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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문장] 소득의 미래

by 아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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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수익의 증가 속도가 경제성장 속도보다 더 빠르면, 근로소득 증가 속도는 경제성장 속도보다 느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본수익을 얻은 사람들은 다시 자본에 투자해 더 높은 수익률을 만끽할 수 있지만, 근로소득을 얻은 사람들은 대부분 생계비로 지출하고 만다. 자본을 가진 사람은 점점 자본이 쌓여가고, 근로소득으로 이를 따라가는 일은 불가능해진다.

1.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평평해졌지만, 각 국가 내부 소득 분포는 더욱 울퉁불퉁해졌다. 국가간 격차는 줄었고 개발도상국 중간 계층과 선진국 하위 계층 사이 격차는 줄고 있다. 그러나 각 사회 안에서 소득 격차는 오히려 빠르게 커졌다.


2.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 에서 현대 자본주의가 ‘세습 자본주의’로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자본소득을 얻은 사람들이 다시 더 큰 자본을 형성하게 되며 근로소득으로는 이를 뛰어넘을 수 없게 된다는 진단이었다. 당연한 이야기다. 경제성장의 과실은 자본의 몫과 노동의 몫으로 나뉘어 귀속된다. 그런데 자본수익의 증가 속도가 경제성장 속도보다 더 빠르면, 근로소득 증가 속도는 경제성장 속도보다 느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본수익을 얻은 사람들은 다시 자본에 투자해 더 높은 수익률을 만끽할 수 있지만, 근로소득을 얻은 사람들은 대부분 생계비로 지출하고 만다. 자본을 가진 사람은 점점 자본이 쌓여가고, 근로소득으로 이를 따라가는 일은 불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자본을 세습받는 것 이외에는 자본을 형성할 방법이 없어진다는 게 피케티의 이야기다.


3.

자본은 이제 노동자를 가까이 두고 싶어하지 않는다. 기술이 발전해서다. 이제 노동자가 기계 옆에 늘 붙어 있지 않아도 충분히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4.

한때 우리는 ‘샌드위치 위기론’에 시달렸다. 고부가가치화에 성공한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 경제가 위에서 버티고, 값싼 인건비 위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중국 경제가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면 중간에 있는 한국 경제는 설 자리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미국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는 논리는 역설적으로 미국과 일본보다 값싼, 중국보다 고부가가치화한 산업을 가진 나라라는 장점을 표현한 셈이었다. 결과를 놓고 보면, 샌드위치 신세는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었다. ‘샌드위치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우리 기업들은 막대한 부를 빨아들였다. 그렇게 만들어낸 부가 1인당 국민소득을 20년 사이 세 배로 밀어올렸다.


5.

우리가 미국에 있던 자동차 공장, 유럽과 일본에 있던 조선소를 운영하며 그들이 가졌던 생산 노하우를 거의 완벽하게 흡수하고 더 나은 방식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처럼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도 빠른 시일 안에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압축 성장한 것처럼 인도와 방글라데시도 압축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압축의 밀도는 과거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상황은 지식과 기술을 설계도에 써 놓고 금고에 모신 뒤 잠가둘 수 있던 과거와 다르다. 지식은 이제 독점할 수도 없고 그것의 이전을 막을 수도 없다. 그 속도와 폭은 이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클 것이다.


6.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 에서 이미 ‘영원한 고용’이 보여주고자 하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증명했다. 그는 자본수익률(r)이 경제성장률(g)보다 높은 것이 자본주의의 일반적 경향이라고 했다. 서유럽에서 1930년~1945년만이 예외였다. 만일 그렇다면, 다른 모든 소득증가율은 늘 경제성장률보다 낮다. ‘영원한 고용’ 프로젝트 역시 재단을 세워 기금 운용 수익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영원한 고용은 역설적으로 자본수익률(r)에 기대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노동 몫의 성장률은 경제성장률(g)보다 높을 수 없다는 게 피케티가 지적한 진실이다.


7.

‘영원한 고용’은 결국 월급의 진실을 보여준다. 월급, 즉 임금은 사실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 낸 부를 나눠 갖는 한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노력한 만큼의 보상’ 또는 ‘성과에 따른 공정한 월급’이라는 개념은 완전한 환상인지도 모른다.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월급의 성격은 점점 더 성과에 대한 보상에서 공유 부의 분배로 변해갈 것이다.


8.

1982년 세계 최대 기업이던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는 당시 657만 명을 고용했다. 2017년 세계 최대 기업이던 애플은 12만 3천 명, 2위이던 구글은 8만 8천 명을 고용했을 뿐이다. 기술혁신은 과거와 같은 일자리 중심의 분배 시스템을 깨뜨리고 있다.


9.

유산은 조건 없는 고정된 소득이다. 그 소득이 확보되었을 때, 울프는 비로소 창작 활동에 전념해 위대한 작가로 올라설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조건 없는 소득은 자유롭고 창조적인 활동의 기반이 된다.


10.

볼링에서 핀 열 개를 넘어뜨리기 위해 모든 핀을 한꺼번에 겨냥할 필요는 없다. 하나의 핀을 넘어뜨리면서 가장 많은 수의 핀을 한 번에 건드릴 수 있는 핀을 찾아 먼저 겨냥하는 게 좋은 전략이다. ‘킹핀’ 전략이다.


11.

기술혁명이 가져온 풍요의 시대는 우리에게 ‘일’과 관련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질 것이다. 자동화로 인간의 일이 상당 부분 대체되고 나면, 인간에게 남는 고유한 일이 과연 무엇인지를 우리는 묻게 된다. 로봇을 돕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인지, 로봇보다 인간이 더 싸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인간이 찾아야 하는 것은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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