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이유를 알았어

숲 속 캠핑

by 아란도

여유로운 이유를 알았어

캠핑 와서 글 안 쓰기 때문이었어

글 쓰다 보면 그 안의 세계에 몰입되어 어떤 경계가 생겨 버려

내가 이렇게 말했지

"여기서 일주일 있으면 책 한 권 읽겠다!"

그러자 박농민이 이렇게 말했지

"읽는 게 아니라 책 한 권을 쓰겠다"

아... 그렇구나! 그러겠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은 꼭 있게 마련인가 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이 책을 한 5년 전쯤에 읽었던 것 같아

다시 읽어 봤지

그런데 읽다 놓아둔 책은 대체로 앞 페이지일 거라는 것은 우리가 에브리바디 동의하는 바이기도 해

다시 앞을 읽어 봤어

낭독도 혼자 했지

분명 달랐어

내가 생각한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와 유사한 생각들이 동시적으로 전달되었기 때문이지

그런데 그렇다고 문체가 주는 그 텍스트 전체가 파악되었다는 의미는 아니야

그것은 그 자신이 따로 공부해야(연구든 탐구든 직관이든) 하는 것이니까

호환이 일어난다는 것에 대해서

분명 달라졌다는 의미야

바로 이러한 것이 '의미'라고 말할 수 있겠지

어떤 하나에 집중과 몰입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느냐가 관건인가 봐

내 문체가 아닌 타인의 문체, 게다가 철학적이고 미학적인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고 봐

나는 니체의 전집을 다 읽고 음미한다면 거의 현대 철학은 그 자신에게 습을 익히는 방식

젖어들어야 한다고 봐

우주는 진공 상태여서 소리가 없어

우주 안에서 별들이 폭발한다고 해도 보지 않은 이상 들을 수는 없어

만약에 '영혼'을 상정한다고 치고

이 세상에서 다양한 감정의 그 모든 것들을 체험한다는 것은 성스러운 거라고 봐

체험한 영혼과 그렇지 않은 영혼과는 분명 차이가 있을 거야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조선 시대에 태어난 것도 아닌데, 운전을 못해보고 가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 아닌가? 뭐 그럼 낸 중에 우주선 운전해야 하는감? 이러다 이제 운전할 나이 지났으니 면허증 반환하라고 하는 때가 금방 오는 거 아닌 감?"

뭔 소린지?

방금 낮술 한 캔 했어

이것이 3박 4일의 숲 속 캠핑의 여유라고 봐

이제 사람 되려고 사람 없을 때 씻으러 가야지

오늘은 토요일이고 평일에 온 이들은 떠나고 주말 캠핑 족들이 속속 도착하는 중이거든

이렇게 한 캔 하며 그 풍경을 감상해

이것은 언제나 막 도착한 캠핑러들의 부러움이기도 하지

아, 정말 여유로워~ 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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