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모터사이클을 포함한 모든 움직이는 것들은 심장, 즉 엔진 혹은 모터를 가지고 있다. 이는 모든 기계 장치에 가장 핵심적인 구성 요소이다, 아니 핵심 그 자체다. 특히나 내연기관(요즘은 전기 모터가 엔진 대신이지만)을 필두로 달리는 자동차나 모터사이클은 엔진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단순 공학적인 측면에서만 아니라 감성적 측면에서도 엔진을 어떻게 만들었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좌우된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엔진 추종자다. 모터사이클에 미쳐 살기도 했지만 자동차에도 애정이 듬뿍 있는 것은 역시 '엔진'이 존재하고 그것을 필두로 움직이며 감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모터사이클은 좀 더 원초적인 구성으로 가만 두면 '넘어진다'는 특성을 가지기에 더욱 아날로그 한 것으로 느끼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엔진이 달린 재미난 탈 것임은 마찬가지다.
모터사이클과 자동차의 근본적인 차이는 역시 바퀴 수다. 아마 모터사이클이 두 개의 바퀴가 아니라 세 개의 바퀴를 가졌다면 이만큼 독보적인 마력을 가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두 개의 바퀴로는 저 혼자 서있지 못한다. 좌/우 중 한쪽으로 넘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을 인간이 안장에 앉아 두 다리로 중심을 잡아 세워야 비로소 제 기능을 한다. 평소에는 가느다란 철제 막대기로 몸무게를 지탱해 겨우겨우 서 있는 시늉 정도를 낸다. 재밌는 것은 100만 원짜리 중고 모터사이클이나, 1억 원짜리 신품 모터사이클이나 똑같이 가느다란 사이드 스탠드 하나 없이는 넘어지고 만다는 점이다. 이처럼 평등한 세계가 있나?
아무튼 모터사이클 엔진은 기본적으로 4 행정으로 흡기 압축 폭발 배기의 순서로 터지면서 열을 운동 에너지로 바꾸는 작업을 하는 정교한 쇳덩어리다. 그렇게 발생한 에너지를 체인에 연결하고 뒷바퀴를 이어 앞으로 전진하는 원리다. 아주 간단하지만 이걸 구현하려면 많은 기계공학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실 앞으로 '전진'혹은 '가속'하기 위해 만들어진 엔진은, 당연하게도 누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특히 설계부터 무척 다양하게 나뉘는데,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실린더가 한 개인지 두 개인지.. 혹은 여섯 개 인지까지 다양하게 분류된다. 흔히 말하는 단기통, 2기 통, 4기 통 엔진 따위의 말은 여기서 나온다.
같은 1000cc의 엔진이 있다고 쳐도, 이걸 통으로 한 개의 실린더로 돌리면 단기통 1000cc가 되고, 두 개로 쪼개서 500cc씩 두 개를 연결하면 2기 통 1000cc가 된다. 4개로 쪼갠 250cc 4개가 연결되어 있으면 1000cc 4기 통이다.
당연하겠지만 엔진 소리라는 것은 여기서 가장 크게 달라진다. 단기통은 '두두두두두'하는 식의 끊어지는 짧고 단호한 소리를 낸다. 그리고 2기 통은 이보다 조금 더 연결된 부드러운 소리가 나며, 4기 통은 더욱 부드러운 소리가 난다. 6기 통은 거의 기계라기보다 음악 수준이다.
여기에서 또 한 가지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엔진 형태다. 실린더가 1개이면 별 상관없지만, 2개부터는 배치 형태나 모양에 따라서 또 다른 엔진 성격의 변화가 생긴다. 90도로 두 실린더를 붙여놓기도 하고, 나란히 이어놓기도 한다. 180도로 마주 보게 놓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엔진 성격의 변화는 실린더가 몇 개이냐에서 갈린다.
엔진은 안에서 회전하기 때문에 특유의 소리가 난다. 당연히 스로틀을 당겨서 회전수(RPM)를 높이면 소리가 커지면서 자신만의 소리를 낸다. 그리고 각 엔진마다 제 힘이 나오는 회전수가 각기 달라서 스로틀을 감은만큼 가속감이 나오는 느낌이 모두 다르다.
엔진만 말해도 이 정도로 '다르고' 또 '다르다'. 세상에 같은 느낌의 모터사이클은 단 한 개도 없다. 각각의 엔진이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엔진에 연결된 뼈대(프레임)라던지 스프링(서스펜션)의 느낌에 따라서 점점 달라진다.
모터사이클이 재미있는 이유는 완전히 밖에 노출된 엔진의 숨 쉬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느끼고 원하는 대로 조작하며 느껴지는 소리, 진동, 열기, 냄새를 모두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터사이클의 재미 중 8할은 엔진이 담당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