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
청명한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 아래, 시산은 한없이 평온했다. 무성한 수목이 들쭉날쭉한 산봉우리를 뒤덮은 채 비탈을 따라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그 중간중간에 있는 빽빽한 대숲은 수목의 넓디넓은 초록색 속에서 자신만의 비취색을 드러냈다. 밭두렁과 도랑 사이에서는 푸른 풀이 맑은 냇물 소리를 들으며 자라나고, 새들은 나뭇가지에 앉거나 허공을 날아다니며 그곳의 한가로움을 노래하고 있었다.
<허삼관 매혈기>의 작가 위화의 책.
청나라가 망하고 중화민국이 세워지는 혼돈의 시기, 중산층의 독자로 태어난 주인공 린샹푸의 일대기이다.
그는 부모를 일찍 여의고 혼자 목공기술을 배워 살아가다가 원청이라는 곳에서 왔다는 샤오메이와 아창 남매를 만나게 된다.
샤오메이에게 반한 린샹푸는 그녀와 부부가 되지만, 샤오메이는 그의 재산 일부를 훔쳐 달아났다가 다시 돌아온다. 린샹푸의 아이를 임신했기에..
그들의 딸이 태어나고 3개월 후 샤오메이는 다시 도망간다. 린샹푸는 딸을 둘러업고 무작정 샤오메이를 찾아 원청을 향해 떠난다.
하지만 원청이란 곳은 거짓으로 지어낸 지명이었다. 린샹푸는 샤오메이와 비슷한 억양을 구사하는 시진이라는 지역을 천신만고 끝에 찾아서 젖동냥을 하며 딸 린바이자를 키워낸다. 시진에 정착하여 그곳을 새 터전으로 잡은 부녀와 새로운 이웃들의 짧은 행복도 잠시, 불안한 시대상 아래 양민을 수탈하는 토비들이 시진을 습격한다.
린샹푸와 새 이웃들은 긴 시간 동안 토비들과의 고통스러운 싸움을 이어간다.
한편 이야기는 다시 샤오메이의 인생으로 눈을 돌린다. 그녀와 아창이 어떻게 린샹푸를 만나게 되었고 떠난 것인지 소상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결국 마지막 장면에 린샹푸와 샤오메이는 다시 만나게 된다. 500페이지가 넘는 긴 외로움, 고통, 전투, 슬픔, 죽음 끝에 그들이 찾은 안식은, 단 몇 줄에 지나지 않았다.
그 안식이 영원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