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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노의 에세이
그냥 그렸습니다 4
by
아르노
Nov 23. 2020
어느 정도 마구잡이로 추상화를 그리고 나니 남들이 더욱 공감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졌다.
처음으로 어떠한 취미를 더 배우고 싶어진, 떨리는 순간이었다. 나 나름대로는 설레기도 했다.
직장인 동아리도 있었지만 두 선생님께서 여러 사람 대상으로 봐주기에 나와 내 그림에 온전히 집중해서 가이드해주시지 않았다.
그래서 동네 화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회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화실이 있었다. 수업 시간 등 확인하기 위해 화실 사이트를 들어가 보니 ‘만료된 페이지’라고 떴다.
‘도메인이 만료될 만큼 예술에 집중하고 계시는구나’ 생각하고 전화를 했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이야기드렸는데, 무조건 기초 배우고 조각상부터 그려야 한다고 말씀하시기에 등록할까, 하지 말까 고민했다.
하지만 거리가 가깝고 수업 시간이 맞기에 한 달을 등록했다.
퇴근하고 화실에 가니 각종 조각상을 그리는 분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그리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많았다.
동네 반상회 느낌으로 다가 각종 과일을 가운데 두시고 도란도란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꽤 되었다,
“어이구 선생님 새로운 분 왔네요~”
깊숙이 위치한 방에서 머리가 반쯤 벗어지시고 화가 모자를 쓰신 선생님이 나오셨다.
뭔가 내공이 강해 보이는 겉모습과 같이 역시나 수업 스타일도 강하셨다.
내가 그리 싫어하던 선 그리기부터 시켰고 다음에 그릴 조각상들도 미리 알려주셨다.
“선생님, 저는 여행 가서 건물들을 묘사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 “아냐 기본은 이거야. 이것부터 그려야 해”
용케 안 그만두고 다녔다. 가장 큰 이유는 환불을 안 해준다고 해서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정해진 수업일과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한 달 동안 마음대로 가면 되었다.
처음에 재미없고 지루했던 조각상 그리기였는데, 정밀 묘사를 하며 형태감 등에 대한 기초 개념을 잡는 좋은 기회였다. 명암을 넣는 방법 등 여러 가지로 그림 스킬에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화실을 다닌 지 만 3주 정도 되었을 때, 조각상을 그리다가 옆 사람이 무엇을 그리는지 구경을 했다. 나의 그림이 아닌 다른 분들이 그림 그리는 걸 처음 봤다.
피렌체에 두오모 성당을 그린 그림이었고 이 그림이 바로 내가 그림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인 “여행 드로잉”이라 하시더라.
그래서 옆에 앉아 나도 연필로 살짝 따라 그려보았다. 너무 재미났다.
‘그래, 이거다’
등록 한 지 한 달이 지났고, 화실 선생님이 다비드 조각상을 들이미셔서 그만두었다.
사실 그동안 배우며 여러 스킬들과 시야를 넓히는 법을 배웠지만, 조각상만 그리다가 내 취미가 끝날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그만두면서 동시에 어떻게 그림 실력을 향상할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나와 같은 파트 회사 선배가 유튜브로 영어를 공부하는 걸 보고 유튜브에서 각종 그림 강의를 찾아보았다.
‘여행 드로잉’, ‘urban sketch’ 검색해보니 역시 유튜브에는 다 있었다.
여러 드로잉 작가들의 그림을 보고 따라 그렸다. 처음에 실제로 그 공간을 그리기가 어려워서 유명한 작가나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을 스크린숏을 찍어 놓고 따라서 그렸다.
그렇게 그리면서 그 작가의 시선과 연필 터치 등 작가의 스킬을 배웠다.
그리는 것에 더해서 길을 걷거나 운전할 때 내가 작가라면 어떻게 그릴지 큰 틀을 잡는 연습을 했다.
그림과 관련된 모든 습관이 재미났고 이로 인하여 다른 일상들이 덩달아 재미났다. 심지어 회사 일도!
[그때 당시 마구잡이로 그린 여행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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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취미
여행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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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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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투자하는 다독가입니다. 자본주의 생존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책에서 찾고, 그중 핵심 문장을 꾸준히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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