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차를 마시다 2019,04,18
집에서 차 우려 마시다 보면 어느새 유리 다관 바닥이 허옇게 차 침전물이 쌓여 뿌옇게 된다. 틈틈이 우려 마시기 때문에 굳이 세다를 자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유리 다관을 보면서 어? 쟤가 왜 저리 꼬질하지? ㅠㅋㅋ 꼬질꼬질해진 체로 찻물에 잠겨 있네. 얼굴이라도 좀 닦아줘야 할 판이다.
아무도 보지 않은 집에서 정갈한 차도구를 늘상 유지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기 수련이다. 눈에 안 들어오다 보이면 세심한다~ 생각하고 삶고 닦아 준다. 요즘은 예전에 집에 있을 때보다 다구(차구)에 손이 안 간다. 다구들도 차 우려 마시기 적정한 것만 거실 다탁에 내놓았다. 생각해 보면, 차도구들 손질은 주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 차도구들은 늘상 눈에 띄는 것보다 정적에 머물다가 간혹 마음이 동할 때 눈앞에 드러나야 그 차도구가 가진 멋이 드러나는 거 같다. 그러니 차도구들도 일상에서 전시와 관상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차도구 보관과 전시와 사용에 있어서 구분을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필요한 차도구와 자주 보고 싶은 차도구만 눈에 잘 보이고 주로 사용하는 공간에 꺼내 놓고 그 외의 차도구는 보관 방에 놓아두는 형태로 차살림을 정돈했다. 그저 평이하고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다도구들이지만, 이래저래 차생활을 하다 보면 시간의 경과에 따라 한 살림살이가 된다. 방 하나를 다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도 어쩔 수 없다. 차살림도 그 자체로서의 존재함이므로 자기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정돈하고 나니 오히려 나는 편안하다. 기물들도 고즈넉하게 자기들이 지내야 할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기물들이 쉬는 곳에 들어가면 약간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서늘한 느낌이 전해 오는데, 그 느낌이 나에게 참으로 편안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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