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듀어런스

캐롤라인 알렉산더

by 김알옹

남극점을 처음 탐험한(위대한 자연을 ‘정복’했다는 표현은 하고 싶지 않다) 아문센과 비극적인 죽음으로 알려진 스콧의 경쟁 이야기를 어릴 때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흥미롭게 읽기만 했지,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추운 걸 잘 못 견뎌서, 아니 더위도 잘 못 견디는구나... 여행도 너무 더운 나라나 추운 나라는 피하게 된다. 아내가 말하길 나와 아이는 지구상 최약체 여행자일 거라고 할 정도로 우린 온실 속의 화초들이다. 얼마전에 우연히 누군가의 몽골 여행기를 보고, "우리도 몽골 한 번 갈까?"라고 했다가 어찌나 비웃음을 당했는지 모른다. 아마 울란바토르 공항에 내리자 마자 집에 가고 싶다고 울 사람들이 무슨 사막이니 게르니 은하수냐고 ㅋㅋㅋ 그런 이유로 아마 우린 높은 확률로 오로라 보기, 남극 여행,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 히말라야 트레킹 등 힘든 활동을 해야 하는 여행은 못 가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인가, 책을 읽기만 해도 기가 쭉쭉 빨린다. 스콧의 탐험대에 속했던 다른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이 2차대전 발발 직후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남극 탐험을 다시 떠난다. 그러나 얼음에 갇힌 배는 움직이지 못하다 압력을 못 이기고 결국 침몰하고, 대원들은 고립된다. 섀클턴은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대원 다섯명과 작은 배를 타고 폭풍우를 헤쳐나가며 1000km를(!!) 16일 동안 항해하여 원래 출발지로 다시 돌아오고, 모두를 구조할 수 있는 큰 배를 구해서 다시 대원들에게 돌아와 한 명도 잃지 않고 구조에 성공한다.


그림1.png 어니스트 섀클턴의 여정 - 함께 했던 26명과 아무도 죽지 않았다. 나였음 사흘 만에 살려달라고 울고불고 했을 듯.


비록 탐험은 실패했지만 그의 리더십과 용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된다. 나로서는 대체 왜 저길 탐험하는 거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긴 하지만, 탐험 중 방산에 충돌한 배가 침몰해서 꼼짝없이 남극의 추위에 모두를 잃게 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섬으로 대원들을 일단 모두 이동시키고, 솔선수범하여 최소한의 인원만 데리고 목숨을 건 항해를 통해 그들을 구조하는 상황판단과 리더십은 현대인들이 솔깃할 만한 미덕이다. 이 위대한 항해 이후 섀클턴은 또다시 남극탐험을 떠나고, 항해를 시작한 날 밤 심장을 붙잡고 쓰러져 세상을 떠난다. 남극밖에 모르는 바보...


LaunchingTheJamesCaird2.jpg 이 배를 타고 1,000km를 항해했다. (출처: 위키피디아)


혹자는 섀클턴의 항해를 '위대한 실패'라고 하더라. 요즘 세상에선 찾아볼 수 없는 낭만 아닌가. 극한의 환경인 미개척지를 향해 동료들과 함께 고난을 헤쳐나가고, 목적 달성엔 실패하지만 동료들을 모두 구하고 자신은 또다시 도전하는... 역시나 기가 빨린다. 다시금 <나의 폴라 일지> 김금희 작가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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