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선규, 홍석만
6월 말쯤 넷플릭스에서 영화 <머니볼>이 내려간다는 소식에 다시 한번 감상했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빌리 빈은 스몰마켓인 팀 사정 상 비싼 선수를 사서 쓸 수가 없어서 저평가된 좋은 선수를 사 와서 팀을 꾸려 강팀을 만든다. 이때 가장 높은 비중을 둔 스탯은 출루율이었다. 홈런을 못 쳐도 선구안이 좋아 볼넷을 잘 골라내는 선수들을 모으는 것이다. 그렇게 성공했지만 빌리 빈의 오클랜드는 월드시리즈 우승까지는 못했다. 정규시즌은 162게임이나 하니까 정규분포에 수렴하지만 포스트시즌은 운의 영역이기 때문에. 그러고 보니 <머니볼>의 원작 책도 책꽂이에 꽂혀 있다.
정규분포 하니 통계학이 생각나는데, 야구는 이렇게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쌓이는 통계를 활용하면 의미 있는 분석이 가능하다. 야구는 하나도 모르는데 아이비리그 출신의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에서 일하던 사람이 야구팀에 와서 분석가로 일한다.
이렇게 말하면 야구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야구팬들이 뭔가 굉장히 분석적이고 냉철하게 경기를 본다고 생각하겠지만, 절대 아니올시다. 매 경기, 아니 매 이닝, 아니 스윙이나 공 하나하나 보면서 엄청나게 일희일비하는 게 보통의 야구팬이다.
그래도 아는 만큼 보인다고, 기본적인 야구 통계 지식을 좀 갖추면 야구를 더 즐길 수 있다... 고 믿는다. (사실 아는 만큼 더 화가 나고 욕을 한다)
그래서 도서관 서가에 꽂힌 야구 책을 하나 집어왔다. 전 SSG 랜더스 단장인 류선규 님과 수학교사인 홍석만 님이 쓴 야구 책이다. 류선규 님은 무려 LG의 유광잠바를 기획했던 분으로, SK 와이번스-SSG 랜더스에서 20년을 일하며 단장까지 올라가며 수많은 우승을 경험했던 명 단장이다. 2022년 SSG 랜더스 우승 후 퇴임해서 지금은 재야의 야구 고수로 살고 계신다고 한다. 이렇게 책도 쓰시고.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야구에서 단장의 역할은 감독의 그것보다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감독은 단장이 데려온 선수를 필드에서 잘 활용할 뿐, 팀의 구성은 전적으로 단장의 책임이다.)
야구가 워낙 숫자를 많이 쓰니까 필드/실무와 숫자를 결합한 책의 취지는 참 좋다. '야구'파트는 참 재미있는데 '수학'파트로 가면 가독성이 확 떨어진다. 실제 수학을 수식과 숫자로 잔뜩 설명해 놨는데, 너무 수학에 몰두한 나머지 자꾸 야구에서 벗어나는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다. 그래도 야구 파트에서 단장의 시각으로 스탯 분석뿐 아니라 경기 외적인 부분까지 모두 다루고 있어서 야구 부분만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