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센터 1편 - 아메리칸 발레시어터 ABT 돈키호테 공연
드디어 길고 길었던 갤러리 투어, 음대 포스팅이 끝나고 링컨센터 시리즈를 시작해본다.
뉴욕에서 크리스티, 소더비랑 같이 가장 고급스럽고 우아하다고 느꼈던 장소인만큼 포스팅이 너무 기대된다
일단,
링컨센터는 우리나라 예술의 전당이랑 비슷하게 여러 건물로 이루어진 복합단지(complex)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늘 소개할 공연은 발레 공연이지만 시즌별로 뉴욕 필하모닉, 오페라, 발레 공연을 즐길 수 있고 영화관도 있다.
링컨센터에서 즐길 수 있는 발레 공연은 크게 클래식 발레 American Ballet Theare / 모던발레 NewYork City Ballet 가 있다.
매일 모든 공연이 열리는 게 아니라 각 공연마다 시즌이 있는데
예를 들어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ABT의 경우에는 Spring Season 5월-7월 초/ Fall Season 10월(2주 정도로 굉장히 짧은 시즌)/ Nutcracker시즌 12월 이렇게 공연이 열린다. 그러므로 만약 내가 8월에 뉴욕에 가는데 abt발레 공연이 보고 싶다면 아쉽게도 볼 수 없다.
뉴욕시티 발레단 NYCB 같은 경우,
Winter Season-1월~3월 / Spring Season- 4월-6월 / Fall Season- 9월~10월 에 열리고,
오페라 공연 같은 경우는 10월에 시작해서-4월까지 하기 때문에
내가 갔던 5월에는 NYCB, ABT 공연은 볼 수 있지만 오페라 공연은 볼 수가 없었다.
이렇게 공연마다 시즌이 있으므로 본인이 뉴욕에 방문할 날짜에 맞춰서 공연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가끔 이런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아무 때나 공연을 볼 수 있는 현지인이 너무나도 부러워진다.)
이렇게 스케줄을 파악하고 나서는
공연을 보기 위한 티켓팅을 해야 하는데
https://www.abt.org/performances/master-calendar/
나 같은 경우는 ↑ 여기 캘린더에서 스케줄, 댄서 캐스팅 확인하고 티켓을 구매했다.
간혹 뮤지컬처럼 러시 티켓을 찾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갔을 때는 ABT는 학생 할인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홈페이지 찾아보니까 이마저도 없어진 것 같다.
근데 사실 학생 티켓/러시 티켓 모두 미리 예매는 어렵고 현장에서 구매하는 거라서... 자리가 어디 걸릴지도 모르고 솔직히 맨날 발레 공연 보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번 여행 가서 어렵게 보는 공연이라면 돈 좀 투자해서 원하는 자리 예매하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티켓팅 할 때 팁 Tip이라면, 절대로 send email로 보내지 말고 꼭! hold on box office를 클릭하기!
이메일로 받으면 정말 에이포 용지에 프린트해서 가져가야 하는데 별로 '티켓' 같은 느낌도 안 날뿐더러 티켓 가져가는 것도 귀찮다(스마트폰으로 캡처해서 가져가면 티켓 바코드 인식이 안된다고 들었어요!)
내가 갔을 때는 오네긴이 시즌 첫 작품이었고, 돈키호테가 두 번째였다. 사실실 보고 싶은 건 백조의 호수 swan lake였는데 스케줄이 안 맞아서 돈키호테를 봤었다.(또다시 슬픈 여행자)
**이번 포스팅에서는 단순히 공연 리뷰보다는 공연장 전반적인 리뷰도 같이 곁들일 예정입니다**
저기 ABT 포스터에서 B에 있는 댄서가 Misty Copeland라고 최초의 ABT흑인 principal dancer다.
사실 이 포스터들은 링컨센터뿐만 아니라 뉴욕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는데,
왼쪽 하이라인 파크 전광판에 걸린 포스터에 B자는 우리나라 무용수 서희 Hee Seo다. 서희 무용수는 동양인 최초의 ABT principal dancer 다. 백인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발레라는 장르에서-그것도 클래식 발레단에서-흑인, 동양인 수석 발레리나가 나온다는 건 정말 고무적인 일이다.
링컨센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수대.
ABT 발레 공연 봄 시즌은 오페라하우스 Metropolitan Opera House에서 열리고
가을 시즌은 David H. Koch Theatre에서 열린다.
오른쪽 사진에서 보이는 데이비드 게 펜홀은 뉴욕 필하모닉 공연이 열리는 걸로 알고 있다.
