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 키보드 사용기
키보드는 알고 보니 여러 종류가 있더라. 그중에서도 기계식 키보드 브랜드 '체리'를 선택했다. 선택한 이유는 하나다. 기계식 키보다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많이 알려진 듯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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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알아보면 볼수록 알 수 없는 용어들이 머리를 스쳐 지난다. 적축, 뭔축.. 도무지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다. 이럴 때는 대중적인 게 뭔가를 찾는 편이 좋다. 그래서 적축을 선택했는데(맞는지도 사실 모른다) 키감이 독특하긴 하다. 부드러운데 약간의 소리는 난다. 사실 나는 키보드가 어쩌고 하는 걸 느낄 만큼 중요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마우스도 마찬가지로 체리 브랜드에서 선택했는데 이것도 뭐, 그냥 파는 것 중에 아무거나 하나 선택한 정도다. 대충 쓸만한 걸 살려고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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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쓰던 키보드는 어디 갔을까?
회사 사무실에 있다. 사실은 회사에서 쓰는 키보드가 너무 불편하고 오타가 종종 나는 배열로 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쓰던 익숙한 것을 사무실로 가져가 쓰고 있기 때문에 기계식 키보드를 사게 된 것이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뭔가 메탈 질감이고 희한한 키감이긴 한데, 뭐 모르겠다. 써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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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고 있는 책은 산지가 좀 오래됐지만 얼마 전에 개봉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추천한 '타이탄의 도구들 Tools of Titans'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외국인이 쓴 자기 계발서의 일종인데, 유튜버들이 하도 칭찬하길래 샀던 건데, 언제 산지 기억이 안 날정도로 오래됐다. 왠지 재밌겠다 싶은 건 바로 안 펼치고 좀 쟁여줬다가 펼치는 스타일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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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 내용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아주 흥미진진하긴 하다. 이제 1/10도 안 읽었지만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윽, 그 사이에 책상 위에 또 고양이가 올라왔지만 무시하기 어렵다. 이제 화면 전체를 몸으로 가린다. 다시 들어서 의자에 내려놓았다. 어디까지 했더라. 아무튼 기계식 키보드도 마니아들이 많다고 하던데, 그렇게 비싸지는 않지만 메탈 재질에 견고해 보이는 것은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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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일에 성취를 느끼기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글을 써야겠다.
그렇게 해서 진정한 내 사명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 쏟고 싶은지를 찾아봐야겠다. 아무래도 쓰는 일, 그러니까 책을 만드는 일이 사명을 걸고 싶은 일중 하나인데, 이건 사실 어렸을 때부터 잡지를 워낙 봐와서 생긴 걸 수도 있다. 거기에 모터사이클이라는 소재가 추가된 것뿐인데, 그게 이렇게 오래 내 업이 될 줄은 상상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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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옛 직장 지인이다) 기계식 키보드를 애용하면서 했던 말이 '기계식 키보드를 안 쓰고 일반 키보드를 쓰면 손가락에 관절염이 와서 아주 아픕니다'라고.. 당시에는 웃긴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안 좋은 키보드를 억지로 써보니 좋은 게 따로 있긴 한가보다 생각이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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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 이라고 하니 그 지인이 생각나긴 했는데, 아무튼 그런 느낌으로 무언가에 사명을 쏟는 이도 같은 그다. 자전거와 글에 사명을 느꼈다면 지금은 시계를 수선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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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나는 무엇에 사명을 걸었나. 원래 나는 모터사이클 이전에 글을 좋아했던 것 같다. 두 개가 만나서 뿅 시너지가 생긴 것이 스물다섯 살 , 그러니까 2006년 겨울이었다. 모터사이클 잡지사에서 일해보고 싶은 욕심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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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일하는 곳의 리더는 '더 이상 글 쓰는 것 가지고 돈 버는 시대가 아니야' '기획서를 쓸 줄 알아야 해' 제안서 쓰는 걸 알 줄 알아야 돈을 번다' '어려워하지 마라' 등의 이야기를 종종 한다.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은 그가 아무튼 회사를 책임지는 사장이기 때문인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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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 생각 같아선 그의 그런 확언을 깨 주고 싶다. '아니, 글 쓰는 걸로도 돈을 벌 수는 있을걸. 큰돈은 아니겠지만' 그걸 내가 해 보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러려면 출판사를 차려야 하나. 아니면 편집자로서 구직을 해야 하나. 생각이 동실동실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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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이라. 결국 나에게 거창한 사명이랄 게 뭐가 있을까? 예전 같으면 모터사이클 기사를 많이 써서 이게 결코 무섭거나 위험하기만 한 스포츠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라는 식의 평범한 전문지 기자 10년 차 같은 얘길 했겠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내 현실을 들여다보면 그런 말을 하는 게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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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해도 돈을 벌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여전히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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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근데 이 키보드... 손목이 점점 아픈데. 왜지? 적축이 안 맞나?(뜻은 잘 모르지만)
오늘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