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란도 Sep 24. 2024

인간 사색

좋은 날씨 탐구




사색하기 좋은 구름

멍 때리기 좋은 바람

책 읽기 좋은 온도

산책하기 좋은 걸음 속도

캠핑 가기 좋은 노스탤지어

빨래 말리기 좋은 쾌청

꾸벅꾸벅 졸기 좋은 무념

아무것도 하기 싫은, 너무 좋으면 가만히 온도에 기대게 되는 것

영화 보기 좋은 조명 없는 실내의 그늘

음악 듣기 좋은 적당한 바깥의 소음과 안의 정적

제대로 늘어지기 좋은 생각의 편린들, 너무 좋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풍부한 마음이 드는 것

가장 좋은 것은

텃밭 가기 좋은 날씨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텃밭에는 이 좋은 날씨를 뒤로하고 노을이 어둠과 섞일 무렵에 플래시 들고 가는 것이다

아직 입이 덜 비뚤어진 모기 어딘가에 숨어서 여전히 강자 노릇 중인 그때의 그곳은 사물을 분간하기 어렵다

방심할 찰나에 손등을 따갑게 파고드는 모기 침은 그 자체로 전신을 관통하는 감각시간이 된다

평화로운 좋은 날씨는 낮에 하나씩 하나씩 개어서

어느 책갈피에 고이 아 두고

밤에는 서늘한 가을 기운을 느끼는 것이다






자신의 반영하는 그림자





갯벌의 피부



이전 14화 그림자 형이상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