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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유시민

by 김알옹

민주당 진영의 든든한 선지자 유시민 작가님의 독서노트. 책을 읽다 보면 나는 대학생 시절에 왜 책을 많이 안 읽고는 40대 접어들어서 눈도 침침한데 열심히 책을 읽느라 고생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물론 그때 많이 읽었어도 지금 덜 읽는다는 보장은 없다)


엄혹한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한가운데에서 언제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갈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사는 대학생과, IMF 극복 후 선진국 대열에 접어들며 신자유주의와 개인주의가 조금씩 퍼져가는 세태에서 놀고먹은 대학생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긴 어렵다. 뒤늦게 그때의 진실을 알게 된 후 윗 세대의 대학생들에게 일종의 부채의식을 갖게 됐고, 등록금만 축내고 PC방 게임에 빠져든 대학생 역할에 충실하느라 소위 말하는 '교양서'들을 읽지 않아 지성인이 되지 못한 열등감도 생겼다. 젊었을 때 했던 경험들이 세월이 지난 후 인생의 자양분이 되지 못해 자꾸만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거라는 누군가의 말마따나 지금이라도 열심히 책을 읽으며 그때의 부채의식과 열등감을 갚아나가고 있는 중이다. 독서의 80%는 소설인 주제에...


어떤 지식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 사람은 아주 쉽게 그것을 타인에게 설명할 수 있다. 작가님은 여기 등장하는 책들을 완전히 소화해서 아기새들에게 먹이를 주듯 책을 먹여준다. 다이내믹한 자신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함께 말씀해 주시니 소개하는 책들이 조금은 쉽게 느껴진다. 나도 읽은 몇 안 되는 책들은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 생각할 기회도 생긴다.


계엄 사태를 헤쳐나가며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다시 읽고 통찰력을 얻는 작가님. 정치 아사리판은 들어가지 마시고 지금처럼 책 쓰시고 방송하시고 낚시하시면서 지원사격 정도만 해주셔도 든든합니다.


ec57141c-becd-4328-ada0-09a359314664.jpg 30년 넘게 낚시를 하셨다고 한다. (출처: 낚시춘추)


소개받은 책 목록. 제목과 약간의 내용은 알지만 통독한 적은 없는 책들이 많다. 다들 그렇지 않을까?


01. 위대한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죄와 벌』

02.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 리영희,『전환시대의 논리』

03. 청춘을 뒤흔든 혁명의 매력 : 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공산당 선언』

04. 불평등은 불가피한 자연법칙인가 : 토머스 맬서스,『인구론』

05.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알렉산드르 푸시킨,『대위의 딸』

06. 진정한 보수주의자를 만나다 : 맹자,『맹자』

07. 어떤 곳에도 속할 수 없는 개인의 욕망 : 최인훈,『광장』

08. 권력투쟁의 빛과 그림자 : 사마천,『사기』

09. 슬픔도 힘이 될까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10.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가 : 찰스 다윈,『종의 기원』

11. 우리는 왜 부자가 되려 하는가 : 소스타인 베블런,『유한계급론』

12. 문명이 발전해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 헨리 조지,『진보와 빈곤』

13. 내 생각은 정말 내 생각일까 : 하인리히 뵐,『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14. 역사의 진보를 믿어도 될까 : E. H. 카,『역사란 무엇인가』

15. 21세기 문명의 예언서: 존 스튜어트 밀,『자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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