오페라하우스 공연장 1층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기프트샵에는
왼쪽 사진처럼 로고가 그려진 굿즈부터 시작해서 오른쪽처럼 브로치, 키링도 살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여기서 티셔츠 사는 거 추천한다.
기념품이 별거 있겠는가.
뭔가 저렇게 무용단/댄스팀 로고 박혀있는 거 입으면 댄서가 된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아니 댄서는 못돼도 관계자 혹은 측근 정도는 된 거 같은 느낌이 든다.
모두들 구매해보길 바란다. #강력추천
기억에 남는 거는 저렇게 실제 발레슈즈에 발레리나 싸인 슈즈를 판매하는 것이다.
주역들 사인은 현장에서 구매할 수도 있지만 본인이 원하는 특정 무용수가 있다면 인터넷으로 구입할 수도 있다.(물론 미국에 산다면 현장에서 따로 요청해서 택배로 받는 방법도 있겠다.)
그렇게 1층 여기저기를 구경하다 보면 공연시간이 임박해 오고
미리 예매해두었던 티켓 확인, 소지품 검사 한 다음
공연장으로 입장하면 이렇게 2층(좌석)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오는데 홀이 너무 아름답다.
1층에는 칵테일도 팔긴 하지만(왼쪽 사진) 어느 블로그에서 봤는데 비싸고 맛없다고 했어서 마시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공연 시작 전에 일찍 가서 칵테일 한잔 기울이는 것도 분위기는 있기에, 사치 부리고 싶을 때는 나쁘지 않을 듯하다.
그리고 오른쪽 사진은 다름 아닌... 화장실 앞에 놓인 소파다... 아니 무슨 화장실까지 로코코 양식이라니...
하지만 더욱더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이것!
화장실 세면대에 놓인 팁 Tip. 저렇게 팁 tip(접시)가 있다.
다름 아닌, 화장실에서 페이퍼 타월 뽑아주시는 분이 상주하고 계신데 그분한테 팁 tip을 주는 것이었다.
실제로 핸드타월 받고 나서 저곳에 1불씩 쿨하게 던져주고 나간다. 이곳은 자본주의 아메리카.
근데 좀 불만인것이,
아예 페이퍼타월 앞에 자리잡고 계시면서 한장씩 뽑아주시는데...(내가 직접뽑고 싶어도 못뽑는다. 아예 자리를 딱 잡고계심)
그분이 뽑아주신 페이퍼타월을 받으면 저렇게 팁을 주는것이 맞지만 생각해보면 애초에 티켓값에 공연장 이용료(Facility fee) 서비스 이용료(Service fee) 모두 포함된 가격에 결제를 했는데 휴지 한장까지 또 추가로 팁을 내야된다는게 좀 어이가 없었다.
'응~ 시설이용료는 공연장 유지비용이고 서비스이용료는 너 티켓확인 도와주고 안내해주는 공연장 스탭 이용료지~ 화장실 휴지는 따로야~' 라고 말하면 할말은 없다만...
그래도 어쨌든 화장실에서 공연볼거 아니니까 공연장으로 올라가봅니다.
이렇게 발코니에서 멍 때리면서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공연 시작시간이 다가온다.
자리는 무려 1층 오케스트라석 S열이었다. (1층 중간에서 약간 뒤쪽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딱 저 사진만큼의 거리였다. 가격은 145불 정도(택스, 서비스차지 전부 포함한 가격이다. 참고로 맨 앞줄은 200불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연히 자리가 뒤쪽으로 갈수록 가격이 내려가지만 나는 오늘 하루만 사는 하루살이 관광객이므로 남은 자리 중에 제일 앞자리/정중앙 자리를 골랐다. 앞에 앉은키 큰사람 앉아서 시야 방해되면 어쩌나 했었는데 그런 거 없이 잘 보여서 정말이지 너무나도 다행스러웠다.
(참고로, 1층 맨 끝에는 서서 볼 수 있는 자리가 있는데 그 자리가 가격이 좀 저렴했던 기억이 난다)
키트리 역할에 maria kochetkova 캐스팅 공연을 선택했다. isabella boylston 캐스팅이랑 고민했었지만 개인적으로 마리아 특유의 가느다란 춤 선이 더 좋아서 선택하게 되었다.
아! 주말 캐스팅은 서희 발레리나 Hee Seo님이 하셨었다.
프로그램북에는 무용수들 개개인의 프로필도 나와있고 간단한 줄거리 설명도 있다.
고로, 공연 프로그램 줄거리를 아예 모르고 가도 시작 전에 한번 쓱-훑어보면 문제없다.
하지만! 그래도, 100불 가까이 지불했다면...! 카드값을 생각해서라도...! 한 번쯤 검색을 안 해볼 수가 없다.
