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루지]익숙한 것이 옳은 것이라는 착

단순한 친숙 효과(mere familiarity effect)

by 그림공장

개리 마커스의 책『클루지(Kludge)』는 완벽한 것처럼 생각하는 인간의 뇌가 사실 얼마나 불완전한 구조로 작동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오늘은 이 책에서 이야기한 인간의 여러 불완전한 사고 체계 중에서 '단순한 친숙 효과(mere familiarity effect)'라는 개념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단순한 친숙 효과란 간단히 말하면, 사람들이 자신에게 친숙한 것을 좋은 것이라고 믿는 경향을 말한다. 이건 논리적인 판단이 아니라, 익숙함이 곧 안전하다는 오래된 뇌의 감각 회로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잠깐 생각해봐도 원시시대에 살던 인류의 조상들 입장에서 낯선 곳에 간다거나 낯선 음식을 먹는 것은 큰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를 사는 인류에게 있어 마트에서 낯선 음식을 사서 먹는다거나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위험할 일은 많지 않다. 하지만 현재의 인간에게도 익숙함은 여전히 위안과 안정감을 준다.



익숙함이 주는 문제

익숙한 음식, 익숙한 음악을 좋아하는 건 특별히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체계는 어느 상황에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떠한 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현재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예전 시스템을 고수한다거나 오래전 교육 방식을 이어가는 경우가 그렇다. 또한 기업에 있어서도 이러한 문제는 기업의 발전을 막고 나아가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친숙한 것에 매달리는 경향은 우리가 처한 상황이 위협적일수록 더욱 강해진다.

위안이 되는 음식을 찾는 것이 이 경우에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즉, 불안하거나 위협을 느낄수록 뇌는 더욱 익숙한 것을 찾게 된다는 말이다. 이 부분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러 정치적 상황에서 이용되곤 한다. 사회적,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보수화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생존 확률을 높였던 과거의 유산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이 감각은 정치적 판단이나 중요한 결정 상황에서 오작동할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된다는 걸 인지하고 경계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취향은 변화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인 취향은 변화하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종 “요즘엔 들을 음악이 없다”, “예전 영화가 더 좋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나도 어릴 때 즐겼던 영화, 음악, 책의 감성들을 좋아하고 지금도 찾아보곤 한다. 하지만 그때의 작품들이 지금보다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런 취향에 대한 감정이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능력까지 좁혀버릴 때, 우리는 점점 닫힌 사람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

최근에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그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고도성장을 할 때의 경영자는 굳이 리스크를 안지 않아도 인구 증가와 국가 발전에 의해 본업의 매출이 늘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혁신이 생겨나, 국제 간 경쟁에 노출되고 인구가 줄어드는 일본에서는 변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리스크라고 생각한다.



즉,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 탄 상황에선 내 위치를 지키기만해도 자연적으로 상황이 좋아지지만 사회 전반의 상승이 멈춘 시기에는 변화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말이다. 이는 일본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자기 일을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면 개인적인 위치와 부가 함께 성장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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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변화와 발전을 이야기하며 자기개발 방법을 공부한다. 하지만 변화하려는 노력을 꼭 사업적인 내용에만 국한해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사소한 소비나 취미 같은 것들부터 다양하게 접하고 도전하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요즘 인기있는 음악을 찾아 듣고, 영화를 보고, 백화점에서 옷을 구경하는 모든 것들이 보수화되고 굳어가는 뇌를 말랑말랑하고 유연하게 만드는 훈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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