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내실을 다질 수 있습니다. 바로 노트 쓰기를 통해서죠. 어디에서든 언제든 우리가 노트를 펼치는 순간, 바로 나와 직면하게 됩니다.
1.
번득이는 천재가 드러나는 순간은 결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게 아닙니다. 오랜 노력 끝에 병아리가 달걀 껍데기를 깨고 나오듯 어느 천재에게나 부리로 톡톡 쪼는 노력의 시간이 존재하는 법이니까요.
2.
갑자기 떠오르는 무의식은 어떤 과학적 진실이나 철학적 진리를 발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3.
헬름홀츠처럼 스스로 다른 사람을 떠올려 창조적 생각을 얻든, 신으로부터 얻든, 모든 사람에게는 창조적 생각이 떠오르는 계기가 있고 때가 있습니다. 세계적인 학자와 과학자들이 경험으로 이 같은 사실을 증명해주는데요. 그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아침 5시부터 7시 사이, 그리고 정오 근처인 11시부터 1시 사이, 저녁에는 5시부터 7시 사이에 창조적 영감을 가장 많이 얻는다고 합니다. 사실 이 시간대는 참 애매합니다. 아침 시간은 대체로 단잠을 더 자려고 이불을 덮어쓰고 베개와 씨름하는 시간이고, 점심 무렵은 친구들과 한가로이 점심을 먹으며 노닥거릴 시간이며, 저녁 시간은 퇴근하느라 막힌 길에서 한숨을 쉬면서 신경 쓸 시간입니다. 현대인들은 참 가엾습니다.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창조적 영감이 도래하는 그 귀한 시간을 별 볼일 없는 행동으로 소모하고 있으니까요. 이를 극복할 팁을 하나 드릴게요. 어떤 경우든 영감이 떠오를 때 바로 받아쓰도록 노력하세요. 항상 노트와 펜을 들고 다니세요.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재빨리 적어놓으세요. 그것이 낙서든 경구든 숫자든 시의 한 구절이든 상관없습니다. 누군가의 농담이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 가사든 모두 좋습니다. 여러분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면 무조건 기록하세요.
4.
인생은 굴곡이 있어 아름답습니다. 굴곡은 이야기를 만들어주니까요. 인생은 흠이 아름다운 결로 탄생할 때 격이 높아집니다. 인생역전의 스토리가 만들어집니다. 만신창이가 되어 바닥을 뒹굴다가도 독수리가 날갯짓을 하듯 날아오르는 것, 바로 거기에 인생의 맛이 있습니다. 아무리 무시당하고 또 당해도 우리는 스스로를 지켜내기만 하면 결국은 다시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인생 역전이지요. 그렇다면 어떤 도구가 있어야 나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까요? 어마어마한 돈일까요, 높은 지능지수일까요, 숨 막히는 외모일까요? 저는 자기 자신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로서 ‘성찰’을 들고 싶습니다. 남들의 평가가 아닌 자신만의 평가,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 이것이야말로 삶의 품격을 유지하고 높여줍니다.
5.
조용한 시골 생활은 칸트에게 근면성을 길러주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여러 연구의 개요를 머릿속에 그렸고, 그중 많은 부분은 거의 완벽하게 구상했습니다. 특히 1754년 이후 몇 년 사이에 그는 많은 양의 글-한 편씩 때로는 여러 편씩-을 발표했습니다. 칸트는 수집광으로도 유명합니다. 지식의 발전에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모든 학문 분야의 논문과 저서-비록 그것이 잡문에 불과할지라도-를 부지런히 수집했거든요.
6.
자기 자신에 대한 진지한 탐험은 자기 밖에서 자기를 들여다보는데서 출발합니다. 안에서는 전체를 볼 수 없어요. 우리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메타인지meta cognition적 활동을 많이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혼잣말하기’인데요. 하루 종일 아무도 만나지 않아도 우리는 끝없이 말을 합니다. 적어도 자신과 말을 합니다. 그러나 그 말들은 순간순간 허공으로 날아갑니다. 만일 우리가 그 혼잣말을 다시 들여다볼 수만 있다면 우리는 아마 자기 자신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노트의 힘이 발휘됩니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기록해놓은 노트를 다시 찬찬히 읽다 보면, 우리는 지난 생각 속에 일관되게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사람을 찬찬히 살펴보세요. 자신이 추구하는 사람과 실제의 차이를 적나라하게 보아야 합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진정한 자기다움의 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역사에 이름이 남든 남지 않든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바로 ‘나’라는 보석,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고유한 존재, 역사를 통틀어도 다시는 이 지구상에 오지 않을 그 유일한 존재로서의 나를 확실히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위대한 일입니다. 철학자들은 이것을 ‘실존’이라고 부릅니다.
7.
우리는 누구랄 것도 없이 일상의 분주함에 사로잡혀 며칠이고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지낼 때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계단을 오르려면 그 계단 앞으로 인도할 무엇인가가 필요한데요. 그것이 바로 노트입니다. 며칠이 지났어도, 생생하게 생각하고 고민했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기억의 메신저가 노트입니다.
8.
기록은 언제 우리가 멈추었는지를 알려줍니다. 그리고 그 멈춤이 얼마나 아픈 것인지를 일깨웁니다. 우리는 기록을 다시 읽으며 멈춘 자리에서 다시 일어날 용기와 방법을 생각하게 됩니다. 기록은 지속에 의해 지속됩니다. 동시에 기록은 지속을 지속시킵니다.
9.
전쟁의 와중에도 이순신 장군은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습니다. 그것이 바로 『난중일기』지요. 여기엔 날짜와 날씨가 정확히 쓰여 있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날에는 그저 “관가에 나와 일을 보았다”라는 짧은 문장이 쓰여 있습니다.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전시에 그는 집요하게 일기를 기록하며 마음을 잡았습니다. 그에게 이 기록은 전투의 의지를 지속시키는 거룩한 예식과 같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10.
우리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내실을 다질 수 있습니다. 바로 노트 쓰기를 통해서죠. 어디에서든 언제든 우리가 노트를 펼치는 순간, 바로 나와 직면하게 됩니다. 나의 고민, 나의 문제, 나의 결점, 나의 불행… 이런 모든 것이 들어 있는 나만의 노트. 이것을 들고 있는 한 우리는 어느 광장에서든 금세 내실로 순간 이동할 수 있습니다. 차분하게 내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나에게 과연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게 될 겁니다. 이 같은 성찰이 습관화된 사람이 광장에 설 때, 비로소 우리는 그 진정성에 감탄하게 될 것입니다.
11.
노트는 점점 두꺼워지고, 표지가 낡아가면서 우리를 격려한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는 신호다. 그것은 손으로 느낄 수 있는 건강한 신호이고, 믿음직한 신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