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성장을 꿈꾸는 사람들이여,
여러분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는 반드시
이웃을 가까이하게 해주는 집에 살아보기를 권한다.
결국 한 인간의 성장이란 자신의 관점을 확대해나가는 일이며,
관점은 타인과의 접촉을 통해,
그리고 그 경험을 스스로 내면화하는 과정을 통해 풍성해진다.
1.
일반적으로 좋은 디자인이란 사용자가 그 용도를 쉽게 알 수 있도록 만든 디자인이다. 어떤 스위치를 눌러야 자동차 내부의 온도가 올라가는지 어린아이라도 알 수 있게 직관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시각적 명료함’은 건축과 공간 디자인에도 중요하다.
2.
생각해보면 공용 냉장고는 맹그로브의 축소판이다. 냉장고를 하나의 건물이라 상상해보자. 입주자들은 개인 방을 임대하듯 냉장고 칸의 일부를 잠시 빌려서 개인 물건을 수납한다. 현수의 셰어 박스는 남은 식재료들이 모여 앉아 있는 공용 라운지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현수가 한 일은 냉장고 안에 공유와 사유의 경계선이 분명하게 보이도록 그은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냉장고를 사용하는 방법이 조금씩 바뀌어갔다.
3.
공유를 활발히 하기 위해서는 셰어 박스와 같은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문제를 관찰하며 꾸준히 개선책을 내어놓아야 했다. 냉장고 한 칸 전체를 셰어 박스로 하면 어떨까? 밖에서 잘 보이도록 투명한 문이 달린 냉장고를 한 대 추가해서 셰어 냉장고로 활용하면 어떨까? 운영을 하면서 발견한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해나갈 필요가 있다.
4.
헤르츠버거는 참여의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고 답한다. “특정한 목적을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물체는 다른 목적으로 쓰기에 적합하지 않다. 지나치게 기능에 집착한 디자인은 경직된 모양 때문에 사용자에게 스스로 해석할 자유를 주지 않는다. 사용자에게 기대하는 일과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미리 정해두기 때문이다.” 무심코 쌓여 있는 나무 등걸에 우연히 앉았다가 ‘어, 괜찮은데?’라는 기분이 들면 사람들은 애착을 가지고 또 그곳에 찾아간다. “내가 숲에서 앉기 좋은 그루터기를 발견했는데 말이야”라며 자랑스럽게 친구를 끌고 가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참여자였던 사람들이 통나무의 주인으로 바뀐다. 헤르츠버거는 커뮤니타스를 만들려면 건축가의 의도를 너무 과도하게 보여주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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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성장을 꿈꾸는 사람들이여, 여러분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는 반드시 이웃을 가까이하게 해주는 집에 살아보기를 권한다. 결국 한 인간의 성장이란 자신의 관점을 확대해나가는 일이며, 관점은 타인과의 접촉을 통해, 그리고 그 경험을 스스로 내면화하는 과정을 통해 풍성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