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리
내가 처음 읽은 이유리 작가님의 작품은 6개월 전에 읽은 <소설 보다 가을: 2025>에 실린 <두정랜드>다. 20대 여성의 짠내 나는 생활상과 속물적인 모습을 잘 그려내서 재미있게 읽고 아래와 같은 노트를 남겨놨다.
이유리 <두정랜드>
'두정'이라는 가상의 지방 도시를 배경으로 '두정랜드'라는 놀이동산에서 알바를 하는 젊은 처자가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함께 일하는 연두라는 동료에게 자신이 서울 대학생인데 휴학하고 학비를 벌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매주 서울에 가서 홍대와 연남동을 돌아다니며 서울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을 채운다. 그리고 다시 두정랜드로 돌아와서 연두를 비롯한 두정의 모든 것들을 멸시하고 서울만을 동경한다. 그러나 자신의 가면이 벗겨지게 되면서 주인공은 삶의 방향을 잃는다. 현재의 우리나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별 문제를 다뤄보려고 애쓴 작품이다. 시종일관 서울에 대한 열등감과 동경으로 똘똘 뭉친 평면적인 속물 캐릭터는 오랜만에 만난다. 신선한걸?
"짜릿한 모험의 세계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사악한 괴물 크리갈이 쳐들어와 공주를 납치하려는 절체절명의 순간 여러분은 크리갈을 무찌르고 공주를 구할 수 있을까요 크리갈의 침공 지금 출발합니다."
70미터에서 떨어지는 롤러코스터를 안내하는 주인공이 수없이 읊어대는 멘트다. 어디서 들어본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경주월드에 다녀와서 소재를 얻었다고 작가 인터뷰에 언급되어 있다.
경주월드! 롯데월드는 코웃음이 나고, 에버랜드는 늙었고, 이제 대세는 경주월드다. 작년 가을에 아이와 둘이 경주월드에 가서 무시무시한 어트랙션들에게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는 경험을 해보고 나서, 나의 노화를 다시금 느꼈던 기억이 난다. 어릴 땐 T익스프레스를 몇 번씩 타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경주월드 드라켄과 크라크를 타고서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50미터 높이에서 거꾸로 매달려 3초 정도 멈춰서 땅과 나 사이엔 안전바 하나만이 추락을 막아주는 크라크 위에서 난 내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여기 매달려 있는지 잠시 고민했다. 작품 중에 '롤러코스터는 안전한 임사체험'이라는 표현에 무릎을 탁 쳤다. 그렇다. 롤러코스터가 아니라면 우리가 언제 그런 높이에서 추락하는 체험을 해보겠는가.
<구름 사람들>은 장편소설이라 조금 망설였다. 요즘 장편소설을 고르는 내 선구안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독자 복장 터지게 무책임하고 미성숙한데 에고만 발달한 스무 살 주인공 처자가 나오는 <정전>과 안온+무해+다정 3종세트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장한 스무 살 주인공 처자가 나오는 <나의 완벽한 장례식> 둘 다 인물의 매력이 별로였다. 하지만 <두정랜드>를 믿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 여기에서도 주인공이 스무 살 처자다. 인생의 변곡점이 생기는 나이니 만큼 절대 거부감 갖지 않고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며 읽는다.
분홍색 구름 위에 사는 사람들. 대기 중의 오염물질이 뭉쳐져 딱딱해진 구름 위에 극도로 빈곤한 사람들이 판잣집을 짓고 모여 산다. 주인공 오하늘은 그 구름 위에서 태어났다. 아빠는 건설현장의 일용직, 엄마는 가사도우미, 하늘이는 고깃집 알바, 일곱 살 남동생에게 유치원은 언강생심, 구름 때문에 폐병에 걸린 할아버지에게 가족의 모든 돈이 들어간다. 하늘이가 사는 구름 위엔 서른 가구 정도가 모여 산다. '구름 사람들'은 땅으로 내려가 단순노동을 하며 입에 풀칠이나 겨우 할 정도의 저임금을 받는다. 구름은 혐오 시설? 환경? 장소?이며 구름 아래 있는 땅은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 어느 날, 인공 강우제를 구름에 뿌려 없애버릴 거라는 소문이 돌고 구름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여기까지의 설정을 보면 머릿속에 어쩔 수 없이 조세희 선생님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구름 사람들'은 50년 전의 '낙원구 행복동 사람들'이다. <난쏘공>은 주인공 난장이 김불이씨의 가족, 행복동 주민들, 은강실업의 노동자와 자본가 등 여러 인물들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지만, <구름 사람들>은 오하늘이 엄청난 흡인력으로 독자를 빨려 들게 한다.
