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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결산

짧은 생각들

by 김알옹

25년엔 책을 좀 골라서 적은 권수를 깊게 읽자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그게 맘처럼 되나요… 많이 읽었습니다.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최미래, 성해나, 조시현, 최현윤, 이선진, 김유나 <애매한 사이>




안보윤 <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을 정도의 폭력을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가하는 언니 전수미와 함께 살아가느라 주인공 전수영의 가족은 항상 불안에 떨며 전수미의 사고를 수습하는 피폐한 삶을 산다.


수영은 동물병원 요양원에서 일하게 되는데, 이곳은 사실 아픈 반려동물을 적당히 돌봐주다가 주인이 돈이 없어 보이면 동물을 몰래 안락사시키고 다른 동물을 받는 식의 파렴치한 방식으로 설계된 곳이었다.


그 부조리를 참고 참다가 결국 터뜨리게 되고, 거기엔 언니 수미가 아주 약간 도움이 된다.


신박한 방식의, 곧 생길 법한 동물 요양원의 영업방식이 섬뜩했다. 이외엔 딱히 남는 게 없네…




권여선 <푸르른 틈새>


권여선 작가님의 등단작. 30년 전에 발표된 청춘소설이다 보니 지금 읽기엔 조금 빛바랜 느낌의 젊음이 그려져 있다. 작가님의 정체성인 술이 자주 등장하고, 80년대의 대학생활과 연애가 아련하게 등장한다. 애증의 관계인 가족들과의 생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어린 시절 젊은 아버지에게 받은 사랑을 어떤 딸은 잊어버리고 어떤 딸은 간직하기도 한다. 받은 사랑은 공통적으로 깊지만 그것이 희미해질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람들은 복 받은 인생 아닐까.


한때는 집안의 기둥이었던 아버지가 무너져가는 모습을 곁에서 천천히 바라보고, 무너진 사람을 천천히 갉아먹는 술에 자신도 천착하게 되는 자식의 마음을 일견 이해하지만 그래도 그 부정이 희미해지지 않기를 응원했다.




헨리크 입센 <인형의 집>


대학생 시절 연극 동아리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연출이란 걸 해봤던 작품. 남성 위주의 부조리한 사회를 깨뜨리고 전진하는 노라의 모습을 그려보자는 생각은 딱히 없었고, 당시 배우로 쓸 수 있는 사람들이 남자 셋 여자 셋이어서 마침 인원 수가 맞길래 별생각 없이 시작했다.


그래도 그땐 나름 치열하게 고민했던 내 젊음이 묻어있는 작품이라 다시 읽어봤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김성민 <키트루다 스토리>




권여선 <레가토>




김훈 <내 젊은 날의 숲>


뭔가 자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니 소설 속 인물들의 이야기도 책장 넘기듯 스르륵 넘어간다. 감정이라곤 하나도 없이 건조하고 차가운 문체로 쓰인 문장들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채워져 있다. 이렇게까지 바싹 마른 소설을 읽고 싶진 않다.




스티븐 레비츠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배수아, 문지혁, 박지영, 예소연, 이서수, 전춘화 <제18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남종영 <다정한 거인>




손보미, 문지혁, 서장원, 성해나, 안윤, 예소연, 안보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4>




성해나 <빛을 걷으면 빛>




이정모 <찬란한 멸종>




무선혜드셋 <개미나라 경제툰 1>


2권을 먼저 읽고 1권을 읽는다. 우리 집 아이가 신나게 먼저 읽고 나에게 줬다. 화폐, 시장, 은행, 회사, 주식, 무역 등 경제 주체들의 활동 및 거래 유형들의 소개를 개미왕국의 개미들을 캐릭터로 해서 정말 쉽게 설명한다.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선물, 옵션, 공매도의 개념도 정말 쉽게 잘 설명했다. 괜히 우리 집 아이가 쉽게 읽은 게 아니다.


