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원본이야
그림자도 '작품'이 되면
원본이 되는 거야
믿을 수가 없다고?
한 번 믿어봐
오빠 믿지?
그러면서 왜 예술의 메커니즘은 못 믿는 거니?
증명에 애쓰지 마
사진은 플라톤을 부숴버렸어
그렇지만, 그런다고 플라톤이 부서지겠어?
원본은 부서지지 않아
긴 여행을 떠나면
어느 순간 제자리에 돌아와 있어
자, 이제 눈을 감고 마음의 공중부양을 시도해 봐
제자리를 그리는 원의 모양은 회오리야
떠나온 자리로 다시 되돌아오지만
그 자리는 떠나온 그 자리는 아니야
땅이 달라졌거든
좌표의 위치도 달라졌어
사람은 결코 떠나온 그 자리로 회귀하는 게 아니야
회오리의 원은 떠나온 자리를 스치며 여행을 떠나
금방 알아차리게 돼
그 자리가 아니란 걸
한가함을 익히는 동안 알게 되지
하나의 동그라미가 그려지는 동안 원심력이 생겨
회오리 꽈리를 만들기 때문이야
그렇게 회오리 원 안에서 여행을 하는 거야
최초의 원이 동력이 된 거지
최초의 원은 부서지지 않거든
그러니 가던 길, 마저 끝까지 가야 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