하늘이의 가족은 모두 자본주의로부터 착취당하고, 결국 해체되고 만다. 구름도 곧 녹아 없어질 예정이라 홀로 남은 하늘이는 갈 곳이 없다. 이때 방송작가 김노을이 접근한다. 그녀는 어려운 사람들을 후원하는 다큐멘터리 출연을 제안한다. 돈 있는 사람들 좀 이용하면 어떠냐고 하늘이를 설득해서 출연시킨다. (후원 다큐멘터리가 등장하는 다른 소설로는 김애란 작가님의 <두근두근 내 인생>이 있다)
작가님은 여기서 이 다큐멘터리 대본을 그대로 삽입한다. 이 대본은 지금까지 하늘이에게 발생한 비극들이 고스란히 녹아있고, 독자로 하여금 하늘이에게 더 깊은 감정이입이 가능하게 만든다. <난쏘공>이 물론 사회의 빈곤과 착취의 구조를 아무리 잘 그렸다고 해도 50년 뒤 독자에게 와닿는 느낌은 조금 덜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 대본 덕분에 '구름 사람들'은 '우리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확 온다. 작품 구성이 아주 능수능란하다.
그 부분 전체를 가져왔다.
인터뷰어: (화면 밖에서) 여기가 하늘 씨 집이에요?
하늘: 네. 거기 아무 데나 앉으시면 돼요.
(카메라가 천천히 한 바퀴 돌며 집안을 비춘 뒤 하늘의 상반신으로 돌아온다.)
인터뷰어: 컴퓨터나 TV 같은 건 없네요?
하늘: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만드는데 양이 적고, 그걸 온 마을 사람들이 나눠 써서…… 부피 큰 기계를 돌리면 민폐예요. 불 켜거나 휴대폰 충전하는 정도만 해야죠.
인터뷰어: 그럼 구름 위에 TV 있는 집이 하나도 없어요?
하늘: 네. 냉장고도 없는데요, 뭐.
(카메라가 방 한편에 놓인 아이스박스를 비춘다.)
인터뷰어: 그럼 평소에 집에 있을 때는 뭐 하세요?
하늘: 어……잠자고…… (어색한 웃음) 어차피 일하느라 집에 많이 있지는 않아요. 주말에는 그냥 자고요.
인터뷰어: 아, 화장실은요? 화장실도 없어요?
하늘: 화장실……
(또다시 어색한 웃음, 하늘이 문 옆에 걸려 있는 녹슨 모종삽을 가리킨다.)
인터뷰어: 저게 뭐예요?
하늘: 화장실 가고 싶으면 저거 들고 좀 멀리 가서, 구름 파내고 싸고 나서 다시 묻어요.
인터뷰어: 안 불편해요?
하늘: 평소에는 일하는 데에서 싸고 오니까요.
인터뷰어: 아, 무슨 일 해요?
하늘: 고깃집 알바요. 지금은 안 해요. 잘렸어요.
인터뷰어: 왜요?
(하늘, 대답하지 않고 우물쭈물한다. 여성 내레이터의 목소리가 깔린다. “하늘 씨가 동생의 죽음을 알게 된 것은 식당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다. 하늘 씨는 가게에 알릴 틈도 없이 병원으로 달려가야 했다. 다음 날 출근한 하늘 씨에게 돌아온 것은 싸늘한 해고 통보였다.”)
인터뷰어: 다른 가족들은 안 계세요?
하늘: ……네, 지금은 저만 있어요.
인터뷰어: 왜요?
(하늘, 고개를 약간 숙이고 말없이 옷소매를 잡아 뜯는다.)
인터뷰어: 가족 얘기 조금 해줄 수 있어요?
하늘: 아…… 꼭 해야 돼요? 좀 그런데.
인터뷰어: 왜 좀 그래요?
하늘: 좋은 얘기도 아니고…… (의미 없이 머리를 풀었다 묶었다 하며) 아무튼.
인터뷰어: 그럼 하늘 씨 하고 싶은 얘기 해줄 수 있어요?
하늘: ……그냥 가족 얘기 할게요. ……원래는 할아버지, 아빠, 엄마, 저, 그리고 동생 이렇게 다섯 명이 살았는데요.
인터뷰어: 이 집에서요?
하늘: 네. 근데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어요. 원래 좀 아팠는데 어느 날 보니까 갑자기.
인터뷰어: 여기서요? 하늘 씨가 발견한 거예요?
하늘: 네. 저기 누워서.
(하늘의 손가락을 따라 카메라가 방 안 한구석을 비춘다. 지저분한 이불이 구겨져 있다.)
