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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텃밭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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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란도 Apr 29. 2023

이웃들과 베테랑

요즘 그럴 체력이 아닌데? 그런 날 있다!


요즘 텃밭에 대문을 만드느라 나는 고심 중이었다. 저번에 만들어 놓은 대문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서이다.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시던 아저씨는 다른 곳에 있는 텃밭농장에 가서 이곳 텃밭농장은 엄청 이쁘다고 자랑을 하셨다고 한참을 이야기하셨다.


나는 '이곳 텃밭 홍보대사이시네요!'라고 맞장구를 쳐드렸다. 그랬더니 다른 분들이 지나가시며 우리 텃밭 구경을 하시는 찰나에 이 텃밭은 디자인한 텃밭이라고! 이 텃밭은 일부러 그렇게 한 거라고 설명하셨다.


와~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직접 디자인된 텃밭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아저씨는 이미 알고 계셨어! 그렇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야 이심전심이지! 오호~~ 결국 그렇게 전파되고 있는 거였구나!


나는 "맞아요!" 이 말만 했다.

____



이번 사진은 이웃 텃밭들 사진이다.


오늘은 내가 대문에 자물쇠만 붙이고 집에 오려고 했는데, 뒷집 텃밭의 옆집의 옆집 텃밭 분께서 고추나무 지지대를 엄청스레 땅에 꽂아 놓으셨는데, 그 모습이 흡사 멀리서 화살을 쏘아서 땅에 꽂힌 형국이었는지라...


" 텃밭을 처음 하다 보니 고추나무 지지대를 어떻게 꽂아야 하는지를 모르겠어요"


나는 벌집이 된 고추나무 지지대를 뽑아서 다시 땅에 꽂아 드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굳이 꽂지 않아도 되지만 이왕 꽂으셨으니까 지지대는 고추나무 바로 옆에 꽃아야 됩니다"

"그리고 오이 덩굴 지지대는 지금 만들지 마시고, 다른 사람들이 해놓은 거 보고 마음에 드신 거 따라 하세요. 남의 것을 많이 봐야 해요"


그러자 나에게 텃밭 한지 오래되었냐고 물으셨다.

"아니요! 저도 작년에 처음 해봤어요"

그러자 내 말은 저쪽으로 밀어버리고서는

" 원래 손이 뭘 잘 만들고 감이 있는 사람들이 있지! 나는 그런 걸 잘 못해" 하신다.


나는 그만 순식간에 텃밭 일 년 만에 베테랑이 되었다. 속으로 웃음이 나왔지만, '그렇지, 지금은 내가 가르쳐 드리고 있으니 내가 베테랑이지...' ㅋㅋ 웃으면서 결국 노동을 하게 되었다.



커피 음료 사 온 것을 나에게 건네신다. 괜찮다고 했는데도  주셔서 하나 받았다.

결국, 나는 호미를 들고 밭고랑과 이랑을 손을 보았다. 물 주고 그러다 보니 두둑이 다 허물어져 있었고, 흙이 듬성듬성해서 밭의 모양이 잘 만들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랑을 파서 두둑에 흙을 보충하고 두둑을  다듬었다. 그분께는 '레기' 농기구를 가져오시라고 말했다. 앉아서 하면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분은 레기로 나는 호미로 대략적으로 텃밭을 손질하였다.


밭에서 나온 돌들로 오이 주변에 돌화단도 만들었다. 이렇게 하고 있는 동안 몸 안은 땀으로 다 젖었다. 요즘 날이 차서 얇은 패딩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보니 오늘 노동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내가 요즘 그럴 체력이 아닌데~~ㅋㅋ 이렇게 되었다. 마트에 가볍게 다녀온다는 것이 결국 김치를 담그게 되었다. 다시 땀에 범벅이다. 요즘은 왜 이렇게 땀이 나냐~~


어쨌든 그런 날 있다. 내가 예정하지 않은 그런 날. 그래도 오늘 하루는 좋은 하루였다. 이제 고민은 씻어야 한다는 거다. 다 좋은데... 이게 지금은 젤로 귀찮다!


비 온다. 텃밭에 물 줬는데, 그분은 더 많이 물 줬는데, 비가 오시네!


_____



*텃밭을 구경하다 보면, 단차를 이용하여 미나리꽝도 만들고 꽃도 심은 풍경들이 마음 안에 웃음을 준다. 작은 그 모습들에 어떤 이야기가 금세 서린다. 사람의 손이 살짝 간 곳은 그 무엇이라도 어떤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텃밭 풍경이 정말 작년과는 달라졌다.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사진 제목/ 화성


사진 제목/ 마야 문명


사진 제목/ 원초성


사진제목/ 신성한 소도


사진제목/ 약초


사진제목/ 개구리밥


사진제목/ 돌 정원


사진제목/ 봄날 꽃 잔디


사진제목/ 유적


사진제목/ 단차를 이용한 텃밭 아래 꽃밭
사진제목/ 돌만 두르면 이야기가 만들어져요
사진제목/ 돌의 이야기가 이렇게 이뻐도 되나요?
사진제목/ 그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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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차를 이용한 다채로운 밭 미나리꽝들

밭 미나리쾅
수돗가 바로.옆에서
밭 미나리꽝/ 이곴은 미나리꽝이 대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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