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저주토끼>로 유명해진 정보라 작가님의 (출간되지 않았던) 15년 전 장편소설이 재발간되어 읽었다. 현대판 구미호 이야기. <저주토끼>를 읽고 상당히 기괴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일에 익숙한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그 뒤에 읽은 <한밤의 시간표>도 소위 ‘오컬트’로 분류될 수 있는 장르소설이었는데, 이 <호>는 아예 현대판 설화!
장르가 무엇이든 빠른 서사와 전개, 치밀하게 설계된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읽는 내내(아들이 게임하는 한 시간 동안 독파함) 즐거웠다.
귀신, 초자연적 현상, 운명 등 실체가 없는 것을 믿지 않는다. 종교 또한 모태신앙이지만 실체가 없는 신을 믿지는 않는다. (인간은 모두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럼 누가 정신-영혼을 불어넣었냐고 물으면 그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이후 인류 스스로 발전시킨 것이라 답해야지.)
하지만 그 주제의 소설은 재미있게 읽는다. 픽션이니까.
정보라 작가님은 러시아/폴란드 문학 전공으로 박사까지 따신 분이다. 이 소설도 미하일 불가코프라는 러시아 작가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라는 소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러시아 문학과 음악은 마치 동네 오래된 맛집과 같이 일정 퀄리티를 보장하는 느낌이라,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직접 번역하신 소설이라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