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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텃밭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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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란도 Aug 20. 2023

'넘나드는 시간, 넘나드는 하루와 하루'

그해 여름은 뜨거웠네



인생이 그렇지! 소주다 싶으면 맥주고, 와인이다 싶으면 양주고, 인생은 그렇게 확확 문득문득 바뀌더라는.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지금은 정신이 몽롱하다.


우리 해바라기들


더워서 텃밭에 늦게 가면 금방 해가 져 버린다. 오늘도 그랬다. 쪽파 심는데 해가 졌다. 아~ 이 시간은 모기의 시간이다. 적진 한복판에 있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하던 일을 멈출 수는 없다.


박농민은 전등을 달아 놓는다. 사실 쪽파 뿌리와 싹 나는 쪽, 양쪽을 다 조금씩 잘라주어야 한다고 해서 잘랐는데, 어디가 뿌리 쪽이고 어디가 싹이 나는 쪽인지 잘 구분이 안 가던 터였다.


이웃 텃밭 샘 부부께서는 텃밭에 물을 다 주셨는지 들렀다 가셨다. 텃밭 안부 인사는 언제라도 정겹다. 텃밭 대장님은 쪽파 주는데 샀느냐고 하셨다. ㅎㅎ 저번에 여름에 경북 쪽으로 캠핑 갔을 때 의성 마늘과 함께 샀었다. 텃밭에서 김장 배추 모종이랑 쪽파 한 컵과 거름 한 포대를 준다. 우리 텃밭은 넓으니까~ 쪽파 다 심을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다 ㅋㅋ


그 사이에 나는 모기 밥이 됐다. 나는 순간 내가 잼버리가 됐구나 싶었다. 가려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나 긁으면 안 된다. 찰싹찰싹 나를 때리기 시작한다. 쪽파 다 심었다. 깻잎 잘라 놓은 것을 다듬는다. 깻잎 대 윗부분을 잘랐기 때문이다. 깻잎만 떼고 깻잎 대는 식물 모아서 썩히는 곳에 버린다.


참고로 아직 해가 지지 않았을 때, 어떤 여자분께서 이렇게 알려 주셨다. 토마토 잎을 잘라주는 것보다,  토마토 나무에 새순이 나오는 곳 가운데 또 새순이 나오는 그곳 줄기를 밀듯이 똑 따내 줘야 그곳에서 토마토가 열린다고 하셨다. 어쩐지 토마토가 덜 열린다 싶었었다.  "아휴, 진작 알았었으면 좋았을 뻔했어요. 이제 곧 뽑을 건데요" 했다.  그래서 일단 토마토 나무 뽑기는 보류되었다. 아직 덜 익은 것들도 있고 하니, 천만 중 다행이었을까! 지금 뽑기는 쪼매 아주 많이 아쉽기는 했으니까.





깻잎과 감자탕



만들어 놓은 감자탕에 깻잎 넣고 감자탕을 다시 끓였다. 등뼈가 너무 달았는지 뼈에서 그냥 막 떨어진다. 맥주 한 잔 마셨더니 이미 배는 덜 고프다.  배도 고프고 술도 고프고 늦은 저녁을 먹고 나니, 엄청 졸렸다. 쇠비름이 또 돋아나서 이제는 아예 뿌리까지 다 뽑았다. 배추 모종을 심을 밭을 정돈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이 넝쿨도 뽑았다. 참외만 남았다. 노랗게 익어가는 중이다. 가지는 참으로 춤추듯이 풍년이었다


가지를 씻고 깻잎도 씻고 쇠비름도 씻고, 찌고, 건조기에 넣어 놓고, 설거지하고, 그러니 저녁나절이 참 대다. 급 졸려서 한숨 자고 일어나니, 덥다. 창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한데, 나는 덥다. 갱년기인가? ㅋ


찐 후에 꼭 짠 쇠비름



나는 요즘 이책 저책으로 공중부양 중이다. 초전도체는 실패라고 하는데, 참 어이없다. 과학을 그렇게 해서 노벨상은 타겠는가?  어린 꿈나무들의 일은 더 커져만 가겠구나! 싶었다. 어쨌거나 이책 저책 살피느라, '서긍'의 <고려도경>을 읽는 중이다. 어떤 책들을 보며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그 무엇을 발견하겠지만, 이책 저책 넘나들면서 나는 무엇을 알게 되었을까?


그동안 내가 참 차공부 건성으로.했구나!'싶기도 하는 나날들이어서 반성모드이기도 하지만, 저마다 자기 눈과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은 다 때가 있다는 생각도 울러 든다.


각설하고, 우리나라 막걸리는 고려 시대에 서민 '보편 주'였는데, '서긍'이 "고려에는 좋은 술이 귀하다'고 한 이래로, 고려 후기에는 온갖 이름의 술이 등장했다. 어쨌거나 '서긍'의 이런 말은 고려 사회에 각성제로 작용했었다고 생각되었다.



서긍의 고려도경



솔 좋아하는 고려의 우리 조상들은 이때 한반도의 기본적인 술을 모두 만들었다. 현재에도 우리가 전통주라고 칭하는 거의 모든 술은 이 시대에 만들어졌다. 어쩌다 보니,< 탁/약주 개론>까지 들여다보게 되었다. 아주 예전에 복사본 만들어 놓은 책이다. 그때 보고는 까마득했던 책을 이렇게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아마도 우리나라 전통주에 관한 책은 이 책 말고는 희귀한 듯하다.


소주도 원나라 때 고려로 전해진 것이고 보면, 오늘 내가 들먹이는 소주와 막걸리는 '고려'로부터 온 소식인가 싶다. 와인과 양주와 맥주는 서구로부터 온 소식이지만, 이들은 모두 과거로부터 온 소식이다. 마치 빛처럼 말이다. 지금 우리가 보는 우주는 먼 시간의 과거의 빛이듯이, 고려의 술도 서구의 술도 다 과거로부터 온 빛이며 시간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빛의 시간을 현재에서 즐긴다.


'차곡차곡'의 원조는 고려일 것이다. 고려는 생각보다 원조가 많다. 어쩐지 낯설지 않다 했어! 나는 이러한 글들을 정돈해야 하는데, 매일 조금씩 하는데도, 완결이 안 되네. 네버엔딩인가봐...우짜면 좋을까!





우리 참외들이 노랑ㅂ게 익어 간다


우리 가지들이 주렁하다


가지는 여름을 잘 버틴다


토란과 가지와 다홍빛 일일초


이웃텃밭/마지막  애플수박이 익어 간다


이웃텃밭/ 마지막 애플 참외가 창공을 배경으로


애플 참외늘 정말 사과처럼 생겼다




#시간의_동시성에_대해_생각하다

#넘나드는_정신없는_시간

#그해여름은_몹시_뜨거웠네

#잼버리된_내몸_모기물린자리_세어보니_35방_모기들이_푸짐하게_저녁식사함

#집에와서바로_깨끗이씻고_물린디_계속_발라주니_금세_가려움증_사라짐

#아이러브유_물린디

#물린디는_물파스처럼_이제_보통명사처럼

#전반적으로_모기물린데_바르는_물파스들이_좋아졌다는_이야기

#고려와_현대

#서긍의_고려도경

#월곶텃밭농장

#어쩌다보니_주경야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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