일단, 이거는 Maria Kochetkova 인터뷰 영상
(ABT 와서 찍은 영상은 아니고 샌프란 발레단에 있을 시절에 좀 오래된 영상인데 아무리 찾아봐도 ABT에서 나온 오피셜 영상을 찾아볼 수 없다)
마리아의 몸을 보고 있자면 그냥 발레 하려고 태어난 사람 같다. 얼굴부터 발끝까지 발레 그 자체다.
외모도 외모지만 실제로 러시아 출신 무용수로, 샌프란시스코 발레단 SanFrancisco Ballet 수석무용수와 아메리칸 발레시어터 ABT 수석무용수를 겸임하고 있다. ABT는 2017년에 수석무용수로 승급이 됐고 그전까지는 비상임 무용수였던 걸로 기억한다.
돈키호테의 줄거리는 대부분 다 아실 테고,
발레 돈키호테에서 하이라이트는 바로 키트리 바리에이션 Kitri Variation이다.
(마리아 코체 코바의 공식 공연 영상은... 안타깝게도 찾지 못해서 다른 공연 영상으로 대체합니다.)
1분 5초부터 나오는 키트리 바레이션 Kitri Variation 이 돈키호테 공연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푸에테 동작(턴)을 일직선으로 흐트러짐 없이(무대 앞쪽으로 나오거나 뒤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하는 것이 포인트다.
그리고 또 다른 키트리 바리에이션 Kitri Variation.
키트리 바리에이션은 워낙 유명한 바리에이션 중 하나이고, 테크닉/기본기가 요구되는 작품이니 만큼 지금도 콩쿠르에서도 심사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마리아의 키트리 공연 오피셜 영상은 찾지 못했지만
YAGP Youth America Grand Prix (청소년 콩쿠르/장학금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영상이다.
공연 무대처럼 세트, 군무는 볼 수 없지만 이런 대회 영상은 동작을 훨씬 자세히 살펴볼 수 있어서 간간히 찾아본다. 꼭 마리아가 아니더라도 유튜브에 kitri variation 검색해보면 다른 무용수들 영상도 많고,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무용수마다 느낌이 전혀 다르니 비교하면서 감상하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공연 중에는 당연히 사진 촬영/녹화 금지 이기에 마지막 커튼콜 할 때 찍은 영상이다.
(중간에 나오는 저의 환호소리는... 그냥 들으세요... 소리 삭제할까 했는데 그러면 박수소리까지 사라지는 거라서... 너무 심심해 보이더라고요....)
공연 보고 느낀 점을 말해보자면-
일단, 무대 세트가 정말 정교하게 지어졌다는 게 느껴졌다.
음향도 울림 없이 정말 세밀하게 다 전달되었고 (그리고 오케스트라 구성도 훨씬 더 풍부한 거 같았다.)
또, 가운데 자리를 고집한 이유는 움직임을 정면에서 제대로 보고 싶음이 제일 컸는데
비싼 값 지불하고 고집한 보람이 있었던 게, 정말 무용수들 땀 흘리는 것도 다 느껴지고 특히 돈키호테의 하이라이트인 Kitri Variation에서는 진짜 발끝, 부채 끝까지 관찰할 수 있어서 카드값이 떠오르지 않는 공연이었다.
variation에서 파쎄 passe(발끝을 무릎으로 올리는 동작)할 때도 박자에 맞춰서 정교하고 가볍게, 흐트러짐 없이 제자리에서 하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감정선에서도 돈키호테의 구애(?)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 도도한 키트리를 정말 시선처리, 손끝, 발끝 그냥 온몸에서 다 느낄 수 있었기에 정말 보는 내내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냥 앉아있더라도 항상 다리 근육은 긴장을 하면서 도도함을 유지하는 모습에 정말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보통 뉴욕으로 여행 간다고 하면 필수코스로 뮤지컬을 꼭 보는데
시끌벅적 정신없는 뉴욕 한복판에서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의 극치를 느낄 수 있는 발레 공연을 보는 건 어떨까.
공연 시작이 다가왔을 때 샹들리에가 천천히 올라가는데 그때의 반짝임은 정말 아직까지도 선명하다.
눈물 나게 황홀했던 공연을 뒤로하고 아쉽지만 헤어져야 할 시간이 왔다.
샹들리에가 들어올 때보다 더 눈부시다.
그렇게 걷고 걸어서 도착한 57st 지하철역
줄리어드 보러 갈 때나 공연 보러 갈 때 항상 탔던 57st지하철역이라 익숙해졌는데 익숙해질만할 때쯤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어서 다시 한번 슬픈 여행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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