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프롤로그

by 우소연

지난해, 나는 박사 논문을 준비하다가 심하게 좌절했다. 일을 하느라 미뤄 둔 논문을 쓰기 위해 박사 마지막 학기인 20학기를 앞두고 퇴사를 했다. 그러나 나는 1차 논문심사도 받지 못하고 포기를 해야 했다. 학교로부터 행정상의 착오로 심사받을 자격이 안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간의 교육 경험을 정리하고 싶었던 나는 와르르 무너졌다. 직장도, 꿈도 잃었다.


망연자실하여 은둔하였다. 1년이 훌쩍 넘어서 존경하는 선배 두 분을 만났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게 길을 알려주세요”라고 말씀을 드렸다. 신부님이신 한 선배가 내게 말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글을 써서 내게 보내세요. 1년만 해보세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나는 복잡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대안학교에서 아이들만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교사인 나도 경험을 통해 '교사가 무엇인지', '교육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있었다. 대안학교는 일반학교 교사처럼 표준화된 목표와 방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교육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늘 고민하며 지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사로서의 배움을 정리하거나 대안학교에 담겨있는 교육 철학을 일반화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매해 학생들을 모집하고, 교육과정을 만들고, 운영 규칙을 정하고, 예산을 짜는 현실에 매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글쓰기는 나에게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동안 해왔던 교육적 경험들이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보편적인 교육의 본질에 대한 성찰적 질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지난 10년간은 교육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아이들의 감각과 문화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학교의 변화를 어떻게 모색해야 할지 다시 가보지 않은 길을 상상해야 했다. 그때부터 한 일은 내가 나를 부정하는 일이었고, 새롭게 세팅하기 위해 우왕좌왕했다. 다시 나는 배우기 시작했고 새로운 경험을 축적해 갔다. 이 글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이자 성찰의 기록이다. 그동안 대안학교장으로 학교를 운영하며 겪었던 여러 시행착오들을 세대의 변화와 미래 교육의 실험에 담아 세 개의 파트로 나누어 이야기해 보겠다.


1부. 대안학교는 현재의 물음표 앞에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당연시하는 교육 방식에 질문을 던지며, 대안학교 교사로서의 경험과 고민을 깊이 있게 담았다.

2부. 아이들은 이미 미래에 있다

미래 시대에 속한 아이들의 감각과 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아이들을 특정 '병명'으로 부르는 사회적 현상 뒤에 숨겨진 진짜 의미를 탐색하고, 새로운 관계 방식과 역량에 대해 함께 고민한다.

3부. 미래 교육 실험 사례

세상의 변화를 읽고 교육을 실험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알트스쿨, 에꼴 42 등 해외의 흥미로운 시도부터, 내가 꿈꾸는 미래 교육 실험까지, 가능성과 실패 사이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대안학교는 우리 사회 교육의 1%를 차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소금 1%가 음식 전체의 맛을 바꾸듯, 대안적인 교육의 경험은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교육 시스템이 놓치고 있는 것들을 짚어볼 중요한 힌트를 던져줄 것이다. 이 글을 통해 누군가는 대안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고, 누군가는 자신의 교육적 경험을 다시 들여다볼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목차

1부. 대안학교는 현재의 물음표 앞에 존재한다

1. 대안학교의 대안

2. 교사의 사라짐은 아이의 탄생이다

3. 시간표가 없는 교육은 가능할까

4. 교육은 질문에서 자란다

5. 아이들을 이해한다는 착각

6. 대안학교, 경험만으로 충분했을까


2부. 아이들은 이미 미래에 있다

1. 아이들은 이미 미래에 있다

2. 관계 방식의 전환과 윤리적 뉴노멀

3. 정보 과잉 시대, 시들해진 학교교육

4. 느린 학습자가 아니라, 속도가 다른 학습자

5. 차이를 다루는 두 가지 길: 프랑스와 영국 사례

6. 미래에 필요한 역량,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3부. 가까운 미래를 위한 교육 실험들

1. 실패에서 배우는 실험: 알트스쿨, 스쿨 오브 두들

2. 일터가 곧 학교가 되는 모델: 베이켓, 마을공방

3. 청소년 센터에서의 실험: 유스보이스 등

4. 기업이 만든 새로운 배움: 아티즈, K12, 국내 에듀테크

5. 메이커교육 학교: NuVu Studio, FabLab, 한국형 메이커스쿨

6. 기술과 교육의 융합: 에꼴 42, 미네르바 스쿨, AI 기반 모델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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