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미
몇 달 전인가, 어느 문학상 수상집이었나, 그 책에서 처음 읽은 최은미의 작품은 <우리 여기 마주>라는 제목의 코로나 시대를 헤쳐나가는 두 여자(이자 엄마)의 소리 없는 분투기였다.
직장을 잃거나, 코로나 감염으로 건강이 악화되어 사경을 헤매거나, 사업이 망해버리거나 하는 극단적인 피해사례뿐만 아니라, 아주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생활양태 속에서 얻은 정신의 피해를 두 엄마의 심리 묘사를 통해 잘 그려낸 작품이었다.
그런데 도서관 문학 서가를 지나다 우연히 발견한 이 작품 <마주>. 처음엔 그냥 최은미의 소설이라길래 펴보지도 않고 집어 들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읽기 시작한 <마주>에서 느껴지는 기시감은 <우리 여기 마주>의 그것이었다. 아하! 작가의 말을 미리 펼쳐보니 <우리 여기 마주>를 장편으로 풀어쓴 이야기라고 한다.
이런 느낌이다. 원래 피사체에서 조명을 더 넓게 퍼뜨려 넓은 부분을 깊이 조망하는. 기존 작품은 주인공 나리와 친구 수미의 코로나 확진을 두고 고조되는 갈등과 인물 내면의 묘사에 집중한 반면, 이 작품은 주인공 나리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그녀의 자아를 형성케 한 사과농장의 이야기와 ‘만조 아줌마’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함으로써 나리의 캐릭터를 좀 더 입체적으로 구축했다.
강하게든 약하게든 우리는 그 시절에 고통을 느꼈다. 그 고통을 헤쳐나가며 원하지 않는 성장을 얻었을까. 그것 또한 인생의 한 부분이라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뒤돌아볼 수 있는 것일까. 나와 내 가족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아서 별 느낌이 없는 걸까. 소설 내에서 각 인물들의 심리적 호들갑은 크게 와닿지 않는다. 차라리 어린 시절, 사과농장, 만조 아줌마가 없다면 그저 코로나 시대의 방황기라고 읽었겠지만 저 서사들이 추가되면서 좀 산만한 이야기가 되어버려서 아쉽다.
그냥 처음 읽는 독자는 <마주>만으로 충분히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동선을 다 추적당하고, 서로를 원망하는) 돌이켜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