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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신영

by 김알옹

송도를 배경으로 개천에서 난 용인 소화기내과 의사(내시경만 하루종일 보는, 곧 개업하는)와 부잣집에서 태어나 발레를 배우고 송도에서 제일 잘 나가는 필라테스 원장 부부의 이야기.


인간성을 추구하지만 자본주의의 단맛을 끊을 수 없는 남편은 어떻게든 궁상맞은 인간성을 회복하고 싶어 하고, 송도식 자본주의의 정점에 서있는 속물의 끝판왕인 아내는 속물성을 더 강화시키고 싶어 한다.


둘이 부딪혀 폭발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고 각자 평행선을 달린다. 갈등이 제대로 봉합되지도 않고 그냥 ‘그들은 그렇게 자본주의의 가호 아래 서로를 마음속으로 증오하며 행복한 쇼윈도부부로 살았어요’로 매조지한다. 아주 센 막장드라마 한 편 본 느낌. <SKY 캐슬> 드라마에서 숨겨진 그들만의 입시경쟁 세상을 들여다봤다면 이 책에선 숨겨진 필라테스와 개원의 - 진짜 부자가 들으면 코웃음 칠 - 부유층의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너무나도 선명한 인물, 속물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송도라는 도시의 상징성을 활용, 자본주의에 올라타기도/거부하기도 하는 주변인들, 빠른 전개, 자극… 그리고 또 자극…


유쾌하지 않은 냄새지만 어쩐지 코로 손이 가게 되는 사타구니 냄새와 같은 소설이다.


작가님은 서울대 국교과 나와서 문학교육으로 박사까지 하고 인천대에서 교수하다가 때려치우고 소설가로 전업해서 첫 작품으로 혼불문학상을 거머쥐었는데, 그 옛날 김홍신처럼 세태소설의 대가가 될지 궁금하다. 특이한 점은 작가님이 쓴 동화도 상을 탔다고 하더라.


세태소설 작가와 동화작가가 한 몸에 들어있다니 세상엔 놀라운 사람들이 정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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