그러다 대공황, 뉴딜, 사회주의의 등장 등 현대의 경제사로 넘어온다. 아… 이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2권으로 이어지는구나.


아이한테 최대한 줄글로 되어있는 책을 읽히려 하는데, 어려운 내용은 이렇게 만화로 이해시키는 게 더 효율적일 때가 종종 있다. 그런 책들을 찾는 게 쉽지 않지만 계속 어미새처럼 물어다 주니 잘 소화시켜서 가끔 지식 자랑을 할 때 보면 뿌듯하다.


책날개에 작가님 소개와 함께 블로그 주소가 있길래 가봤다. 경제 칼럼 같은 게 쓰여있으려나? 하고 갔지만 덕후 만화가였다. 재미있는 만화들이 많아서 한참을 머물다가 왔다. 아니 그냥 만화 그리는 사람이 이렇게 좋은 내용을 재미있게 잘 그리다니… 다른 개념서들과 함께 가둬놓고 계속 작품 생산하게 하면 그것은 감금…




곽재식 <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




김지연 <조금 망한 사랑>


제목과 같이 조금 ’망한‘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들. ’젊은작가상‘이 좋아하는 작가 김지연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레즈비언인데 딱히 거부감도 들지 않는다. 어차피 망한 인생인데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무슨 상관이랴.


곧 오징어게임에 참가하기 직전일 것 같은 상태의 사람들을 소재로 조금씩 회복해 나가는 구조의 이야기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읽다 보면 좀 지루한 느낌이다.


다음은 책 말미의 평론가 글에서 가져왔다.


그는 확실히 망한 인생을 즐겨 그린다. 전형적인 삶이 주는 안정감을 추구하는 안지는 연애, 졸업, 취직, 결혼 등 남들이 해야 한다고 말하는 모든 것을 열심히 했고, 그 결과 뭔가를 이뤄냈다고 생각했지만, 아이가 막 돌을 지난 무렵에 바람난 남편이 이혼을 요구해 온다(「좋아하는 마음 없이」).
문애는 세상이 미쳐 돌아가도 자신이 기댈 수 있고, 또 자신에게 기대고 있는 애인만 있으면 자신의 삶이 아주 망가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바로 그 애인이 어느 날 갑자기 돈을 좀 빌려달라고 하더니 문애가 그럴 형편이 못 된다는 걸 알고는 같이 살던 전셋집의 보증금 중 자기 몫을 빼 가버려 문애를 홀로 남겨 둔다(「긴 끝」).
미선은 오래 만난 애인과 지지부진하게 헤어졌는데, 알고 보니 그 애인이 미선의 사촌과 직장 상사를 포함한 많은 사람에게 돈을 갚지 않고 잠적해 버렸고, 그 때문에 딱히 잘못한 게 없는데도 곤란한 입장이 된다(『포기』).
그리고 무엇보다 정현은 애인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애인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려 했고, 급기야는 대출까지 받아서 돈을 만들어 줬는데, 애인은 정현과 이별 후 연락을 끊고 정현 곁에는 갚을 길 없어 보이는 빚만 남는다(「반려빚」).




폴 린치 <예언자의 노래>




유시민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2024년의 요한계시록. 더닝-크루거 효과의 실증.

도자기 박물관에 코끼리를 넣은 사람들은 코끼리를 끌어내지는 못할 망정 더 날뛰게 만들고 있다. 난장판이 된 박물관은 언제쯤 복구될까? 일단 말 못 하는 짐승이 인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끼칠 때 우리가 보통 처리하는 방식을 따르자. 사살이라는 방식...


작가님이 참조한 책들.


칼 포퍼 <열린사회와 그 적들>

플라톤 <국가>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프란스 드 발 <침팬지 폴리틱스>, <차이에 관한 생각>

바비 젤리저 외 2 <저널리즘선언>

밀턴 프리드먼 <선택할 자유>

리처드 호프스태터 <미국의 반지성주의>

리 매킨타이어 <포스트 트루스>

막스 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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