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문장] 심리계좌

by 아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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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집은 심리계좌에 들어 있는 심리적 자산일 뿐 내 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1.

돈이 없어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한다는 중압감과 압박감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우리는 정작 매일매일 잡동사니 소비로 버리고 있는 돈은 무시한다. 이런 소비들이 내 평생에 걸쳐 일어난다고 했을 때 그 총합은 상상 이상으로 커진다. 잡동사니를 많이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보관과 유지를 위한 고정비가 늘어나고 이 고정비는 매달 꼬박꼬박 발생하기 때문이다. 잡동사니를 모시고 사느라 집이 좁다고 5평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고 해보자. 평당 1000만 원이라고 해도 5000만 원이 필요하다. 이 돈을 은행에 넣으면 한 달 이자로 20만 원이 나온다. 만약 이 5000만 원을 빚으로 충당한 경우라면 이자까지 물어야 한다. 넓은 집이라 더 내야 하는 관리비까지 더하면 한 달에 25만 원을 잡동사니를 보관하느라 지불하는 꼴이다. 이 돈을 10년 동안 저축한다면 자녀의 대학등록금도 충당할 수 있다.


2.

이 금액은 당장 쓸 수 없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 이 금액이 단순히 심리계좌의 숫자가 아닌 내 돈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 스스로 수익을 발생시켜야 한다. 집이나 땅의 호가만 오른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통장에 실제로 찍히는 수익이어야 의미가 있다. 수익을 발생시키지 않으면 실제 자신의 생활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살고 있는 아파트, 시골에 있는 땅은 모두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

둘째, 돈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지 여부다. 당장 500만 원이 필요한데 꺼내 쓸 수 없다면 이것은 내 돈으로써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물론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이건 공짜가 아니라 이자를 내야 한다. 부동산은 보유하고 있는 동안 필요할 때 현금화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내 돈으로 보기 어렵다.

셋째, 소유하고 있을 때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수익을 만들지 못하더라도 지출을 일으키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자산의 경우 보유하는 동안 각종 세금으로 지출이 발생한다. 돈을 보태줘도 시원찮은 판에 돈을 빼앗아가는 것이다.


3.

비싼 집에 살고 있으면 그만큼 부자인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것은 자산의 잘못된 계산에서 비롯된 오류다. 부동산은 심리적 자산이지 꺼내 쓸 수 있는 돈으로써의 자산, 즉 '내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내 돈의 조건을 가지고 따져보자. 첫 번째 조건, 내가 살고 있는 집이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는지 여부다. 집값이 올랐다고 해도 통장에는 돈이 불어나지 않는다. 집은 내가 주거용도로 사용하는 것으로 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을 뿐이다. 두 번째 조건, 꺼내 쓸 수 있는지 여부는 어떠한가? 내 돈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지만 집은 그렇지 못하다. 베란다만 떼서, 화장실만 떼서 팔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급하게 돈이 필요하면 담보로 대출을 받는 수밖에 없다. 아무리 비싼 집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돈이 필요할 때마다 빚을 내야 한다면, 집이 없는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 세 번째 조건, 집은 더군다나 비용을 발생시킨다. 그리고 이 비용은 부동산 규모가 클수록 더 커진다. 큰 집에 살수록 관리비를 더 내야 하고 시골에 가지고 있는 땅이나 산은 넓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 더구나 이 비용들은 내가 돈이 없다고 내지 않아도 되거나, 절약하고 아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매달 또는 매년 꼬박꼬박 내야 하는 고정지출이다. 돈을 보태주기는커녕 뺏어가는 자산이다. 더구나 이런 고정지출은 가정에 재무적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커다란 짐이 될 수 있다. 맞벌이를 하다가 외벌이가 되는 경우, 경제적 가장이 실직을 하는 경우 수입이 급감하게 된다. 그럼에도 부동산에 따른 비용을 감당하느라 빚이 늘어날 수도 있다. 자산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빚을 늘리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4.

집을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집값 폭등을 부러워했고, 언론과 재테크 책은 이를 부추겼으며, 그래서 빚을 지더라도 집을 샀다. 돈을 벌어야겠다는 욕망, 부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나쁜 것은 아니다. 누구도 그 욕망과 바람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집값 상승=자산 증식'이 착각이라는 것,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심리계좌에 들어 있는 심리적 자산일 뿐 내 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집값이 오른다 한들 내 마음속 심리계좌만 불렸을 뿐 정작 나에게는 '하우스 푸어'라는 달갑지 않은 현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5.

내가 부담해야 할 총 비용은 고려하지 않고 혜택이나 이익에만 집중하는 것은 심리계좌의 특성이다.


6.

전쟁에서는 총알이 떨어지면 끝이다. 투자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전투가 한창인 전장에서 총알이 간당간당한 사람에게 보급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고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빚으로 하는 투자는 자산 가격이 다시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빚으로 투자하는 경우 자산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반드시 이익을 본다고 말할 수도 없다. 사람들은 정해 놓은 원칙보다는 주변 상황에 더 휘둘리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운이 좋아 시장이 오른다고 가정해보자. 높은 수익률에 고무된 투자자는 보너스를 타면 마이너스 통장을 갚기보다는 오히려 그 돈으로 투자금액을 더 늘릴 가능성이 높다. 이러면 주식이 올라 자산이 늘어났을지는 몰라도 이자 비용 또한 계속 늘어난다. 더군다나 오른 주식은 아직 현금화되지 않았다. 언제 떨어질지도 모른다.


7.

바람직한 인생 이모작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필요조건이 있다.

