준다. 그것은 어떤 정화이면서 동시에 어떤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행위는 순간에 그 너머의 어떤 기억과 연결된다. 그러면 행위의 기원을 알게 된다. 그토록 세월이란 축적에 내 모습은 변화하였지만 행위의 시작은 항상 거기에 있는 것처럼 지각된다. 아무 연관이 없다고 여기는 것들은 작위적이지 않은 행위에서 그대로 되살아 난다. 순간에 몰입하고 거기에 집중하는 행위는 어느 때든 동일하다. 단지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를 구분하는 인식일 뿐이다. 나는 이러한 시간을 통해서 나를 통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