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카피라이터와 내일의 카피라이터 모두에게 권합니다. 죽은 자식 버리지 말고 튼튼한 창고 하나 만들어 잘 모셔 두라고. 그 창고가 에디슨의 수첩 부럽지 않은 보물 창고가 된다고. 3년 전 커피 광고 카피로 썼다 죽은 자식이 3년 후 맥주 광고 카피로 부활할 수도 있다고.
말을 들은 사람은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왜 다를까요? 바로 구체성입니다.
잘생겼다 → 강동원 동생일 거야
많다 → 삼십육만 칠천팔백 개
꼼꼼하다 → 손톱 열 개 깎는 데 꼬박 20분을 투자한다
이렇게 쓰십시오. 이렇게 구체적으로 쓰십시오. 막연한 카피, 추상적인 카피, 관념적인 카피와 멀어지려고 애쓰십시오. 구체적인 카피는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 줍니다.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는 건 사진 한 장을 찰칵 찍어 카피와 함께 머릿속에 배달한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더 생생하게, 더 강렬하게, 더 오래 기억에 남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카피에 힘이 붙겠지요.
카피를 쓸 땐 연필로 쓰지 말고 송곳으로 쓰라고 두루뭉술하게 쓰지 말고 송곳으로 콕콕 찔러 쓰라고 무딘 카피는 허파를 건드려 하품이 나오게 하지만 뾰족한 카피는 심장을 찔러 탄성이 나오게 한다고 심장을 깊숙이 찌르려면 송곳을 쥐고 카피를 쓰라고.
글을 쓴다는 건 단어와 단어를 끊임없이 조합하는 행위입니다. 단어를 조합하여 문장이라는 것을 만들어 내는 행위입니다. 카피 역시 그렇습니다. 조합입니다. 조립입니다. 아이들이 장난감 레고를 조립하여 자동차도 만들고 비행기도 만들듯 단어를 조립하여 메시지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짧은 문장이 툭툭 이어질 때 독자는 그 글을 읽는 데 부담을 갖지 않습니다. 부담이 없으니 쉽게 경쾌하게 툭툭 읽어 나갈 수 있습니다.
썰어 쓰는 일은 광고 바디카피에만 해당하는 팁은 아닙니다. 수필이든 기사든 연설문이든 우리가 쓰는 모든 글은 가능하면 이 썰어 쓰기에 집착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글이 너무 자주 끊겨 감정 몰입에 약간 손실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게 썰라고 말하는 건 글은 읽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읽히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카피는 웅변이 아니라 대화
카피는 주장이 아니라 공감
카피는 강요가 아니라 설득
대중에게 이야기하지 말고 한 사람에게 이야기하십시오. 주장하지 말고 대화하십시오. 강요하지 말고 공감을 찾아 던지십시오. 공감을 무기로 설득하십시오.
집중력, 지구력, 구성력, 문장의 일관성과 통일성,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 하룻밤 새울 때마다 당신의 카피 근육에 차곡차곡 쌓일 것입니다. 이것들은 누가 가르쳐 줘서 배우는 게 아니라 홀로 씨름하면서 배워지는 것입니다.
광고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광고는 보고 싶어 보는 게 아니라 보이니까 보는 것입니다. 그것도 아주 짧은 순간 광고에 머물다 금세 눈을 옮깁니다. 그 짧은 순간에 소비자를 붙잡으려면 헤드라인의 뜻이 순식간에 눈에, 머리에 들어와야 합니다. 그래서 짧을수록 좋다고 하는 것입니다.
분리를 위해 필요한 무기는 관찰입니다. 늘 만나는 익숙한 단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뚫어지게 바라보면 어느 순간 보이지 않던 것이 보입니다.
국어사전은 책꽂이에 꽂혀 있는 날이 없습니다. 24시간 책상 위, 내 왼쪽 30센티 거리에 누워서 언제 있을지 모를 내 호출을 기다립니다. 또 한 권은 영한사전일까요?
아닙니다. 우리말 역순사전입니다. 단어 첫음절이 아니라 끝음절을 살펴 가나다순으로 배열해 놓은 사전입니다. 카피라이터에겐 눈물 나게 고마운 사전입니다. 우석대처럼 ‘대’로 끝나는 세 음절 단어 지렛대, 전봇대, 기상대, 곰방대, 신세대, 낚싯대, 단두대, 독무대, 무한대, 생리대, 아열대, 예컨대, 잠꼬대, 장독대, 돌침대, 청와대, 해병대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찾아 일러 주는 일은 국어사전이 할 수 없습니다.
머릿속에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이를 한두 줄로 간결하게 표현할지, 반복과 나열로 공감과 재미의 폭을 넓힐지 먼저 판단하십시오. 그런 후 연필을 드십시오. 그 판단은 내가 해 드릴 수 없습니다. 당신 몫입니다.
카피라이터는 두 가지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하나는 쓰는 일.
또 하나는 쓰는 일만큼 중요한 지우는 일.
이 두 가지 일을 다 해야 다 썼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카피라이터는 연필을 드는 시간만큼 지우개를 들어야 합니다.
입으로 쓰십시오. 읽는다는 느낌보다 누군가의 말을 듣는다는 느낌을 주는 글을 쓰십시오. 구어체는 익숙하고 간결합니다. 쉽습니다
카피 맛이나 힘에 걸림돌이 된다면 ‘은, 는, 이, 가, 을, 를, 의’ 같은 조사는 걷어 내도 좋습니다. 그쯤은 세상이 용서합니다. 구어체 카피 쓰겠노라 마음먹었다면 망설이지 말고 조사를 날리십시오. 특히 ‘의’라는 조사는 일본말 잔재이기도 합니다.
