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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이 우주입니다

이창목

by 김알옹


앞으로 3천 권의 책을 더 읽어야 할 내게 가장 중요한 건 그때까지 버텨줄 수 있는 눈이다. 어디서 분서갱유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책이 없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고, 나이를 x축 독서가능시간을 y축으로 하는 그래프를 그리면 분명 우상향하는 곡선이 나올 테니 책 읽을 시간도 넉넉하게 남아 있고, 내가 어디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심각한 병에 걸리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예정이니 결국 책을 계속 읽을 수 있는 눈이 멀쩡히 유지될 것인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안과의사가 쓴 책이 있어서 "그래서 루테인 지아잔틴 먹어야 하나요?!"를 외치며 책을 빌려왔다.


우리가 사물을 볼 수 있는 원리를 설명하고, 몇 가지 안질환을 설명하고, 레이저의 사용과 시력교정수술을 설명한다. 중간에 노안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마치 손톱이 자라는 것처럼 수정체도 나이가 들수록 두꺼워져서 수정체를 조절하는 근육의 힘으로 더 이상 수축과 이완 조절이 안 돼서 가까운 사물이 잘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 노안이라고 한다. 근육의 힘이 떨어지는 현상이 아니라는 뜻! 그리고 약한 근시가 있는 사람은 노안 효과로 인해 더 이상 안경을 안 써도 되는 경우가 있다는데 (황금 근시라고 부른다고 한다) 제발 그게 나였으면 한다.


아내는 선천적으로 시력이 아주 좋아서 40대 중반에도 아직 1.0의 시력을 유지하고 있다. 나는 안경을 안 쓰면 2m 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구분할 수 없는 정도의 시력이다. 자... 여기에서 태어난 아이의 시력은 과연 뽑기에 성공했을까? 다행히도 엄마의 유전자를 받아온 것 같다. 책도 많이 읽고 TV도 많이 보는 어린이인데 시력이 10살이 넘어도 짱짱한 편이다.


책에 소개된 흥미로운 내용인데, 동아시아 유소년들이 전 세계 근시 유병률에서 압도적인 1위라고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근시는 가시광선의 빨주노초파남보 중 보라색 파장을 많이 쬐면 예방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동아시아의 가련한 유소년들은 야외활동을 적게 하고 실내 생활(결국 공부다)의 비중이 큰 생활 패턴을 갖고 있다. 따라서 근시가 진행되어 안경을 쓰게 되고, 안경은 자외선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는데 자외선 바로 옆에서 따라오는 보라색 파장까지 함께 차단되어 근시 예방을 방해하는 악순환이 생긴다. 시력을 버리고 학업성취도를 얻어낸 동아시아의 학생들은 과연 행복할까?


보라색 파장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과학동아의 기사. 샤프란꽃 추출물에 들어있는 크로세틴이라는 성분이 근시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루테인 지아잔틴은??), 댓글이 인상적이다.


그림1.png 아재는 이런 개그에 무방비로 터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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