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고 계속 걷는 것, 그 시간 동안 나를 돌아보며 재정비하는 것. 그것이 투자의 마라톤을 완주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1.
지금 나보다 훨씬 앞서 있는 그들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현재에 도달했음을 상기하자.
2.
어차피 이 돈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라는 치료기법을 인용해 설명해보겠다. 그 치료기법에는 역설의도라는 방법이 있다. 이는 두 가지 기본 가설을 전제로 하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 마음 속의 불안이 실제로 두려워했던 일을 현실로 만든다. 둘째, 지나친 주의집중은 오히려 원하는 일을 불가능하게 한다. 불안이 과도해지면, 그 두려움으로 인해 비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거나 하지 않았을 실수를 반복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실제로 나쁜 일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신기하게도 이 이론은 주식투자를 하는 우리의 모습에 정확히 반영된다. 종일 주식 창을 들여다보면 돈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자꾸 실수하게 된다. 장기 투자를 하기로 그렇게 맹세해놓고 사고팔기를 반복한다. 이것은 의지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노르에피네프린의 과잉과 편도체의 과도한 활성이 전두엽의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10% 더 불안해지면 전두엽의 판단력과 계산적 사고, 통합적 수행 능력이 10% 떨어진다. 즉, 불안이 심해질수록 멍청해진다는 것이다. 돈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과도한 걱정이 불안감을 높이고 이러한 집착이 하루 종일 주식 창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더 불안해지고 결국 비이성적인 실수를 하게 된다. 즉, 오래 쳐다볼수록 바보 같은 짓을 할 확률도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3.
역설이론을 대입하면 그 치료법은 다음과 같다. 돈을 잃는 게 너무 두려워서 불안을 통제할 수 없다면, 차라리 돈을 다 잃었다고 생각해라. 그렇다면 원금을 전부 포기하라는 말인가? 그게 아니다. 불안이 야기할 2차, 3차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 애초에 이미 돈을 다 잃은 상태라고 생각함으로써 뇌를 속이자는 것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불안이 중첩되고 계속 쌓이는 것은 막을 수 있다.
4.
어렵겠지만 평소부터 가급적 ‘주식계좌에 있는 돈은 내 돈이 아니다’라고 머릿속에 생각을 심어야 한다. 실제로 돈을 잃어도 상관없어서가 아니라 그 돈에 집착함으로써 낭비하는 에너지와 시간을 아끼자는 뜻이다.
5.
현명한 투자자는 절대 결과론에 빠져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그들은 항상 현재와 미래를 주시한다. 이미 놓친 종목을 아쉬워할 시간에 좋은 종목을 또 놓치지 않기 위해 온 신경과 에너지를 집중한다.
6.
작은 성공에 취해서 자신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정작 깊게 반성해야 할 큰 실수에 대해서는 별 것 아니라며 무시해버린다.
7.
중요한 것은 항상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적응해야 한다는 점,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 배우려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8.
수백 번 반성하며 내 해마체와 편도체에 새로운 습관을 새기는 것만이 다음 번 실수를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9.
아무런 반론 없이 상대방의 말을 듣기만 하는 훈련을 해보자.
10.
‘많이 떨어졌으니 곧 오르겠지!’라니. 이 얼마나 안일한 생각인가. 이런 생각을 자주 하는 부류가 또 있다. 바로 카지노의 도박 중독자들이다. ‘이번에 홀수가 나왔으니 다음엔 짝수가 나올 확률이 높겠지’라고 생각하는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를 범한다. 이미 지나간 사건은 현재의 확률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데도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인지 오류다. 만약 홀수가 10번 연속 나왔다고 하더라도 다음번에 짝수가 나올 확률은 여전히 50%다.
11.
딱 한 번 투자하는 게 아니라면,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정석을 따라야만 한다.
12.
이미 산 주식이 폭락했다면, 조용히 주식 창을 닫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불안과 패닉에 빠진 당신은 이미 전두엽의 통제권을 잃었다. 냉정한 판단도, 합리적인 계산도 이미 못하는 상황이다. 손이 떨리고 숫자도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경거망동을 할 바에는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낫다. 빵을 먹으면서 탄수화물과 당을 보충하도록 하자.
13.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이 하루하루 발전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자기가 한 실수를 잊지 않고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과정이 곧 인지치료의 시작이다.
14.
하프 마라톤을 하면서 깨달은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리 힘들더라도 발걸음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숨이 차다고 멈추거나 주저앉으면 단지 그 순간만 편할 뿐 이후에 훨씬 괴롭다. 포기하고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만 남는다. 멈추지 않고 계속 걷는 것, 그 시간 동안 나를 돌아보며 재정비하는 것. 그것이 투자의 마라톤을 완주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15.
투자에 감정을 섞어서는 안 된다. 종목은 죄가 없다.
16.
11만 원 혹은 10만 원으로 다시 떨어지면 어떻게 하냐고? 현명한 투자자라면 11만 원일 때 그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다시 찾아낼 것이다. 그들은 매순간 최선의 고민을 하고자 노력할 뿐, 결과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자신의 판단과 방향성을 믿기 때문이다. 불안과 주저함으로 인해 고민만 하다가 기회를 놓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길 뿐, 더 큰 이익을 얻지 못한 것에 아쉬워하지 않는다. 시간과 정신력 낭비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은 항상 다음 기회를 주시한다. 자책과 집착, 과거에 사로잡혀 내일의 기회를 찾는 눈이 흐려진다면 당신은 내년에도, 몇 년 후에도 여전히 실패한 투자자로 남아 있을 것이다.
17.
손절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시간과 재투자 기회다.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용감하게 다음 기회를 찾아나서야 한다. 초보들은 변명이나 가정을 하면서 현실을 외면하고, 다음에도 손절 타이밍을 놓친다. 고수들은 절대 반토막이 날 때까지 소중한 자산을 팽개치지 않는다. 용감하고 부지런한 이들만이 손절을 할 수 있으며, 그런 사람만이 투자자로서의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