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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거짓말하는 것은 못된 악덕이다

<에세 1> 9장/ 거짓말에 대하여 p88

by 아란도




진실로 거짓말하는 것은 못된 악덕이다. 우리가 사람인 것도 그렇고 우리 서로가 연결될 수 있는 것도 그렇다. 그 모든 것이 말을 통해 가능해지는 일이다.


거짓말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하고 심각한 일인지 안다면 그 죄를 화형에 처한다 해도 다른 범죄의 경우보다 정당하게 여겨야 할 정도이다.


내 보기에 사람들은 흔히 어린아이들의 죄 없는 실수를 엉뚱하게 처벌하면서 즐거워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무슨 영향이 남는 것도 중대한 결과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그저 무분별한 행동을 한 것을 두고 아이들을 괴롭힌다.


오직 거짓말하는 것, 그리고 그보다는 덜하지만 드세게 고집 피우는 것 정도가 그 씨앗이 보이자마자 더 자라기 전에 즉각 꺾어 놓아야 할 결점들이다.


이런 것들은 아이들과 함께 자라난다. 한번 이 잘못된 궤도에 올라선 혀는 다시는 그 길에서 끌어내릴 수 없을 정도이니 사뭇 경이로울 지경이다.


그런 까닭에 다른 점에서는 그토록 점잖은 사람들이 거짓말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해, 그 버릇의 노예가 되어 있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내게 재단사 견습공이 하나 있는데 나는 그가 참말을 하는 것을 들어 본 일이 없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익한 경우마저 그렇게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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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진실과 마찬가지로 거짓도 단 하나의 얼굴을 가졌다면 대처하기가 나을 것이다. 거짓말쟁이가 하는 말의 반대를 사실로 여기면 될 테니까.


그러나 '진실의 뒷면'은 무수한 모습을 하고 있고 그 영역 또한 무한하다.


퓌타고라스 학파는 선을 확실하고 한정된 것으로, 악은 무한하며 불확실하다고 여긴다. 과녁에서 빗나가는 길은 무수히 많지만 과녁에 도달하는 길은 오직 하나이다.


물론 나는 한 번의 뻔뻔스럽고 엄숙한 거짓말로 확실한 극도의 위험을 벗어날 수 있는 경우에도 끝까지 나를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옛날 한 교부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뜻 모를 낯선 언어를 말하는 사람과 있기보다 평소 알고 있는 개와 함께 있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낯선 이방인은 인간이 아니다"(플리니우스)

그리고 거짓된 말은 침묵보다 얼마나 더 상종하기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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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는 거짓말과 드세게 고집 피우는 것을 인간이 하지 말아야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침묵보다 거짓말이 더 상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필요한 침묵이 아니라면, 사람이 꼭 침묵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그것은 무관심이거나 무시적 태토와 같으니까.


몽테뉴의 이 말은 '훈육'에도 필요한 말인 것 같다.


그리고


"진실의 뒷면"은 무수한 모습을 하고 있고 그 영역 또한 무한하다.라는 말에서, 앞 뒤의 문맥을 살피면, "거짓의 뒷면"이 더 합당하지 않은가 싶다. 그런데 지금은 머리를 더 굴리기가 어려워 이렇게 써놓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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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단락에서 가장 먼저 현재의 우리나라가 떠올랐다. 몽테뉴는 그 시대에서 자신의 시대를 보며 말했는데 말이다.


"우리에게는 국민에게 탄핵된 대통령이 하나 있는데, 나는 그가 참말을 하는 것을 들어 본 일이 없다. 헌재에서 진실을 말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익할 텐데도 그렇게 못한다"


우리 시대가 거대한 거짓말에 둘러쳐져 있다.

국민에게 탄핵된 대통령이 헌재에서도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 대통령이다. 실시간 생중계로 온 국민이 다 봤는데도 거짓말한다. 거짓말 대통령은 어디에서 생겨나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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