하늘: 자고 일어났더니 돌아가셨더라고요.
인터뷰어: 아.
하늘: 그리고 엄마는…… 엄마는 지금 연락이 안 돼요. 땅 사람 집에서 입주 가정부 하고 있었는데, 그냥 갑자기 사라졌어요.
인터뷰어: 엄마 찾으려고 해 봤어요?
하늘: 나름대로요. 근데 못 찾았어요.
인터뷰어: 무슨 일이 생기신 건가요?
하늘: (씁쓸하게 웃고 고개를 숙이며) 도망간 거죠, 뭐.
인터뷰어: 아빠는요?
하늘: 아빠는…… 지금 구치소에 있어요. 아빠랑도 연락 안 돼요.
인터뷰어: 구치소요? 왜요?
하늘: 어, 설명하자면 긴데…… 불 지르려고 하다가 잡혔어요. 시청에다.
인터뷰어: 시청에 불을 왜 질러요?
하늘: 아마 많이들 모르실 텐데, 저희가 저번에 작게 데모를 했었거든요. 구름 철거에 반대하려고. 근데 그게 잘 안 됐어요. 그러고 나서 아빠가 많이 힘들어했는데 자기 딴에는 억하심정이 있었나 봐요.
인터뷰어: 하늘 씨는 아버님이 그런 생각인 거 알고 있었어요?
하늘: 아뇨, 몰랐어요. 알았으면 말렸겠죠.
인터뷰어: 아무튼 그래서 할아버지, 아빠, 엄마랑……
하늘: 네. 동생이랑 둘이 지냈어요.
인터뷰어: 동생은…… 어떤 아이였어요?
하늘: 아, 걔는……
(내레이터의 목소리. “하늘 씨는 동생 얘기가 나오자 말을 잇지 못한다. 오늘 낮에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던 하늘 씨의 모습은 금세 온데간데없다. 고개를 숙여버린 하늘 씨.”)
인터뷰어: 동생이 평소에 인터넷 방송에 관심이 많았어요?
하늘: 네. 맨날 봤어요. 그래서 제가 그런 것 좀 보지 말라고 잔소리하고 그랬는데…… 자기가 커서 그걸로 돈 벌겠다고, 잘될 수 있다고 큰소리쳤거든요. 그래서 제가…… (갑자기 입술을 일자로 힘주어 다물었다가 떼어내며) 해보라고 했어요. 꿈이 있는 건 좋은 거라고.
(카메라, 갑자기 훌쩍 일어나 성큼성큼 방 한쪽으로 걸어가는 하늘의 뒷모습을 잡는다. 하늘은 벽에 걸려 있던 달력을 떼어내고 벽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하늘: 이것 보세요. 걔가…… 동생이 여기다 돈을 숨겨놨더라고요. 사천 원. 꼬깃꼬깃 접어서.
(카메라가 벽을 확대한다. 갈라진 틈에 접힌 천 원짜리 몇 장이 끼어 있다.)
인터뷰어: 동생이 숨겨놓은 거예요?
하늘: 네. 어떻게 모았는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어디서 훔쳤겠죠.
인터뷰어: 돈을 왜 모았을까요?
하늘: 구름 곧 철거된다 하니까…… 자기도 살 집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나 봐요. (씁쓸한 웃음) 제가 평소에 돈타령을 많이 하기도 했고, 어른들도 다 돈 타령하고.
(하늘, 돈을 그대로 둔 채 다시 달력을 건다.)
인터뷰어: 왜 안 꺼내세요?
하늘: 모르겠어요. 찾기는 예전에 찾았는데, 얼마인지 세어보고 그냥 다시 넣어놨어요. 이걸…… 이걸 제가 어떻게 쓰겠어요.
(처연한 분위기의 음악이 흐른다. 소매 끝을 계속 잡아 뜯으며 고개를 숙이는 하늘.)
인터뷰어: 구름 철거되면 하늘 씨는 갈 데 있어요?
하늘: 없죠. 저만 없는 거 아니고 여기 사람들 다 마찬가지예요.
인터뷰어: 그럼 어떻게 하시게요?
하늘: ……몰라요.
