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구병모, 권여선, 송지현, 이주혜, 최진영
2023년 12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발표된 약 150편의 단편소설이 대상이라고 하는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을 읽었으니 이 여세를 몰아 다른 문학상 작품집들도 다 읽어보려고 한다.
수상작은 김지연 작가님의 <좋아하는 마음 없이>이다. 단편집 <조금 망한 사랑>에 수록되어 있어서 이미 읽은 작품이다. 돌쟁이 아이가 있음에도 뻔뻔하게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릴 테니 이혼해 달라는 남편과 갈라지고, 십 년이 흐른 뒤 그 남편이 죽었다. 당시의 불륜녀가 찾아와서 남편의 사망보험금 수익자가 주인공으로 되어 있다며 아이를 계속 키우고 있으니 양육비를 지원해 달라고 또다시 뻔뻔한 부탁을 해온다. 주인공도 새 살림을 차려서 딩크족으로 새 남편과 잘 지내고 있는 상황이라 미련 없이 보험금을 던져주고 우연히 얻은 전남편-불륜녀-(생물학적)아들의 가족사진을 지갑에 넣고 다니게 된다.
이 구조가 소설가나 평론가들에게는 굉장히 인상 깊었나 보다. 난 ’이게 대상을 받을 만한 작품인가?‘ 생각했는데…
구병모 <엄마의 완성>
완경 증상으로 불안해하며 딸에게 의존하는 어머니. 딸은 본인도 불안정한 고용 상황이지만 최선을 다해 엄마의 불안감을 진정시킨다. 어머니의 남자친구와 너무나도 어색한 식사 자리를 갖기도 하며 딸은 느슨하게 어머니를 챙긴다. 내가 남자라 그런가 이런 소재는 좀 어색하다.
권여선 <헛꽃>
무두성자, 헹맹이 빠진 년, 헛꽃. 모두 주인공 혜영을 지칭하는 말이다. 항상 자기를 희생하며 별 이득도 챙기지 못하며 어딘가 나사가 빠진 사람처럼 하찮게 살아온 혜영. 간호간병 병동인데도 굳이 들어가서 엄마의 간병을 하고는 골병만 들어오는 캐릭터다. 그런 혜영이 과거를 회상하며 조금씩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깨달아가는 순간, 어디선가 엄마가 눈길에서 넘어졌다는 전화를 받는다. 항상 당당했던 동생에게 "눈구경 좀 했냐"는 전화가 걸려오지만 혜영은 "조금 전에 엄마가 구급차에 실려가셨대. 데퉁맞게 눈길에 넘어지셔서!"라고 말하고 어억 어억 소리 내어 울음을 터뜨린다.
돌봄 노동에 잠식된 불운한 가족이 겪는 <운수 좋은 날> 느낌이 가득한 작품이었다. 늙어서 혼자 지내는 여자의 내면을 그리는 데엔 권여선 작가님이 1등이다.
송지현 <유령이라 말할 수 있는 유일한>
화자인 '나'는 죽었다. 남은 사람들이 '나'를 추모하기 위해 모여, 그들의 마음속에서 쑥 빠져나가버린 '나'를 기억한다. 특이한 시선인데 어디선가 읽어봤던 느낌.
이주혜 <괄호 밖은 안녕>
12년 전 남편과 아이와 함께 여행한 하코다테에 이제는 홀로 쉬러 온 주인공. 혼자 있다 보니 온갖 생각과 회상이 머릿속을 흐리게 한다.
2년 전에 홋카이도 여행을 가서 나도 하코다테에 가서 2박을 하며 놀았다. 무척 춥고, 눈이 산처럼 내리고, 음식이 맛있던 곳.
최진영 <울루루-카타추타>
작가님이 이렇게 대놓고 신파를 쓰시다니... 어린이를 구하려고 인도로 뛰어든 차에 대신 희생당한 아빠는 아내와 아들만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아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아빠의 부재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묻기도, 이겨나가기도 하는 과정이 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