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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by 김알옹

그가 애정해 마지않아 작품을 번역까지 한 레이먼드 카버의 책의 제목을 차용한, 하루키의 에세이(라 쓰고 러닝일지, 요즘 말로 오운완 스토리) <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running>


이 책을 읽었을 때 알라딘 베스트셀러 1등이 하루키가 일본어로 번역한 피츠제럴드 후기 단편집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책이었다. 난 하루키의 배경을 몰랐기에 ‘에에? 번역까지 하는 양반이었어?'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어보니 어이쿠 미국 명문대에서 강의까지 한 사람이었다니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내 아버지보다 한 살 어린) 그는 재즈바 주인이었는데 33세인가에 야구경기를 보다가 갑자기 소설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만년필과 원고지를 사서 부아아앙 데뷔 소설을 낳았다. (내 아버지는 33세에 나를 낳으셨다.)


그리고 살이 쉽게 찌는 체질이라 체중관리와 체력증진을 위해,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운동인 달리기를 시작했다. 매일 달렸다. (나는 매일 먹기만 한다.) 조금씩 거리를 늘려나가서 평균 10km씩은 달렸다. 전날 30km를 달린 날의 다음 날은 쉬기도 하고. 그렇게 매일 달리고, 돌아와서 매일 썼다. 글을 쓰는 일도 달리기와 같아서 장거리를 뛰는 힘이 생기니 글을 쓰는 힘도 생겼다. (나는 매일 먹으니 매일 먹는 힘이 생겼다.)


그러다 그리스에 가서 마라톤의 발상지인 아테네-마라톤언덕 코스를 달렸다. 그게 그의 첫 풀코스였다. 어느 곳에 가면 어떤 음식의 유명 산지/발상지인가 찾아서 42195kcal만큼 먹고 오는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그렇다고 내 뱃살을 반성하진 않음)


그리고 그는 50대 중반까지 마라톤 풀코스를 25회인가 완주한다… 독한 양반 같으니. 50대 초반부터는 철인 3종도 한다… 이 달리기 글모음이 나온 건 거의 환갑이 다 된 시점인데, 칠순이 훌쩍 넘은 지금도 아마 달리고 있을 듯?


(다행히 우리 아버지도 아직 건강하신 편이다.)


점점 짧아지는 봄과 가을에 달리기 좋은 날씨가 되면 아주 가끔 밤에 나가서 한강변을 뛰니, 나도 약 1% 정도는 러너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무척 달리고 싶었지만! 마음만 달릴게요.


무라카미상 건강하세요. 100살까지 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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