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서 좁히는 것, 거기서 콘텐츠의 고유한 재미가 비롯됩니다.
1. 머릿속에, 또 마음속에 콘텐츠로 만들어 보고 싶은 뭔가가 있다고 생각해도 막상 실제로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면 그 막연함이 정말 막연함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머릿속에 뿌옇게 존재하는 콘텐츠의 씨앗을 우선 발견하고 발굴하려면 내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눈에 보이는 형태로 일단 꺼내 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뭔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막연하다는 건, 그 ‘무엇’이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말일 테니까요.
2.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서 좁히는 것, 거기서 콘텐츠의 고유한 재미가 비롯됩니다.
3. 기획은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 파격적인 것을 발명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럴 수 있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보다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이미 존재하는 것 중) 적절한 방식과 형식을 찾아 딱 맞는 퍼즐을 만드는 일에 가까울 거예요. 참고자료가 쌓이고 쌓이면, 내가 떠올리는 주제와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이 ‘딸깍’ 소리를 내며 맞아 들어가는 순간이 옵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자료를 찾아보고 거기서 배우지 않으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도 금방이겠지만요.
4. 잡지가 반드시 트렌드를 쫓아갈 필요 없고, 그럴 수도 없는 시대라는 사실은 앞에서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잡지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역시 시의성에 대한 감각입니다. 유행하는 가게, 유행하는 아이템을 빠르게 포착하는 정보 수집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이 시대에 사람들에게 필요한 필터가 무엇인지 예민하게 파악하는 능력 말입니다. 『어라운드』가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이나마 자신을 위해 천천히 숨 돌릴 틈을 만들어 보자고 말하듯, 『매거진 B』가 스토리텔링으로 브랜드를 이해해 보자고 말하듯, 오늘날의 잡지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방식으로 시의성을 포착하는 힘입니다.
5. 콘텐츠 기획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질문을 나 자신에게 해 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나의 마음이 이야기나 무언가를 직접 표현하고 싶은 욕구인지, 주변에서 다들 자기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 시대라고 말하니 왠지 나도 무언가를 만들어야 할 것 같은 강박에 가까운지 말입니다. 당연히 이 두 가지를 깔끔하게 분리할 수는 없을 거예요. 그럼에도 어느 쪽으로 치우쳐 있는지는 꼭 고민해 봐야 합니다. 기획에서 ‘왜?’를 자꾸만 물어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발견하는 연습을 계속 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