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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낭독 반복과 차이나는 기억

앞의 니체낭독 종결 글에서 낭독회 부본만 발췌

by 아란도


<니체 철학책 읽기 - 낭독 종결>


니체낭독을 '90회'로 종결하였다. 2년 1개월이 걸렸다. 1년은 매주 이틀간, 두 시간씩, 5명이서 낭독하였고, 또 1년은 매주 하루 두 시간씩 6명이서 읽었다.


니체 전집에서, 우리가 읽기로 한 총 8권을 낭독으로 완독하였다.


다 읽고 난 지금 심정은 15권을 마지막에 읽은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15권은 니체가 1888년에 그 자신의 삶과 저작을 총정리한 입장에서 쓴 단행본들을 모아 놓은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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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를 낭독하는 우리의 시간 - 낭독회>


때로는 다섯이서 때로는 여섯이서 그때마다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며, 컨디션 조절을 하며 우리는 니체를 읽었다. 같이 모여서 책을 낭독으로 읽을 때는 서로의 기분이나 컨디션 상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우리는 줌에서 만나서 서로의 상태와 안색을 보며 점검한다. 줌 상태에서 볼륨이나 마이크 상태를 체크하듯이 말이다. 그렇게 서로의 상태를 어느정도 평평하게 만든 후 낭독으로 들어간다. 공기와 분위기가 균일해지면 목소리에도 윤기가 돈다. 마음도 윤택해진다. 깊은 밤의 진공을 깨뜨리는 말이 목소리를 타고 공간에 울리면, 시공에 균열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 시공이 깨지며 다시 말을 흡수한다. 빈공간이 마치 목소리를 먹고 있는 것 같았다. 때로는 말들이 귓속을 넘어서지 못하고 말들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졸음이 오는 순간들은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귓전에서 톡툭 떨어지는 말들을 느끼면서도 그 말을 붙잡을 의지는 약해지는 것이다. 그러면 또 접속이 나와 희해지는 것이다.


매번 낭독 때마다 컨디션은 다르다. 단지 매번 그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낭독 하는 날은 미리 책을 살펴보거나 공지 작성해야 하는 날은 지난 번 읽은 부분을 뒤적인다. 그리고 30분 전에 차를 우린다. 차를 워머에 올려 놓는다. 폰 거치대와 스탠드를 다시 자리 잡는다. 링크에 접속한 후, 기다린다. 크게 심호흡을 한다. 니체낭독 2년이 넘어도, 낭독은 쉽사리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체로 평온하였다. 그 이유는 줌이라는 거리감과 정해진 시간 접속의 한정이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신경을 차단하기 때문이었다. 정해진 시간과 나름의 규칙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었다. 별일 없으면 항상 이 과정이 반복 되었다.


같이 수정하고 같이 약속을 집행한다. 별것없을 것 같은 작은 모임일지라도 오히려 더 섬세하다. 바로바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될 수 있으면 책에 집중하도록 하였다. 그것만이 모여있는 이유이기 때문이었다. 그 나머지는 시간에 따른 낭독 반복이 만들어내는 차이에 의해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았다. 반복이 우리에게 그런 힘을 갖도록 하였다. 그 무엇인가의 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은 스스로 알아가는 것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스스로 아는 것, 그것이 '철학의 힘' 아닐까! 줌의 세계에서 현실의 일상으로 스며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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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몹 낭독회, 니체 낭독 90회 그랜드 슬램 달성 >


90번의 반복 끝에 니체 낭독이 마무리 되었다. 원래는 100회로 니체낭독을 마무리 하고 싶었지만, 90회에서 갈무리되었다. 아마도 니체 책의 내용은 각자 마다 다르게 그 자신에게 전달되었겠지만, 우리가 반복한 90번의 이 행위는, 매번 다른 강도로 우리 자신에게 다가왔고, 그것은 매번 새로운 사건이었을 것이다. 우리 안, 우리 신체 사이사이에 기억된 시간이다. 아마도 이것은 기억일 것이다.


니체 전집 중에서 8권을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호흡을 맞춘 낭독회를 통해서 '90회'를 읽은 일은 전무후무하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을 <플래시몹 낭독회, 니체 낭독 90회 그랜드 슬램 달성>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내 카톡에도, 페북 담벼락에도 그렇게 써놓을 것이라고 '플래시몹 낭독회'에서도 그렇게 말했었다.


추상적인 것은 항상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될 수 있다. 추상성을 벗어났을 때만이 명징하게 다가오는 앎이 있다. 우리는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고 또 글을 쓴다. 침잠과 적요 속에서 얻어 낸 수확물은 은근하게 때로는 강렬한 환희로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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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함께 보낸 시간 안에서 우리가 일군 시간들, 비록 지금은 모호한 안개처럼 다가오지만 그 시간이 우리의 기억을 풍성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마워요! 플래시몹 낭독회(다경,미류,영배,연수,현영,아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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