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알옹 Oct 11. 2024

최재천의 생태경영

최재천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을 역임한 최재천 선생님의 책. 물론 교수이자 학자로서의 화려한 이력도 있으시지만 이 책에서는 원장님 입장에서 생태원을 경영하면서 느낀 점을 써주셨다. 그렇다고 엄청난 경영자 바이블은 아니고 생태학자다운 관점도 많이 반영된 글이다. 생태계의 원리를 경영에 반영했다고 할까나?


선생님이 느낀 경영자의 열 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중 가장 와닿는 건 ‘이를 악물고 경청해라’이다. 내가 윗사람이면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다. 하지만 많은 일들은 잘 들어주면 자연스럽게 해결되게 마련이다. 또한 리더는 숲을 봐야지 나무를 보면 안 된다는 말도 조심해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기 마련이다. 나무를 하나도 모르고 숲만 봤다가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렇다고 나무만 하나하나 보는 리더는 곤란하지만.


평소 여러 저서에서 말씀하시는 내용들이 많이 담겨있어서 잘 읽히는 책이다.


생태원 원장이 되기까지의 뒷이야기가 재미있다. 처음 서천에 건설 계획을 세울 때 한국생태학회 회장님이셨다는데 MB 취임 직후 4대강 비판으로(칼럼을 기똥차게 쓰셨더라) 찍혀서 계획에서 배제됐다가 정권 바뀌면서 생태원이 완공되고 원장으로 임명되었다고 한다.


국립생태원은 옛날 장항(장항선 기차의 그 장항… 나 옛날 사람인가)인 서천군에 있다. 서울에서 3시간 넘게 달려가야 하는 먼 곳이어서 새만금방조제를 건너면 나오는 군산과 묶어서 코스로 두 번 다녀온 적이 있다. 아, 올해도 인근 섬과 묶어서 한 번 또 다녀왔으니 세 번이다. 집을 가장 사랑하는 부자지간에 정말 이례적인 잦은 방문인 셈이다. 그만큼 좋은 곳이다.


일단 무지하게 넓다. 면적이 30만 평이니 내 모교 캠퍼스보다 조금 더 크다. 안에 정말 다양한 공간이 있다. 많은 종의 동식물들이  야외에서 잘 관리받으며 자라고 있고 희귀 동물/멸종위기종 보호센터, 동식물 연구동 등에선 보호 및 연구가, 온대-열대-극지-지중해-사막 5개 관에선 각 지역의 기온 및 생태가 잘 구현되어 있다. (각 생태관에는 엄청나게 많은 종의 동식물이 있고 설명도 자세히 되어 있어서 교육/학습 목적으로 아주 좋다)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도 많다. 특히 본관에는 그 유명한 잎꾼개미를 관찰할 수 있는 상시 전시실이 있다. 도서관도 잘 꾸며져 있으며, 월별로 전시하는 프로그램이 달라지고, 신청하면 해설사 분들이 함께 이동하며 설명도 해주시는데 지식과 재미를 다 잡을 수 있는 엄청난 해설을 들려주신다. 4d 영화관도 있고, 푸드코트 음식들도 종류가 많고 맛도 있다.


책에도 소개되는 에피소드인데 선생님이 원장 부임하고 나서 보니 원래 계획하셨던 자연 생태를 배우는 놀이터는 어디로 가고 형형색색의 캐릭터로 가득 찬 ‘흉물스러운’ 놀이터가 있어서 엄청나게 화를 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개원 후에 모든 영유아 관람객에게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모습에 멋쩍어하며 놀이터 하나 더 만들자고 하셨다는 ㅋㅋㅋ 그 하다람 놀이터도 엄청 넓고 여름엔 물놀이도 할 수 있는 훌륭한 시설이다.


10세 이하의 어린이가 있는 집에선 인근 군산과 묶어서 새만금방조제 드라이브도 하고 이성당에서 빵도 사 먹고 인근 맛집들도 가는 여행을 가면 딱 좋다. 생태원 관람엔 체력이 필수다. 엄청나게 넓어서 5개관 실내만 돌아도 몇 시간은 훌쩍 지나고 다리가 아프다. 야외에 있는 여러 구역들까지 제대로 보고 싶다면 하루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생태원 이야기를 꺼내니 멈추지 못하는 느낌인데, 사실 독후감을 쓰기보단 국립생태원의 장점을 이 기회를 빌어서 알리고 싶었다.

작가의 이전글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