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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수상한 비타민C의 역사

스티븐 M. 사가

by 김알옹

희망봉을 최초로 발견한 바스코 다 가마의 배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이 잇몸이 붓고, 몸이 붓고, 다리에 힘이 빠지다 시름시름 죽어가는 선원들이 속출했다. 정박하여 오랜지나 레몬을 먹은 선원들은 곧바로 회복했지만 그것이 치료제인지 증명할 수 없던 당시 과학 수준 하에서 괴혈병은 선원들의 저승사자였다.


19세기까지도 현재와 같은 통제된 임상시험을 설계할 수 없었기에 인류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괴혈병과 싸워왔다.


20세기 초, 드디어 비타민c가 발견되어 명명되고 인류는 지난한 괴혈병과의 사투에서 승리를 거뒀다. 또한 영양학이 발전하면서 다른 비타민들도 그 효과가 발견되었고 인류의 건강에 이바지하게 되었다.


최초로 노벨 화학상과 평화상 두 부문을 수상한 미국의 과학자 라이너스 폴링은, 젊은 시절의 천재성을 자신의 오만함으로 인해 잃게 되었고, 중년이 지난 후 뒤늦게 대중의 관심을 받고자 비타민c 메가도스 요법을 주창했다. 놀랍게 엉성한 논거와 실험 결과였지만 대중은 그의 유명세에 이끌려 비타민에 의존하게 되었다.


비타민c는 일일 필요 복용량을 초과하는 경우 모두 배설된다. 여타 항산화물질로 이름난 영양소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저 평소 먹는 과일과 채소를 열심히 먹기만 하면 더 이상의 비타민c가 필요하지 않다. 영양 과잉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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