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한 여름에 가려진 시간정원을 어떻게 번신시킬까?를 고민하였다. 먼저 이 여름이 지나간 후 가을에는 심플한 시간정원이 되었으면 싶었다.
생각은 그러했지만, 시간 정원의 미니어처들을 다 걷어내기에는 조금 그랬다. 미니어처들에는 지난봄과 여름을 함께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검은 자갈을 구입하고 별빛 조명을 구입하였다. 검은 자갈은 생각보다 크기가 작았고 별빛 조명은 생각보다 조명 줄이 길었다.
갈대발에 검정 아크릴 물감을 칠해 놓았었다. 그 발을 활용하기로 하였다. 내 생각은 좀 더 정적이면서 더 깊은 우주를 표현하고 싶었으나, 작위적이지 않은 충동은 언제나 소박한 쪽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정겨운 풍경이 되는 것인지도.
시간정원 안의 (시간랜드)에 씌워 놓은 비막이를 걷어 내었다. 무성한 토란도 뽑아내었다. 연잎 양귀비가 점령한 앞 쪽도 캐냈다(이건 집 화분에 몇 포기 심었다). 미니어처설치물과 다육들을 밖으로 꺼냈다. 그 아래 깔았던 돌들도 모두 꺼냈다. 그리고 낮달맞이 꽃나무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 땅을 파서 모두 캐냈다. 그리고 그 위에 비닐을 깔았다. 돌들을 그 위에 배치하였다. 갈대발을 주변에 고정시켰다. 비날 위에 검은 자갈을 깔았다.
다육들을 돌 받침 위에 배열하였다. 미니어처들을 하나씩 자리를 잡아 주었다. 아이들이 가져다 놓은 미니어처 몇 개도 설치했다. 박농민은 별빛 조명을 설치했다.
"불 들어옵니다~':
반짝반짝 파란 불빛이 저녁 무렵을 밝혔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곳이 바로 세계이고 또 하나의 우주 공간이 되었다.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면 편안해진다. 박농민은 식물이 스트레스 받을 거라고 말한다. 나는 인간도 동물도 그 정도의 스트레스는 받는다고 생각한다. 식물은 어떨까! 나는 인공적인 행위에도 작위적이지 않다는 것에 어떤 안도감이 있었다. 텃밭정원 가꾸기에서 그러한 것을 경험한다.
텃밭정원 가꾸기에서 다양한 벌레들과 사투를 벌인다. 식물을 가꾸는데도 무수한 벌레들은 알게 모르게 죽는다. 어느 날 지렁이는 호미질에 두 동강 나고, 철렁하여 흙으로 얼른 덮어주고..., 이런 일들은 어떤 마음먹기의 연속이 된다.
시간랜드를 정돈하자고 마음을 먹은 것은 또 어떤가? 이제 한창 자라고 있는 식물들을 캐내고 베어내는 일은 어떤 마음을 먹어야 가능하다. 어떤 갈등이 안에서 올라오는 것이다.
가지 하나를 쳐도 생각해야 한다. 칠 것인가? 그대로 둘 것인가? 쳐내고 뽑아내고 솎아내는 일이 어쩌면 전부인지도 모른다. 그것을 자신이 제때에 선택하고 판단하는 일, 거기에 자신의 미를 입히는 일, 그것이 텃밭정원 미학이 아닌가 싶다.
장마 이후, 하필이면 최근에 가장 무더운 저녁 무렵 이틀 동안에 시간랜드 변신을 마무리하였다. 그대로 두면 익을 대로 익은 여름날에 시간랜드는 무성한 잎들에 가려져 있었을 것이다. 이 무더운 여름 끝에서 정원 산책 길에 별빛을 꿈꾸는 시간을 가지는 일은 나에게도 너에게도 우리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시간랜드 변신 작업을 마치고 요즘은 감상모드로 돌입하였다. 그제는 텃밭대장님께서 "이 뜨거운 여름 날에!" 라고 하시기에, 시간랜드 앞에 서 계시는 모습을 한 장 찍었다. 이야깃거리가 있는 텃밭정원은 사람과 사람의 거리를 풍성하게 한다. 이웃들과 감상하기도 하고 혼자 감상하기도 한다. 이렇게 변신한 시간랜드는 이제 별빛랜드이면서 우주이기도 하다.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갈 듯이, 이내 정신 안의 넓은 공간으로 우주는 연결된다. 그렇게 사람은 풍부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