하나 중요한 팁은 접속사. 접속사는 가능하면 치워 버리십시오. 불필요한 접속사 하나가 리듬을 끊고 카피 호흡을 방해하고 카피를 처지게 만듭니다. 접속사로 문장과 문장을 연결할 땐 그것을 빼고 소리 내어 읽어 보십시오. 의외로 생략해도 좋은 문장을 자주 발견할 것입니다. 걷어 차 버리십시오.
카피는 송곳으로 쓰라고 했습니다. 송곳을 다 사용했으면 그다음 손에 들어야 할 것은 스푼입니다. 스푼 들고 아이스크림 퍼내듯 군더더기를 퍼내야 합니다. 송곳과 스푼 두 가지 무기를 다 사용한 후 카피가 끝납니다.
군더더기를 솎아 내려고 반복해서 글을 들여다보면 그전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변화를 원하신다면]이라고 쓴 카피. 처음엔 당연히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카피를 세 번쯤 들여다보다 [변화에 찬성하신다면]이라는 표현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자리에서 고칩니다. 군더더기를 찾다 생각지도 않은 덤을 얻는 셈입니다. 즉, 반복하여 들여다보기는 자연스럽게 퇴고 역할도 한다는 뜻입니다.
소비자는 무인도에 따로 살지 않습니다. 그들이 열광하는 것에 우리 제품을 갖다 붙이십시오. 인기, 유행, 관심을 훔쳐 오십시오
세상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당신 그렇게 대단하지 않습니다. 어깨에서 힘을 빼십시오. 머리에서 힘을 빼십시오. 힘을 빼고 연필을 드십시오. 카피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입니다. 영어로 말하면 make가 아니라 search입니다.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우리가 늘 쓰는 말, 우리 곁에 늘 놓인 말 중 지금 내가 표현하려는 것에 딱 맞는 것을 찾는 것입니다. 여기저기 두리번두리번 살피다가 이거다! 하는 것을 발견하면 그것을 잘 모시고 와 종이 위에 내려놓는 것입니다. 이게 카피입니다. 손이 아니라 눈으로 쓰는 것입니다.
좋은 투수가 되려면 폭투를 줄이십시오. 어깨에서 힘 빼고 던지는 카피, 카피를 받는 포수 손바닥에 편안함과 울림을 주는 카피, 힘이 아니라 공감으로 다가가는 카피, 내일부터 당신이 써야 할 카피입니다.
copy 지금 전화하세요! 이 멋대가리 없는 카피가 바로 꽝! 치는 카피입니다. 소비자는 착합니다. 전화를 하라고 하면 하고, 그런 말이 없으면 전화기를 들지 않는답니다. 행동을 유도하는 마무리가 있는 광고와 그렇지 않은 광고는 전화 건수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첫 줄에서 꽉, 마지막 줄에서 꽝!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바디카피의 리듬입니다. 바디카피 전체 흐름을 그래프로 그린다면 맨 앞쪽이 위로 솟아 있고 중간 부분은 살짝 내려와 잔물결로 가볍게 리듬을 타다가 맨 뒤쪽이 다시 한번 위로 치솟고 끝나는 그래프일 것입니다. 멋진 리듬을 지닌 그래프를 그린다 생각하시고 바디카피를 쓰십시오.
이것저것 적당히 섞어 만든 크리에이티브는 죽도 밥도 안 됩니다.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을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알리십시오. 세일 광고 헤드라인은 당연히 [70% 세일]이어야 하고 이 멋대가리 없는 카피가 눈에 가장 잘 띄어야 합니다. 잊지 마십시오. 소비자가 가장 열광하는 건 사랑도 우정도 애국도 애족도 애향도 아닌 내 이익입니다.
after 정품 정량이 아니면 주유소를 드립니다
넘버원은 시장을 크게 보고 나만의 길을 가는 것.
따라가는 브랜드는 넘버원에게 싸움을 자꾸 걸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
제품만 들여다보지 말고 시장을 살피십시오. 제품이 시장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에 따라 소비자에게 말 거는 방법이 달라집니다.
때로는 겁주는 카피를 생각하십시오. 우리 제품의 장점이나 효과만 나열하지 말고 우리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찾아올 무서운 결과를 알리십시오. 소비자 절반은 겁쟁이입니다. 겁쟁이는 겁을 줘야 반응합니다. 광고에서는 이를 위협소구(fear appeal)라고 합니다. 제약 광고에 자주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복통으로 아픈 배를 움켜쥔 모습이나 치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보여 주는 광고가 흔히 볼 수 있는 위협소구입니다.
광고는 카피 1과 비주얼 1이 만나 3을 만들어 내는 작업입니다.
나는 가장 좋은 광고는 가장 쉬운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기막힌 크리에이티브도 소비자가 그 광고를 2분 3분 뚫어지게 봐야 뜻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런 후에 ‘아니 이렇게 깊은 뜻이!’ 하며 감탄하고 감격한다 해도 그건 좋은 광고이기 어렵습니다. 돋보기 들고 광고를 들여다보는 소비자는 없습니다. 한눈에 척, 그야말로 한눈에 척 뜻이 전달되어야 합니다.
광고는 제품이 돋보여야 합니다. 카피라이터가 돋보이는 광고는 좋은 광고가 아닙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말하며 당연하지 않은 시도를 통해 당연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역발상입니다.
단발 광고 아이디어는 누구나 생각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편은 어떻게 가지?”라고 물을 때 대답하지 못한다면 그건 좋은 광고이기 어렵습니다.
제품을 띄우고 싶다면 제품을 찾는 소비자를 띄워 주십시오. 소비자를 잘난 사람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좋은 엄마, 멋진 남자, 훌륭한 사장이 되기 싫은 사람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