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아르노의 에세이
그냥 그렸습니다 5
by
아르노
Nov 23. 2020
계속해서 여행 드로잉을 그리며 정진하고 있는데, 어느 날 회사 동기들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야 우리랑 스페인 가자”
“갑자기?”
그렇게 나까지 총 3명이 계획에도 없는 여행을 하게 되었다.
친구들이랑 유럽 여행을 한다는 것보다 실제 갈고닦았던 여행 드로잉을 해본다는 생각에 설렜다.
그렇게 아무 옷이나 아무 짐 그리고 소중한 드로잉 도구들을 챙기고 떠났다.
[그때 당시 챙긴 드로잉 도구들]
같이 가자는 동기가 계획한 일정은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후에 바로 이비자로 넘어가 이틀 정도 있고, 다시 바르셀로나로 와서 가우디 투어를 하는 거였다.
그리고 마드리드로 넘어가 바로 스페인 남부 투어를 하고, 다시 마드리드에서 일정을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총 9박 10일의, 하루도 쉬는 날이 없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여행 당일 설레는 마음으로 공항에 도착하여 베어 브릭을 그렸다.
여행 때마다 가지고 다니던 일종의 상징적 물건인데 늘 날 지켜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인천공항에서의 첫 여행 드로잉]
처음을 여행 드로잉다운 여행 드로잉을 해보기 시작한 것이기에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아직 인천공항인데도 말이다.
혹시라도 같이 가는 친구들에게 그림 그리는 시간이 방해될까 빠르게 그리기 위해 작게 그렸다.
‘A6 사이즈의 1/8 정도로 그려야지’라고 나 스스로 결정하였다.
여행이 끝나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친구들은 내 그림 그리는 시간이 거슬리지 않았다고 한다.
자기들 나름대로 글을 쓰고 여유를 부릴 시간이 필요했다고 하더라.
이럴 줄 알았으면 크게 크게 그릴 걸 그랬다.
우리는 인천공항에서 바르셀로나로 넘어가기 전 로마에서 잠깐 경유하기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비행기가 너무 늦게 연착하는 바람에 로마에서 본의 아니게 1박을 하게 되었다.
여유로운 여행 계획을 가진 여행자들이었다면 굉장히 재미난 상황이겠지만, 바르셀로나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1시간 후에 이비 자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 우리에겐 너무나도 가혹한 상황이었다.
여행 첫날부터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아무리 공항 측에 항의해봤자 소용이 없었고, 대신해서 3명 각각 묵을 숙소에 아침 식사를 제공해주겠다 했다.
이비자행 비행기에 그날 숙소비 등 비용을 비교하면 완전 우리가 손해였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우리 계획에도 없던 로마에서의 갑작스러운 오전 일정이 생겼다.
어쩌지? 어쩌긴 어째 그냥 현재 상황을 즐기면 되지!
일어나자마자 무작정 콜로세움으로 버스를 타고 달려갔다.
다들 틀어진 계획 탓에 예민해진 표정이었지만, 이내 곧 콜로세움을 직접 보자 마음이 다 풀린 듯했다.
그리고 난 갑작스럽게 방문한 로마에서의 추억을 그림으로 그렸다.
[로마 여행 드로잉]
여행을 가면 정말 행복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곰곰이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두 가지 이유였다.
평소에 아끼던 돈을 계산하지 않고 펑펑 쓰고, 그날그날을 그림으로 남겼기 때문인 것 같다.
여행을 가면 갑작스러운 상황들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을 드로잉을 통해 긍정적이고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여행 첫날 이 부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행복했던 로마의 짧은 오전 일정을 마치고 바르셀로나로 넘어갔다. 그리고 다시 예약한 이비자행 비행기에 바로 몸을 실었다.
이비자 섬에 대해서는 각종 소문을 들었기에 3명 모두 상당히 흥분해있었다.
각자 다른 이유였지만, 일단 나는 ‘어떤 그림을 그릴까’로 흥분해있었다.
도착해보니 여기저기 클럽이 있을 거라는 생각과는 다른 이미지를 가진 섬이었다.
잔잔한 항구 도시였다.
잔잔했지만 우리는 얼른 숙소로 가 짐을 풀었다. 그리고 예약해 둔 클럽들을 가서 DJ들의 음악을 들으며 술을 마시고, 이비자의 문화를 경험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추억을 그림으로 남겼다.
나에게 이비자는 조용하고 한적한 항구도시였고, 아직도 그 밤의 잔잔한 물결이 기억에 남는다.
[이비자 여행 드로잉]
이비자 섬의 두 번째 드로잉에서 색깔이 일부분만 칠해진 이유는 바르셀로나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급하게 숙소에서 나와야 했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실제 그 장소에서는 연필과 펜으로만 그림을 그리고 색은 그곳을 찍어둔 사진을 보고 나중에 숙소에서 칠하곤 한다.
색은 뭔가 오랜 시간 그곳을 바라보며, 마음 편히 칠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색을 칠할 시간이 부족했기에 사진을 보며 느낌 있는 부분만 칠했다. 그렇기에 또 다른 스타일의 그림이 그려졌다.
여행을 하며 만들어진, 사소한 모든 일들이 그림의 일부로 남게 된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하여 주위를 쭉 둘러보았다.
여행 드로잉을 하면 확실히 그곳의 풍경이 가볍게 사진을 찍는 거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곳을 구석구석 표현하기 위해서 적어도 30분 이상 바라보면서 그림을 그리기 때문이다.
쭉 보니 바르셀로나는 나에게 무채색의 도시였다. 그림에 색이 그다지 필요 없어 보였다.
그래서 펜과 연필로 기억에 남는 건물들을 그리며 다녔고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다양한 스타일의 그림들을 내 마음대로 그렸다.
[바르셀로나 여행 드로잉]
각각의 여행지마다 본인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은 다를 것이다.
이는 각자의 스타일로 여행 드로잉에 녹아든다. 느낀 대로 표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바르셀로나의 구석구석을 그리며 다녔고, 가장 기억에 남는 가우디의 “카사 바뜨요” 경우에는 한 페이지를 다 차지하게 그렸다.
[카사 바뜨요 여행 드로잉]
그리고 이어서 스페인 남부 투어를 하며, 스페인 여행을 마무리하였다.
[스페인 남부 여행 드로잉]
그동안 연습했던 여행 드로잉을 여행지에서, 스스로 ‘작가’라 생각하며 그리고 다니는 첫 경험이었다.
여행의 의미를 다시금 찾았으며 내 안에서 그림에 대한 영역이 더 확고히 자리 잡게 되었다.
같이 간 친구들에게도 그린 그림을 다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여행 중 그 어떤 선물보다 고마워하는 친구들의 표정을 보니 또 다른 뿌듯함이 느껴졌다.
여행 드로잉은 나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선물이 되었다.
keyword
여행드로잉
여행계획
여행
3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아르노
도서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회사원
직접 투자하는 다독가입니다. 자본주의 생존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책에서 찾고, 그중 핵심 문장을 꾸준히 모으고 있습니다.
팔로워
607
제안하기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그냥 그렸습니다 4
그냥 그렸습니다 6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