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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란도 May 02. 2023

미나리꽝 '칭송'

기억과 기억이 연결되다

미나리꽝 칭송을 이토록 많이 듣게 될 줄이야!


4월 내내 자란 미나리가 소담하게 솟아올랐다. 처음에는 원형으로 모양 잡아 놓은 대로 원형으로 자랐다. 이제는 그 사이를 다 메꾸어서 가운데 빈 공간은 보이지 않는다.  소복한 미나리 숲이 되었다. 미나리 숲이 대나무 숲처럼 느껴진다.



한 번씩 들여다보며 힛! 하고 웃는 것이 나의 일상이다. 그는 매일 아침 텃밭에 물을 주고 출근하였다. 그래서 나는 오후에 텃밭에 들르면 미나리꽝에 물이 있는 상태를 감상한다. 저녁 무렵에 미나리꽝에 물을 주면 다음날 미나리꽝에 물이 다 빠져 버린다. 그러면 사람들이 오전과 정오에 물이 있는 미나리꽝을 볼 수 없으니 아침에 물을 주고 출근하는 것이다. 미나리꽝에 구멍을 너무 많이 뚫었나 보다. 처음에는 물이 잘 안 빠지더니 요즘은 물이 너무 빨리 빠진다. 하루 정도는 물이 차 있어도 되는데 물이 너무너무 잘 빠진다.


오늘은 텃밭 손질을 하고 있는데 어떤 분이 말을 거신다.


"미나리 이제 베어서 먹어도 될 듯해요"

나는 손을 멈추고 미나리를 보며 말했다.

"네 그래야죠"

그분은 다시 말하신다.

"이제 볼 사람은 다 봤을 것이니, 베어 먹어도 괜찮아요. 지금 베야 부드럽고 맛있어요. 먹자고 키우는 것인데^^"

나는 하하 웃었다.

"앗! 그렇군요! 볼 사람은 이미 다 보았겠지요. 내일이나 모레쯤에 벨 생각이었어요. 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요~~~^^"



새싹 난 열무도 솎으라고 하고 미나리도 베어 먹으라 하고, 텃밭은 요구가 많다. 오며 가며 한 마디씩 건네시는 데 다 이유 있고 일리가 있다. 미나리가 예뻐서 먹기가 그렇다면? 그것 역시 아니다. 텃밭에서 키우는 것은 다 먹자고 키우는 것이니까 말이다.


우리텃밭이 있는 곳은 거리로 따치면 사통팔달한 위치이다. 목이 좋으면 그만큼 관심과 간섭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사랑을 받는 만큼 요구사항도 생겨나는 법이다. 나는 이 불편함을 즐기고 있다.


니체는 <즐거운 학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부자연스러움을 사람들이 참아낼 수 있게 만든 것은 그리스의 무대예술가들이었다고! 그렇다. 사람은 처음부터 부자연스러움을 참아낼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다.


문득 예전에 지리산 관향다원의 풍경이 생각난다. 나는 그 풍광이 좋았다. 쥔장은 쥔장의 일을 하는 그 일상에 끼어들어 우리는 뜰에서 차를 우려 마시며 한가함을 만끽한다.  같은 공간 안에 서로 다른 풍경이 공존하는 그 풍광이 늘 기억에 자리 잡고 있다.

그 언젠가의 '관향 다원' 풍경


요즘은 역으로, 우리가 텃밭에서 작업을 하는 동안 사람들은 그 풍광을 구경하며 지나간다. 우리는 텃밭의 일부가 되어 오고 가는 사람들과 대화를 한다. 텃밭에 대해 말을 거는 사람들과 화답을 하는 풍경이 일상을 연출한다.


이러한 풍경은 처음에는 살짝 어색함을 주었다. 그러나 내 안에는 이미 이러한 풍경에 대해 동경하던 기억이 자리하고 있었다. 불현듯 그 역할적 위치가 바뀌었을 뿐! 분명 누군가들도 예전의 나처럼 이 풍경을 동경하게 될 것이며, 그것은 그 자신 안에 머물다 어느 순간 역으로 그 자신의 풍경이 되어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 부자연스러움이란 그 자체로 낯선 감정이다. 이 감정을 그 자신 안에 품는 동안 사람은 문득문득 괴롭다. 무엇인가를 품으면 그것을 해석하기 전까지는 인간은 괴롭다. 그러하기에 인간은 계속 동경하게 된다. 실현되었다는 것도 모르고 인간은 불편해한다. 그 자신 안에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더는 사람은 부자연스러움을 불편해하지 않고 부자연스러움을 즐기게 된다.


미나리꽝은 오며 가며 보고 가는 이들의 사랑을 지치지 않고 많이 많이 받았다. 어떤 분은 주인의 마음을 알아서 식물들도 잘 자라 주는 것이라고 덕담을 하고 가셨다.


미나리꽝 칭송이 미나리꽝 안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 미나리도 쑥쑥 자랐다. 옆의 상추들 역시 상추 칭송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일까? 어느새 차라서 어제는 첫 상추 수확을 해서 맛나게 쌈을 싸서 먹었다. 잘 키워서 잡아먹은 것 같아서 뭔가 표현이 야릇하기는 하지만, 이런 느낌의 먹이사슬은 마음에 어떤 거스름은 없는 것 같다.


만들고 심고, 키우고, 수확하고, 먹고, 다시 심고... 일련의 이러한 일에는 어떤 고양된 고상함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텃밭 농장 안의 미나리꽝. 하늘빛을 품은 이 미나리꽝이 나에게 텃밭 안에 미나리꽝을 만들 영감을 주었다.
시간의 텃밭 정원
오후에 비친 햇살읏 품고서..


소복하게 솟아올랐다.
미나리꽝 감상하는 오후. 잠깐 허리를 쉬며 순간을 낚아 보자!

#미나리꽝_사진_퍼레이드

#니체의_즐거운학문_무대예술과부자연스러움

*4월에 자란 미나리꽝 사진들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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