(내레이터의 목소리. “하늘 씨는 동생이 죽기 며칠 전 종이 한 장을 받았다. 불법 건축물로 지정된 구름을 곧 철거할 테니 퇴거하라는 내용이 담긴 계고장이었다. 거기엔 어디로 가라는 것인지, 며칠까지 나가라는 것인지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카메라,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 하늘을 비추다 뒤쪽으로 포커스를 옮긴다. 좌식 밥상 위에 동생의 유골함이 동그마니 놓여 있다. 화면이 구름 먹방 영상으로 전환된다. 동생이 분수처럼 토사물을 뿜어내며 쓰러지는 마지막 장면까지 송출한 뒤, 이어 동생의 생전 사진 몇 장을 연이어 보여준다. 목이 늘어난 러닝셔츠를 입은 모습, 사지를 뻗고 잠들어 있는 모습, 앞니가 두 개 빠진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양손으로 브이 자를 그린 모습. 화면 하단에 ‘사진: 오하늘 씨 제공’이라고 쓰여 있다. 다시 내레이터의 목소리. “누나가 사다 주는 초콜릿에 기뻐 날뛰던 어린아이, 어서 키 크고 힘센 사람이 되어 누나를 지켜주겠다던 아이가 밥그릇 하나 가득 구름을 퍼먹고 누나 곁을 떠나기까지, 하늘 씨에게는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일이 예고되어 있습니다. 이미 수없이 잃은 하늘 씨는 무엇을 또 잃게 될까요?”)
인터뷰어: 하늘 씨가 지금 하고 싶은 건 뭐예요?
하늘: 하고 싶은 거요? (입을 다물고 옷소매를 뜯다가) 진짜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
인터뷰어: 네.
하늘: 잠자고 싶어요. (스스로도 우스운 말을 했다는 듯 웃는다.)
인터뷰어: 잠이요?
하늘: 네. 그냥 아무도 저를 깨울 수 없는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그냥 계속 잠만 자고 싶어요.
인터뷰어: 무슨 꿈 꾸면서요?
하늘: 꿈…… 아니요. 꿈 안 꾸고. 아무 꿈도 꾸고 싶지 않은데요.
(먼 곳을 응시하는 하늘. 내레이터의 목소리. “꿈 많을 나이 스무 살, 하늘 씨가 바라는 것은 그저 현실을 외면하고 잠 속으로 도망치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런다고 하늘 씨에게 다가올 것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것은 하늘 씨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구슬픈 단조의 배경 음악이 깔린다. 화면에 오하늘 명의의 후원금 계좌번호와 자막이 나타난다. ‘보내주신 후원금은 오하늘 양의 새 거처 마련과 중단된 학업을 이어가는 데 소중하게 쓰입니다.’ 이윽고 검게 처리된 화면 오른쪽으로 제작진들의 이름이 적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화면 왼쪽에서 하늘의 영상이 이어진다. 하늘은 동생의 유골함을 끌어안고 있다. 인터뷰어가 묻는다. “그건 왜 안고 있어요?” 하늘이 대답한다. “생전에 많이 못 안아준 게 마음에 걸려서…… 이거 딱 동생 머리통 느낌이라 비슷해요. 딱딱하고 맨들맨들한 게.” 유골함을 안고 어딘가로 걸어가는 하늘의 뒷모습이 점점 줌아웃 된다. 엔딩 크레딧이 전부 올라가고 난 뒤, 프로그램이 끝난다.
가난을 판 하늘이는 꽤 많은 돈을 후원받는다. 땅 위에 오피스텔을 사고도 몇천만 원이 남았다. 자신을 떠난 가족은 돌아오지 않고(혹은 돌아올 수 없고), 이제 혼자의 삶을 산다. 얼마 후 인공 강우제 살포가 예정된 전날, 하늘이는 마지막으로 구름 아래에서 구름을 바라보고, 그곳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구름이 없어진 날, 구름 아래 있는 사람 모두가 행복해졌다. 여기서 소설을 끝내도 좋았을 텐데, 에필로그에서 하늘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간단히 소개된다. 그 어느 지점에서도 하늘이의 행복은 없다.
작품 말미에 실린 평론에 당연히 <난쏘공>과의 비교 혹은 분석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식적으로 다른 말들만 나온다. 하지만 <난쏘공>을 한 번이라도 접해본 독자는 생각할 것이다. 이 작품은 2026년의 <난쏘공>이라고. 그런데 왜 50년 전의 낙원구 행복동은 아직도 이렇게 우리 마음속에 생생히 남아있을까. 몸을 팔던 영희는 가난을 파는 하늘이가 됐고, 노동자를 착취하던 소수의 자본가의 시선은 이제 집값을 걱정하는 더 많은 자가 보유자들의 시선이 됐다. 자본주의는 이제 대기와 같이 우리 곁에 더 강화된 모습으로 숨 쉬고 있다. 부디 50년 뒤에 나온 어떤 작품이 '100년 후의 난쏘공', '50년 후의 구름 사람들'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는 세상이 오면 좋겠지만, 글쎄... 그런 희망을 쉽게 품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