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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란도 Oct 26. 2024

연둣빛 우산의 죽음

               




우산에 빗물 떨어지는 소리를 얼마 만에 듣는가 

바람에 오래된 우산이 반대로 뒤집혔다 

우산살 두 개가 부러져서 우산이 축 처졌다     

우산은 다 어디로 가고 너 하나 오랜 시간 나랑 붙어 있었네 

연둣빛 우산은 잃어버리지도 않고 

내 손에서 오늘 바람에 죽었네      

모든 물건은 자기 손 안에서 죽을 때 연결을 이루나 보다 

너는 어차피 어느 이름 모를 봉투에 담겨 떠나겠지만 

내가 버릴 수 있어서 너는 비록 온전하다 

비바람이 오래된 우산을 우걱우걱 잡아먹을 동안 

안개 낀 비 오는 풍경을 바람에 흔들림 없이 담았네

내 얼굴에는 빗물이 눈물처럼 흘렀다

무엇인가를 잡아먹은 그 날씨의 한 시절이 한없이 좋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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