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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업

강화길

by 김알옹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난 스쿼트나 데드리프트와 같은 하체 운동은 다 그럭저럭 무게를 치면서 곧잘 해냈는데, 벤치프레스나 밀리터리프레스와 같은 상체 운동은 젬병이었다. 게다가 그놈의 풀업은 내 몸무게가 어찌나 원망스러워지는지. 40대 중반까지(ㅅ으로 끝나는 숫자는 중반이라고 했다. 셋/넷/다섯/여섯) 접어든 이 인생의 반환점에서 고작 ‘풀업 x개 하기’가 버킷리스트에 들어있는 난 어떻게 살아온 것일까. (수영 배우기도 들어있다. 진짜 죽을지도 혹은 못 걷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마라톤 풀코스는 차마 넣지도 못하겠다.)


강화길의 소설을 마지막으로 읽은 게 <대불호텔의 유령>이었나. 정말 재미없게 읽었다. 도서관 서가에 꽂힌 이 책 <풀업>은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흔한 자매 간/모녀간 갈등을 그 관계에서 가장 약자인 주인공 입장에서 써 내려갔고, 주인공이 조금씩 성장하면서(운동을 통해!) 결국 독립된 자아를 찾게 되었으니까. 인간은 원래 약자를 응원하는 거 아닌가? 게다가 약자가 성장하는 스토리에선 그 약자를 더 응원하고 동일시하게 마련이지. 보통의 인간은 대부분 약자잖아.


작품해설에 ‘삶의 자극점을 찾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라는 말에 동의한다. 내 삶의 자극점은 아직 모르겠다. 매운 걸 먹고 땀을 흘리는 자극은 분명 아닐 텐데, 어디에 있으려나. 자극하면 근육이 성장하는 그 지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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