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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마셔야한다

호라티우스의 클레오파트라 이야기

by 아란도



Odes 1.37, 이젠 마셔야 한다 -호라티우스-


이젠 마셔야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땅을 차야한다. 이젠 살리움 사제들처럼

음식을 마련하여 풍성하게 제단을

꾸밀 때가 되었다. 친구들아!


카피톨리움에 여왕이 어리석은 파멸과

죽음을 제국에 끌어들일 때에는 아직

선조의 저장고에서 카이쿠붐 포도주를

거르는 건 불경이었다.

더러운 질병에 오염된 추악한 사내들의

떼거리들을 이끌고, 절제하지 못하고

바라는 대로 얻는다는 달콤한 행운에

취한 여왕. 광기는 사라졌다.

배 한 척에 기대 전화戰火를 피해 달아났다.

마레오티스 포도주에 취한 머리에다

진정한 공포를 각인코자 카이사르는

이탈리아에서 도망친 그녀를

노 저어 서둘러 뒤쫓아 갔다. 송골매가

약한 비둘기를 마치 사냥꾼이 날쌔게

하이모니아의 눈 덮인 벌판에서 토끼를

뒤쫓듯 그렇게. 쇠사슬을 들어

끔찍한 괴물을 묶었다. 여왕은 의연하게

파멸을 받아들이며, 여인들처럼 그렇게

칼에 떨지않았고, 은신의 고장을

빠른 배들로 찾아가지 않았다.

패망한 왕국을 굴하지않는 침착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의젓하게 맹독을 자랑하는

사나운 뱀들을 끌어안아 죽음의 독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죽음을 각오하고 여왕은 더욱 결연했다.

왕위를 잃고, 잔인한 리부르니아 전함에

실려 오만한 승자에게 절대 끌려가지

않으려는 듯 당당했다.


*표기는 시집 표기 그대로 옮겼다.





호라티우스 시집 <카르페 디엠>을 두 번째 읽는다.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첫 번째보다는 두 번째에 읽을 때에 내 머릿속 정보가 더 풍부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첫 번째에서는 페이지에 아무런 메모도 하지 않았다.

두 번째에서는 그냥 옥타비아누스와 클레오파트라 이야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마 공화정 말기와 로마 제정 시대에 관하여 요즘 관심을 가져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몽테뉴의 <에세>를 읽으면 호라티우스와 아우구스투스에게 저절로 눈길이 간다.


“이젠 마셔야한다”라는 말은 클레오파트라의 자조적인 말을 호라티우스가 전면에 등장시킨 말인 것 같다. 이젠 마셔야한다는 말속에는 그때의 임박함이 전해온다. 주어가 생략되어 있고, 사건의 진행에서 주어는 서서히 드러난다.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는 클레오파트라의 죽음에 대하여, 호라티우스는 뱀독에 물려서 자결한 것이라고 시에서 밝히고 있다. 호라티우스는 그 시대를 살고 있었던 인물이므로 아마도 그 당시에 퍼진 소문을 자세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당대에서는 뱀에게 물려서 뱀독에 의한 사망이라고 진단했는가 보다. 클레오파트라는 여러 맹독을 연구하였고, 가장 사람이 신체 손상 없이 편안하게 죽는 독을 발견하였다.

이집트에서는 뱀이 파라오의 수호신이라 여겼고, 독을 체계적으로 연구하였다. 워낙 파라오들이 독살을 많이 당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클레오파트라는 그 자신을 위하여 독을 연구한 듯싶다. 그때의 이집트는 로마 앞에서 풍전등화 신세였으므로, 항상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지 않을까.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 마지막 파라오로서 죽었다. 옥타비아누스는 그 점을 높이 샀던 것 같고, 호라티우스 역시 그랬던 것 같다.


아래는 클레오파트라 생애의 전반적 조망이다.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Horatius, BC 65년 12월 08일~ BC 8년 11월 27일)

가 쓴 “Odes(송가) 1.37”은 흔히 “클레오파트라 송가(Cleopatra Ode)”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이 시의 시대적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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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비치는 것들을 씁니다. 글쓰기에 진심입니다. 이제 봄이고 오늘은 비가 오고 차를 한 잔 마시고 내 안에서 꿈툴대는 언어들을 옮깁니다. 좋은 날이 그대와 나에게도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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