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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임기자 Nov 18. 2020

2020 신선식품 배송 플랫폼, 여기까지 왔다

직접 겪어 본 '오늘회' 배송 시스템의 감탄 그리고 분석

오늘은 회가 당기는 날.

그래서 얼마 전부터 봐 둔 웹사이트에 들어갔다. 사실 카톡 플친도 해두고 '언제 써볼까' 고대했던 참. 바로 오늘회라는 이름의 수산물 배송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에는 놀라운 점이 여럿 있지만 가장 놀라운 점은 당일 배송 시스템이다. 

앞서 말하자면 최근에도 한진택배에서 또 한 분의 고인이 높은 업무강도를 못 이겨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택배 종사자들의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심야시간의 고된 분류와 배송 업무다. 그래서 항상 택배 업무를 활용해야 하는 나에게 있어 시스템에 대한 아쉽고도 어두운 이면에 대한 생각이 떠나질 않았는데, 오늘회 배송 시스템은 이를 조금 희망적인 방향으로 적용해 윈윈하고 있었다.

놀라지 마시라. 오후 3시까지 주문한 수산물(회)이 네 시간 뒤인 오후 7시에 배송이 온다. 나의 경우에 2시쯤 주문한 갖가지 회들이 오후 6시에 도착했다. 이게 정말 되는 건가 싶었는데 실제 받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궁금한 마음에 오늘회 플랫폼을 만든 오늘식탁의 김태현 대표 인터뷰도 속속들이 봤다. 그리고 배송 시스템도 파고들었다.

이 배송 시스템이 가능한 이유는 물류임에도 물류 취급하지 않고, 또 쿠팡과 같이 신선식품으로 분류해 새벽 배송과 같은 피로가 생기지 않게끔 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배송기사는 전업 택배나 물류 직원이 아니다. 오늘회 직원도 아니며 오늘식탁 직원도 아닌 '아르바이트'다. 배달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반인들이 자차를 이용해 배달하는데 이런 짧은 시간이 가능한 것이다. 어떻게?

성수동에 있는 일종의 집합센터에 그날 새벽에 잡아 올린 생선으로 만든 회 상품들이 각 산지에서 도착하면, 센터에서 이 상품들을 검수하고 포장한다. 그리고 여기부터가 중요한데, 고용된 일반인 배달원들이 자차를 가지고 센터에 방문하면 '드라이브 스루' 형태로 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상품을 트렁크에 옮겨 받고 바로 출발한다. 이 작업이 채 1분이 안 걸린다고 한다. 

또 한 가지는 배송이 잦은 지역을 중심으로 짜 놓은 라우트(경로)를 지켜 움직여 철저히 규정된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만일 오후 세시에 주문해 일곱 시에 받는다고 가정하면, 네 시간 안에 주문부터 배송도착까지 완결해야 한다. 근데 그것이 가능하다.

내가 받은 회는 세 가지였고, 모두 신선하게 포장된 상태로 박스에 담아져 집 앞에 놓여있었다. 코로나로 비대면 배송을 실시하고 있는데, 배달원이 배달 도착 인증 샷을 남기면 고객에게 카톡으로 전달되는 시스템이다. 정말 깔끔한 시스템이다.

회 상품은 모든 수산물을 통틀어 배송이 어려운 물류란다. 신선도가 가장 중요하고, 당일 배송하기 어려운 기존 물류 시스템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을 공유경제 시스템과 철저히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라우트 시스템으로 보란 듯 해냈다. 거기다 2017년 시작한 이 사업은 무려 1인 사업이었는데, 차츰 성장해 이제는 네이버 모바일 메인(매우 비싼) 광고를 걸 정도로 성장했다. 재구매율은 25% 이상이라 한다.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나도 그중에 하나가 될 것 같긴 하지만, 판매자가 아니라 구매자 입장에서는 감동되지 않을 수 없는 시스템이다. 

아직까지 문제는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당분간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를 좋아하는 인구는 꽤 많다. 그중에 대부분은 당연히 신선도를 가장 우선시한다. 회는 요리라기보다 날 것 그대로라서 신선함이 곧 맛이자 품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을 시스템으로 커버했으니, 남은 것은 배송 관리와 CS 처리뿐이다. 집합 센터를 광명에 늘린다고 하는데, 이것도 구매율이 높은 지역 위주의 집합 센터 추진 중 하나라 한다.

내가 본 가장 훌륭하고 만족스러운(고객 입장으로) 비즈니스 모델이다. 판매자로서 매우 감탄하게 되기도 하면서...

추신. 만일 모바일을 적극 활용하는 이 시스템의 수요가 넓어져 좀 더 시골이나 알기 어려운 주소, 주택가 등 젊은이들이 사는 곳이 아닌 배송난이도가 높은 지역에 퍼져나간다면 어떨까? 과연 지정된 시간에 일반인 배송인들이 문제없이 배송을 완료할 수 있을까? 신선도가 최고 중요한 수산물이기에 그 점은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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