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와 덕이 풍부한 사람에게 기회가 오는 것이지, 기회를 위해서 지와 덕을 쌓는 사람은 이미 기회도 놓친 것이다.
1.
우리는 지금까지 ‘토양’을 무시한 채 씨앗만 잔뜩 던져두고 많이 거두기만을 바랐다. 땅을 제대로 갈지 않고 씨를 뿌리면 조금만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씨앗이 유실돼 싹조차 틔우기 어렵다. 오랫동안 토양은 그대로 둔 채 왜 뿌린 씨에 비해 거두는 것이 적으냐며 아이들을 닦달해온 셈이다. 그물망 공부법은 모든 공부의 기반이 될 토양부터 갈게 하는 공부 방법이다.
2.
나는 피에르의 말을 들으며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도 탁월하게 만능으로 잘하는’ 학생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공부를 힘들여 배우는 것이 아니라 미술 작품처럼 ‘감상’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공부를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으로 느낀다는 말이다.
3.
예술적 안목이 높은 사람들이 세계적인 거물이 되기 쉬운 이유는 예술적 안목이 있으면 세상의 작은 현상 하나도 그동안 배운 여러 지식의 그물망과 저절로 합쳐져 놀라운 판단 능력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4.
예술적 안목을 갖추면 책, 신문, 잡지 등에서 읽은 것, TV나 인터넷 동영상에서 본 것, 언젠가 누군가에게 들은 것, 스스로 공부한 것 등에서 사소한 힌트 하나만 얻어도 머릿속 지식 그물망을 무섭게 확장시킬 수 있다.
5.
인텔리란 세상을 보는 안목이 로마 귀족들이 보물로 여긴 크리스털 꽃병처럼 까다롭고 정교하며 귀는 여우의 귀처럼 예민해서 바람 소리에서도 명상의 의미를 들을 줄 알고 코는 소믈리에처럼 하나의 물질 속에 섞여 있는 모든 향기를 따로따로 갈라 맡을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6.
누구든지 하나의 문화를 자기 것으로 채택하면 나이 든 후에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시작해도 금세 공부의 그물망을 형성해 이미 알던 지식과 새로운 지식을 연결해서 지식의 놀라운 팽창을 가져올 수 있다.
7.
어떤 과목이건 이런 식으로 관련 분야의 역사를 스토리로 접한 다음 본 공부에 들어가면 머지않아 관련 분야의 지식 그물망이 형성되고 다른 분야로까지 이어진다. 그리하여 시험공부에서 해방되고 여유를 즐기면서도 잘나가는, 방대한 지식 그물망을 지닌 토털 인텔리가 될 수 있다.
8.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철학자 제롬 가르생은 저서 『새로운 신화』에서 스마트폰의 가장 큰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모든 사람이 너무 길을 쉽게 찾게 해주고, 인생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답도 너무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주어 사람들이 타인에게 질문 던질 겨를이 없어졌다고. 그리하여 더는 길을 잃는 바람에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경이로움을 놓치게 한 것이라고 말이다.
9.
세상은 또한 토털 인텔리에게 리더가 되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앞으로는 이런 사람들에게 더 큰 경제적 부와 사회적 명예가 따를 것이다. 지와 덕이 풍부한 사람에게 기회가 오는 것이지, 기회를 위해서 지와 덕을 쌓는 사람은 이미 기회도 놓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