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에 빗물 떨어지는 소리를 얼마 만에 듣는가
바람에 오래된 우산이 반대로 뒤집혔다
우산살 두 개가 부러져서 우산이 축 처졌다
우산은 다 어디로 가고 너 하나 오랜 시간 나랑 붙어 있었네
연둣빛 우산은 잃어버리지도 않고
내 손에서 오늘 바람에 죽었네
모든 물건은 자기 손 안에서 죽을 때 연결을 이루나 보다
너는 어차피 어느 이름 모를 봉투에 담겨 떠나겠지만
내가 버릴 수 있어서 너는 비록 온전하다
비바람이 오래된 우산을 우걱우걱 잡아먹을 동안
안개 낀 비 오는 풍경을 바람에 흔들림 없이 담았네
내 얼굴에는 빗물이 눈물처럼 흘렀다
무엇인가를 잡아먹은 그 날씨의 한 시절이 한없이 좋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