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모
직업이 과학관 관장 아닐까 싶은 작가님이 쓰신 생물의 탄생과 멸종 이야기. (책 발간 인터뷰) 관장을 역임하신 곳이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서울시립과학관, 국립과천과학관인데 다들 크고 좋은 과학관들이다. 특히 국립과천과학관은 프로그램도 좋고 시설도 화려하다. (예전에 쓰신 글들)
지구는 46억 년 전에 탄생했고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었다. 각 대멸종의 원인은 화산폭발, 소행성 충돌로 인한 기후의 급격한 변화였다.
첫 번째 대멸종
약 4억 4380만 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말기. 온실가스 감소로 대규모 빙하가 발생했다. 또 우주에서는 감마선 폭풍이 불었다. 이로 인해 해양 생물의 86퍼센트가 멸종했다. 이때 육상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냐고? 그때는 육상에 아무도 살지 않았으니 아무 일도 없었다.
두 번째 대멸종
약 3억 5890만 년 전, 고생대 데본기 말기. 갑자기 지구가 추워졌다. 소행성이 충돌하고 화산이 터지면서 화산재가 태양을 가리자 지구는 얼어붙고 대기는 산성화 되었다. 이로 인해 해양과 육상 생물의 75퍼센트가 멸종했다.
세 번째 대멸종
약 2억 5190만 년 전, 고생대 페름기 말기. 가장 큰 규모의 멸종이다. 초대륙이 형성되면서 생명이 살기 좋은 해안선은 줄어들고 사막이 늘었다. 산소 농도는 급격히 떨어졌으며,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산 폭발로 심각한 기후 변화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지구 생명의 95퍼센트가 멸종했다. 이 사건으로 고생대가 끝나고 중생대가 시작되었다.
네 번째 대멸종
약 2억 140만 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기. 화산 활동으로 이산화탄소와 온갖 종류의 산성 기체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었다. 대기 중 산소는 급격히 낮아졌고, 대기는 산성화 되었으며 기온은 상승했다. 이로 인해 지구 생물 종의 80퍼센트가 멸종했고, 이후 본격적인 공룡 시대가 시작되었다.
다섯 번째 대멸종
약 66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기. 항상 거대한 화산이 문제였다. 인도에서 거대한 화산이 폭발하면서 대멸종이 시작되었다. 다섯 번째 대멸종의 대미는 지름 10킬로미터짜리 거대한 운석의 충돌로 장식되었다. 운석 충돌은 열폭풍과 거대한 쓰나미를 불러왔다. 또 지진을 유발했고, 지진은 화산 폭발로 이어졌다. 이때 전체 생물 종의 76퍼센트가 멸종했다. 육상에서는 고양이보다 큰 동물은 모두 멸종했고, 조류를 제외한 공룡들은 모두 몰살되었다.
그리고 여섯 번째 멸종이 눈앞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이하게 다른 대멸종과 달리 자연이 원인이 아닌, 인류가 스스로 탄소 배출을 자제하지 않아 생기게 될 그 파멸 앞에 원인 제공자인 인류는 미적지근한 대책만 내세우면서 종말의 시계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작가님은 멸종 자체가 그 생물에겐 비극이지만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기 위한 찬란한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46억 년 지구의 역사를 24시간이라고 보면 인류의 출현은 겨우 5초 지난 셈인데 이토록 지구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생물이라니, 그래서 이 위기를 해결할 힘도 인류에게 충분히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아래는 책에서 뽑아낸 몇몇 상식.
•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호모사피엔스가 된 결정적 원인은 직립보행이다. 손이 자유로워져 노동이 가능해진 인간의 진화.
• 불의 사용, 농경사회로의 진입, 산업혁명으로 인류는 더 발전하게 된다.
• 요즘 sf에 많이 등장하는 ‘테라포밍’. 화성의 테라포밍이 결국 실패하게 되는 것은 지구처럼 코어, 맨틀, 지각 구조로 이뤄지지 않았고 지구만큼의 자기장이 발생하지 않아 태양풍을 막을 수 없어 바다가 생길 수 없기 때문이다.
• 네안데르탈인은 내장을 단순화시키고 그 관리에 필요한 열량을 뇌로 돌렸다. 소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풀 대신 고기를 먹게 되었고, 저장기술이 없기에 먹을 수 있을 때 잔뜩 먹어야 했다. SLC16A11 유전자가 지방을 몸에 저장하는 역할을 맡았고 현세 인류에게까지 전해졌다. 그 결과 현대인은 비만과 당뇨로 고통받는다.
• 탈모 유전자와 자폐 유전자도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았다고 한다. 젠장.
• 모든 생명은 썩을 때 산소가 충분하면 이산화탄소로 분해되지만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메탄이 된다.
• 석탄기의 나무들은 죽은 뒤 산소가 없는 늪에 빠졌다. 압력과 열을 받아 수소와 산소가 빠져나간 나무는 탄소만 남은 석탄이 되었다.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으니 울창한 숲은 계속 산소만 내뿜게 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부족으로 기온은 계속 내려갔다.
• 탄소 덩어리 석탄은 나중에 인류가 사용하게 되고, 그제야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인류의 삶을 따뜻하게 해 줬지만 대기 또한 따뜻해진다.
• 상어는 무려 4억 년 전에 출현해서 아직까지 살아있다. 그런 상어를 샥스핀을 처먹겠다고 인간이 연간 1억 마리씩 죽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