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백사전 - 정사의 시련'
넷플릭스에서 백사전 2편 <청사: 겁기>를 보았어. 아무 정보 없이 그냥 한 번 봤어. 흠, 기대 이상이었어. 중국 애니메이션을 다시 보게 됐어. 그래서 ai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검색도 해봤지. 대체로 나와 같은 반응이었어.
그런데 한 가지 다른 점은, 2펀에서 소청이 언니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해탈을 선택했다고 하는데, 내 생각엔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집념을 놓아버려야만 망각으로 갈 수 있는데, 소청은 언니에 대한 기억을 놓지 않았어. 영화 자막에서는 '집념'이라고 번역을 했어. 시우의 말처럼(여우 요괴이자 이 세계와 저 세계를 오가며 장사하고 흥정하는 거간꾼) 망각의 호수에 뛰어들었다면 현재 그녀가 갖고 있는 기억을 잃어버렸으니, 아수라계에서 산다 해도 별 고통을 못 느꼈을 수도 있었을 것이고 또 어떤 희생에 대해서도 미련 없이 행했을지도 몰라.
그런데 소청은 아무것도 버리지 않았어. 그러자 '시우'는 아수라계를 탈출할 단 하나의 방법을 알려주었어. 그 방법은 집념이 없으면 안 되는 방법이고, 조력자의 희생 없이는 탈출이 불가능할 수도 있어.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지. 2편 역시 사랑과 이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그리고 소청이 집념을 버리고 망각을 택했다면, 아수라계를 벗어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백사전 2편 아수라계는 환상세계이지만, 일종의 서바이벌 게임의 세계이기도 하였어. 싸워서 이겨야만 하는 세계, 언제든 배신이 가능한 세계, 그런데 정작 그 세계를 탈출하는 데에는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기도 하였지. 한 사람이 아수라계를 벗어나면 결국 같이 벗어나는 셈이기 때문일 거야. 아수라계에서의 죽음은 죽음이, 죽음이 아니니까, 이를테면 가상세계이니까. 3부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
요괴와 인간 과의 사랑을 집요하게 막은 금산사 범해도 어지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집요한 도덕과 그 도덕을 벗어나려는 집념의 자유가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 같았어. 3부를 안 봐서 더 뭐라고 말은 못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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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한 연구>를 읽어볼까 하고 휘리릭 책장의 간을 보면서, 주석 부분을 살펴보았지. 거기에 '옴마니팟메홍'이 보였어. 육도의 세계. 우리는 일상에서 어떨 때는 아수라, 어떨 때는 지옥, 어떨 때는 천국이듯이, 삶에서 모두 경험한다고 말하곤 하지. 하지만 아수라계를 애니로 구현하여 하나의 세계로 만들어 세계경험을 하도록 한 것은, 에너지 파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만큼 참신했어. 아수라계처럼 표현한 드라마나 영화나 애니는 많지만, 아수라계라고 분명하게 말한 것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단테의 신곡처럼, 이 애니 <백사전>도 지옥편까지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아수라계에 대해서 이렇게 다시 살펴본 것은 처음이야. 은연중에 나는 아수라계가 인간계 아래에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불교적 세계의 층위에서 볼 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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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념을 놓지 않은 소청은 누구보다 인간적이었다고 생각해. 놓지 않았고, 오히려 집념 그 자체에 의해 아수라계를 탈출해서 범해의 결계를 깨버렸어. 뱀이 봉황을 이긴 것이지. 범해의 법력은 봉황으로 상징되고. 소청은 청사(푸른 뱀)로 상징되었는데, 소청이 범해를 이겼어. 그러나 이 싸움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여운은 범해가 남긴 말에서 유추할 수 있어.
한국은 봉황을 상징 문양으로 사용하고 중국은 용을 상징 문양으로 사용해. 그러나 봉황과 용이 한국과 중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거야.
용이 되지 못한 오래 묵은 뱀을 우리나라에서는 이무기라고 표현하지. 한국 드라마에서 점차 이무기를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추세라고 보여.
범해의 법력을 봉황으로 상징하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백사전의 시대적 배경에서 불교의 권위가 도덕이 된 시대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어. 뱀은 아마도 그 도덕을 벗어나서 자유롭고 싶은 만물의 에너지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 자유의 끝 역시 우주의 법칙을 거스를 순 없다는 것이 범해가 하고픈 말이 아니었을지. 그래도 만물은 어쨌든 솟구치려는 욕망이 있어. 소청의 집념은 현대적이지만, 범해의 집념과 크게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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