첫째, 빚이 없어야 한다. 빚이 있으면 원금과 이자 상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많이 벌어야 한다. 아무리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빚이 있으면 밤을 새며 일을 해서라도 빚을 갚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생 이모작은 배부른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둘째, 지출 규모가 작아야 한다. 고정지출이 많거나 자녀에게 들어가는 돈이 많다면 역시나 선택의 여지는 없다. 지출 규모를 줄이고 여기에 맞춰 사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만 은퇴 후 직업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8.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을 가지기 위해서는 현재의 안정감이 필수 조건이다. 이런 의미에서 커다란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 주는 1년 치 생활비통장의 효과는 매우 크다. 이 통장이 있다면 삶에 대해 낙관적 기대를 할 수 있고, 희망을 품고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어떻게 돈을 써야 행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여유가 생기고, 돈 쓰기에 자신감을 갖게 되어 돈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이제 우리의 모든 저축 목표는 통장에 항상 1년 치 생활비를 넣어 놓는 것으로 수렴하면 된다.


9.

복리가 마법이 되기 위해서는

첫째 수익률(또는 이자율)에 변동성이 없어야 하고,

둘째 그 수익률이 높아야 한다. 그러나 변동성이 없는 상품은 당연히 수익률 즉 이자율이 낮다. 이자율이 낮다면 30년 복리로 돈을 불린다 해도 그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 세상에는 변동성도 없고 이자도 높은 금융상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복리의 마법은 금융업계가 서민들을 위해 만들어낸 판타지일 뿐이다.


10.

결국 장기투자라고 하는 것은 얼마나 오랫동안 투자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투자하느냐의 문제다. 똑같이 20년을 해도 주가가 고점을 찍고 있을 때 투자한 것과 바닥을 찍고 있을 때 하는 것은 그 결과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렇다면 투자 성공의 열쇠는 결국 주가의 고점과 바닥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자신 있게 시장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공부한다고 그걸 알 수 있다면 대학 교수나 공부 열심히 하는 전업 투자가는 다 성공해야 한다. 불행히도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11.

적립식 투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있어야 한다.

첫째, 시장이 하락한 후 반드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둘째, 더 많이 하락할수록 이익은 더 크기 때문에 하락했을 때 절대 팔면 안 된다.


12.

적립식 투자는 더 많이 하락하면 하락할수록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 하락의 공포심을 극복하고 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하는 배포 두둑한 투자자는 그리 많지 않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적립식투자를 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가 납입을 중단한다. 그들이 인내심이 없거나 적립식투자의 이점을 몰라서가 아니다. 공포심을 극복하고 내 돈을 까먹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인내하는 것은 이 실험의 결과처럼 뇌가 손상되어서나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13.

무엇보다 당장 돈을 써야 하는 일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투자할 돈은 그리 많지 않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 투자전문가들은 앵무새처럼 "시장의 등락에 동요하지 말고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떠들면서 장기투자를 못하는 것이 마치 개인의 조급함 때문인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개인에게는 오랫동안 기다릴 수 있을만한 돈이 원래 없다. 당장 돈 쓸 일이 즐비한데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겠는가? 또 투자한 돈이 얼마 되지 않으니 만약 투자에 성공한다고 한들 성공의 대가가 그리 크지 않다. 결과적으로 투자하기 전이나 투자에 성공한 후나 내 삶이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평생 짊어지고 갈 돈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는 돈이라도 일단 투자를 하면 까먹을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고 주식시장의 오르내림에 나의 하루하루 기분이 좌우된다. 투자를 하겠다고 결정하기 전에 그런 삶이 과연 나에게 행복할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14.

욕망을 채울 만큼 충분한 돈은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금 이 욕망을 실현해도 또 다른 욕망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지금의 욕망에서 조금은 더 수월하게 자유로워질 수 있다.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한 노력 이전에 내가 잘 적응하지 않는 것들, 질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행복과 만족을 느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찾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알아야 나와 내 가족이 지속적으로 행복해지는 것에 돈을 쓸 수 있고, 결과적으로 돈으로 욕망만 살찌우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사는 것이 가능해진다.


15.

과연 비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비교의 대상을 소득과 소비로 한정 짓는다면 불가능하다.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쓸수록 비교의 대상이 되는 준거집단도 함께 높아지고 그 결과 다시 또 비교하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득과 소비를 비교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것이 내 삶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야 한다. 돈이 아닌 가치 있는 다른 무언가를 찾고, 그것을 삶에서 실현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하면 행복한지 아는 사람들은 돈으로 삶을 평가하거나 남과 비교하려 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삶에 자신감과 자존감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타인이 얼마를 버는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지를 비교하지 않는다.


16.

기본적인 생계, 이것은 사람들마다 처한 환경과 생각하는 가치관에 따라 다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생각하는 기본적인 삶이란 무엇인가다. 이것을 알게 되면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도 알 수 있다. 만약 이런 기준도 없고,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면 그저 막연히 돈이 많은 삶만 동경하게 되고 '저녁'보다는 돈을 택하게 된다. 비록 돈이 있다 하더라도 주체적으로 돈을 활용하지 못하고 그저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돈을 쓰면서도 내가 정말 잘 쓰는 것인지 자신이 없어 불안하고 두렵다. 스스로의 의지와 욕구로 돈을 통제하지 못하니 늘 돈에 끌려 다니고 삶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잃는다.


17.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많이 벌까를 고민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욕망하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노력할 때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게 되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가지게 되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18.

넓고 다양한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만들어간다는 건 그 어떤 보물을 찾는 것보다 기쁜 일이다. 오늘도 나는 내 인생이라는 지도에서 그 보물을 찾는 탐험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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