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 그리고 싯다르타

적자생존의 의미와 변화를 이끄는 존재에 대하여

by 그림공장

찰스 다윈의 자연도태설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 ‘적자생존’이다. 그런데 이 표현은 자주 왜곡돼 쓰이곤 한다. 흔히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식으로 쓰이지만 다윈이 말한 ‘적자’는 strongest가 아니라 fittest다.


즉, 바람직하고 강한 자가 아니라 우연히 그 시기에 ‘가장 환경에 잘 맞는 존재’를 뜻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를 왜곡해 사용하면 경쟁사회에서 “강자가 살아남는 게 자연의 법칙”이라는 식으로 쓰일 수 있고, 약자를 배제하거나 엘리트주의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는 다윈의 본래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된 것이다.


이는 생태계를 벗어나 어떤 사회, 조직, 가족, 개인에도 연결해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리고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생각해본다.


헤세의 책에서 싯다르타는 처음부터 우등생이었다.

브라만 가문에서 누구보다 모범적인 삶을 살았고, 많은 스승들이 그에게 지혜를 가르쳐줬다.

하지만 그는 어느 순간, 그 지혜들이 자기 안에서 진짜로 울리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풍족한 가족과 안정된 미래를 벗어나 자기만의 길을 떠난다. 정해진 규칙과 가르침에서 벗어나, 삶 자체를 통해 배우기 위한 여정이었다. 그건 누가 보더라도 위험하고, 비효율적인 선택이었다. 그리고 싯다르타는 그 여정 끝에 스스로의 깨달음에 다다른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그가 아들을 만나자 싯다르타는 그를 품 안에서 보호하려고 한다.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나는 자주 그 점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그렇잖아도 부드러운 마음씨를 갖고 있지 않은 그 아이를 내가 어떻게 그런 세계로 내보낼 수가 있단 말입니까? 그 아이는 사치스런 생활에 빠지지 않을까요? 그 아이는 쾌락과 권세의 늪에 빠져버리지 않을까요? 그 아이는 자기 아비가 저질렀던 모든 과오들을 되풀이하지 않을까요? 그 아이는 혹시 윤회의 소용돌이 속에 온통 휘말려 버리지는 않을까요?”


하지만 뱃사공은 아들을 떠나보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누구도, 부모라도 타인의 깨달음을 대신할 수 없고, 길을 찾는 과정 자체가 의미를 갖는다. 우리 사회는 때때로 말 잘 듣는 우등생이 시스템을 발전시킬 거라고 믿지만, 사실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건 늘 어긋난 질문을 던진 사람들이다.


다시 다윈으로 돌아오면, 자연도태설에서 진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존재는 시스템에 맞는 우등생이 아닌 불쑥 튀어나온 ‘돌연변이’였다. 우리가 보통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배제하려고 하는 ‘에러’는 자연 메커니즘에서 필수 요소로 내제되어 있다. 그리고 긍정적인 에러가 발생할 때, 시스템과 사회의 발전을 이끌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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