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영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를 읽고 자꾸만 몰려오는 자괴감과 불안감을 외면한 채 다음 책을 읽었다.
변화한 세상에 적응하여 살아가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참 좋은 말이 많다. 중년에 접어드니 남의 말을 잘 안 듣게 되는데 옳은 말을 하는 사람들의 말은 더 듣기 싫어진다. 일단 책을 폈으니 꾸역꾸역 읽어나간다. 잘 읽힌다. 참 옳은 말들이다. 그런데 책장을 덮고 나면 이렇게 월급의 노예가 되어 따박따박 들어오는 돈에 만족한 채로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만 커진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무서운 분위기의 회사다. 잘리면 뭐 먹고 살아야 하나 잠깐 걱정을 해본다.
막연한 생각이 이어진다. 은퇴하거나 은퇴당하면 아침엔 산에나 슬슬 다녀오고 점심엔 도서관에 가서 지금처럼 책이나 읽자… 가끔 여행이나 다녀오면 되겠지… 라며 애써 불안감을 덮어놓는다.
차라리 건강을 염려하게 만드는 책을 읽는 것이 낫다. 내 남은 인생을 직조하라고 은근히 압박하는 글을 읽으니 정신적으로 몹시 피로하다.
올해도 트렌드 코리아 책을 표지만 들여다보고 읽지 않겠구나…하는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