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날이 말일(30일,31일)인 나는 주로 매달 1일에 모든 소비생활을 하고 나머지 기간을 가난하게 사는 전형적인 한탕주의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월급날을 맞이하여 구입한 책들을 소개하고,
그 책을 읽으면서 파생된 요즘 생각들을 끄적여보는 취향일기가 되겠다.
이번달은 대략 이 정도로 구입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태엽감는새 시리즈]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꽤 좋아하는 편인데 신간은 대부분 잘 안읽고 오래전 소설을 주로 읽는다. 에세이/소설 두루두루 다 읽지만 지금까지 제일 좋았던것은 (역시나) 가장 첫번째로 읽었던 '노르웨이의 숲' 이다. 그리고 에세이중에서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거는 따로 무라카미하루키 특집편을 포스팅할때 다뤄보는걸로...
[카르멘]
오페라로 많이들 알고있는 카르멘이지만 이게 원작 소설이 있다는건 잘 모른다. 펭귄클래식은 중고서점에서는 찾기 힘든, 일명 레어템 인데 운좋게 구하게 되었다.
사실 카르멘은 발레에서도 굉장히 관능적으로 표현되는 드라마 발레이다.
같은 집시이지만 돈키호테의 키트리랑은 또 다른 느낌이다.
[미술관은 무엇을 수집하는가]
사실 이책은 일반 출판사에서 출판된책은 아니고 국립현대미술관 에서 출판한 책이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인스타그램에서 찾아볼수 있고 (나또한 인스타에서 처음 알게된 책이다)
필자 리스트를 보면 외국인이 대부분이라 원서(영어)가 먼저고 그다음에 한국어로 번역을 했을터인데,
이런경우 나는 주로 영어단어 그대로를 읽고 싶어서 원서를 구입하지만 이 책은 희안하게 원서가 3천원 비싸서 그냥 번역본을 구입했다.(대부분 원서가 1,2천원이라도 저렴하다)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한국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동시대적이라고 대표되는 국립현대미술관인만큼 기대가 되는 책이다.
하지만, 이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책은 바로,
[몸의 일기-다니엘 페나크]
보통 '일기'라고 하면 그날의 '느낌'을 적는 내적고백인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말그대로 한 남자가 10대부터 60대까지 자신의 '몸' 을 묘사하는(통증/동정/배고픔 같이 정말 말 그대로 육체적인 의미의 몸) 일기라서 굉장히 흥미로워서 골라보았다.
사실, 미술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몸' 이란 지독히 고전적인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나같은 경우는,
전공수업에서 배우는 라이프드로잉life drawing(일명 누드크로키) 에서는 몸 의 외형을 묘사하는걸 연습하게 되면서 몸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누드크로키를 하면 꼭 필요한 책인 예술가들을 위한 해부학
드로잉의 기본은 관찰력이라고 하지만,
인체에대한 기본적인 지식/이해가 없으면 암만 내 눈앞에 모델이 생생히 있어도 제대로 표현하기는 힘들다.
골격/근육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지만 표현을 할 수 있는것이다.
그렇게 드로잉을 하다보면 자신만의 드로잉 스타일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된다.
라이프드로잉 레퍼런스는 워낙에 차고 넘치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마티스 드로잉을 많이 참고했다. (위의 도서는 prestel 출판사의 erotic sketchbook 시리즈중 matisse)
참고로 마티스 말고도 prestel 출판사의 erotic sketchbook 시리즈 는 다른 여러 아티스트가 있으므로, 라이프드로잉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한테 꼭 추천하는 책이다.
그렇게 몸을 관찰하고 드로잉하다보면
단순히 형체로서의 몸 이 아닌 철학적인 질문을 가지게 된다.
몸이 가진 유한함(생명력) 혹은 성SEX, 권력, 인종, 정체성, 종교, 감정 등등
그러면서 알게 된 책 파이돈 phaidon 출판사의 body of art
'몸'에 관한 여러가지 관점들의 작품들을 총망라한 책이라서 정말 좋은 참고서가 되었다.
'몸' 이라는 주제에 정말 많은 관점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관점을 가진 작품 몇개를 소개해보자면,
일단 너무 유명한
Marina Abramović e Ulay - The Artist is Present
아티스트가 가만히 앉아있으면서 관객과의 묵언의 소통을 하고 있는 작품.
아티스트의 존재자체를 창작으로써 활용하고 있는 작품.
어떻게 보면 너무 직접적이고, 단순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나 개인적인 생각은,
'몸' 은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하기에 그 이상의 응용은 불필요하다 (어쩌면 내가 춤/무용을 좋아하는 이유가 되겠다)
Marc Quinn- Self
작가 자신의 피를 얼려서 만든 자화상 작품으로 실제로 냉동 큐브 안에 들어가 있어야지만 저 형태가 유지된다.
냉동온도를 유지하는 전기공급이 끊기는 동시에 자화상의 형태도 녹아서 없어지므로 생명의 한계/유한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리고
'몸' 을 표현한 작가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가
Vito Acconci 비토 아콘치
Vito Acconci - Trademarks
본인의 몸을 본인이 이빨로 깨물어 고통을 준 다음, 그 이빨자국을 사진으로 기록한 작업이다.
신체의 고통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뿐만 아니라 살갖의 비린내 마저 느껴지는 작업이다.
본인의 신체고통을 관객에게 전달했지만,
관객은 그 고통의 '흔적'을 통해서 고통을 '유추' 할뿐, 실제로 이빨로 살을 깨무는 고통은 '느낄수'는 없다.
고통은 '감각'으로써만 존재할뿐 실존하지 않는 고통인것이다.
아콘치의 작품중에 좋은 작품이 꽤 많은데 한가지 더 소개를 해보자면,
Vito Acconci - Centers
22분동안 비디오카메라를 통해서 비토아콘치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비디오 작업이다.
실제로 이 작업은 작가자신이 직접 모니터를 응시하면서 촬영을 했기때문에
손가락이 카메라를 향해 갔다가 다시 모니터를 통해 본인의 시선에 본인의 모습이 들어오고
다시 본인은 카메라를 통해 모니터에 비친 자기자신의 모습 을 가르키는
결국에는 계속해서 본인을 가르키고 가르키고 가르키는, 돌고도는 부메랑같은 작업이다.
또한, 영상을 끝까지 보면 알겠지만
22분동안 손이 떨리기도 하고 힘이 딸려서 손가락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도 보인다.
이 또한 위의 작품처럼 신체의 고통(피로감) 이 느껴지지만 관객에게 그것은 감각으로써만 존재할뿐이다.
더 나아가서,
이작품에서 또 눈여겨 볼만한 것은, 피로감을 느끼는중에도 본인을 가르키는 손가락의 '가르킴' 만큼은 끊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본인이 응시하고 있는것 : 본인자신
본인이 가르키고 있는것 : 본인자신
그리고 이 모든것을 촬영하는 비디오 카메라.
손가락질이 카메라로 갔다가 다시 (모니터를통해서) 나의 눈으로 돌아오는
자기자신의 모습을 보고 가르키고 다시또보고 다시 또 가르키는 굉장히 자기애가 충만한 작업이다.
이렇듯,
관찰하고 그것을 도화지에 그리는 라이프드로잉 에서 지금 현대에서는 그 자체를 작품의 '표현도구' 로써 활용되는 모습을 보면
'몸' 이란, 인류사회에 창작욕구가 남아있는한 절대 사라지지 않고 질리지 않을 주제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비토아콘치 화집은 리졸리 출판사 Rizzoli - vito acconci 이다.
앞서 소개한 작품들 이외의 작품들도 많이 소개되어있는 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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