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탕수육과 텃밭 이윳들
진보랏빛 가지 빛깔은 신비롭다. 그토록 판타지적 색상을 지닌 가지를 막상 조리하면 딱히 입맛에 찰싹 달라붙지는 않는다. 만드는 순간에만 맛있다.
건조기에 말린 가지를 물에 풀어서 꼭 짠 후 다시 조리하면 쫀득함과 감칠맛이 있다. 그런데 자주 해 먹지는 않게 된다.
갓 수확한 싱싱한 가지로 무엇을 해 먹으면 좋을까. 문득 가지탕수육에 꽂혔다. 몇 차례 검색을 한 후, 내 안에서 시뮬레이션으로 익힌다. 전분으로 반죽하고 탕수육 소스를 만든다 이거지!
냉장고 안에 오이는 없고 무가 있고 당근은 있고 샤인머스켓이 있고 가지고추와 땡초가 있고 양파가 있었다.
무를 썰어서 맹물과 함께 삶았다. 한참 후에 당근 넣고 그다음에 샤인머스캣 양파 가지고추 땡초를 넣었다.
전분을 물에 개어놓은 후 토마토소스를 넣었다. 간장과 소금과 원당 그리고 식초도 비율 것 넣었다. 맛이 잘 안 났다. 매실청도 넣고 모과청도 넣었다. 그러자 맛이 균형이 잡혔다. 금세 소스가 완성되었다.
가지에 살짝 소금 뿌려 놓았었다. 전분과 튀김가루를 되적한 정도로 물에 개었다. 너무 되적하면 물을 더 타면 된다.
가지에 튀김옷을 입혀서 애벌 튀기기를 했다. 먹기 직전에 다시 되튀기기(재벌 튀김)를 했다.
바삭해서 그냥 먹어도 맛났다. 다만 색상이 너무 희멀건했다.
후에, 반죽에 강황가루를 넣어 보았다. 주황빛 색상이 나니 색상은 좀 더 그럴싸해 보였다. 그런데 계란 흰자를 넣어버렸더니 바삭한 맛이 사라져 버렸다. 탕수육 소스가 남아서 가지 탕수육을 다시 해봤는데, 이번 것은 실패였다. 에어프라이기에 넣고 돌려봐도 바삭함은 되살아나지 않았다. 바삭함이 없으니 다소 느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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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복사열이 기승을 부린 날, 하필 날을 골라도..., 마지막 더위를 텃밭 이웃들과 음식 추렴으로 날려 보냈다. 그러자 비가... 왔다. 찜통 효과로 습도가 높아서 무겁던 기분은 온도가 떨어지고 습도가 흩어지므로 인해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일상의 평상 회복은 의외로 쉽지만 또 의외로 어렵다. 모든 조건이 맞아야 평상은 회복된다. 가을 일상이 쾌지나 청청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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